이젠 대기업에만 전문경영인이 필요한게 아니다. 벤처업계에도 전문경영인 시대가 왔다. 지난 2월19일 국내 웹에이전시의 대표주자인 (주)홍익인터넷의 새 CEO로 전격 취임한 권오형(45) 전한국노벨 사장은 요즘 1백50명 가까운 직원들과 돌아가며 면담을 하느라 몸이 열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다.홍익인터넷을 창업해 지금까지 키워온 노상범 전사장은 신규전략사업 담당이사(CSO)직을 맡았다. 경험이 풍부한 권사장에게 지휘권을 맡겨 투명성과 회사경쟁력을 강화하는 합리적인 모델을 만들자는게 노전사장이 밝힌 ‘퇴임의 변’이었다.“솔직히 어깨가 무겁습니다. 설립 4년만에 웹에이전시 1위 업체로 급부상하면서 벤처에서 중견기업으로 거듭나려는 시기에 바통을 이어받았기 때문이죠.”그러나 대형 IT업체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여왔던 권사장의 경험과 비전이 홍익인터넷의 미래 사업방향과 일치한다는게 투자자들과 직원들의 평가다.지휘권을 잡은 지 보름도 안돼 권사장은 벌써부터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마케팅과 솔루션이 강한 회사로의 변신 준비가 한창이다. 이와 함께 모바일을 필두로 한 신규사업 진출도 채비를 마쳤다.이를 위해 권사장은 조직개편부터 단행할 참이다. 팀체제를 유지하면서 컨설팅과 솔루션 부문의 인력을 강화하는게 우선이다. 이는 무엇보다 기존의 웹사이트 제작업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인터넷 비즈니스와 관련된 총괄 서비스 업체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다.먼저 인터넷 비즈니스의 첫 단추인 컨설팅 부문 강화를 위해 지난해 11월말 대거 영입한 IT전문 컨설팅 인력들에게 힘을 실어준다는게 권사장의 생각이다. 솔루션 팀도 현재 30여명인 인원을 올 상반기내에 6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들을 통해 e커머스와 각종 웹애플리케이션 등 각 기업에 맞는 e비즈니스 환경조성을 위한 솔루션 개발을 밀어붙일 것이다.이와 함께 무선 인터넷 시대에 발맞춰 구성된 모바일 솔루션 연구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모바일 인터넷 R&D조직인 ‘m솔루션팀’도 현재 5명인 팀원을 올 상반기까지 30명으로 늘려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조직으로 키울 계획이다. 개발은 물론 모바일 관련 SI업무를 주로 담당하게해 업계의 프로젝트에 따라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솔루션 밴더나 질 높은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는 선도적인 모바일 기업들과의 제휴도 구상중이다. 이외에 전자상거래, CRM 등의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마케팅·솔루션 강한 회사로 변신”그러나 권사장은 해외마케팅 만큼은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시장에 섣불리 지사나 법인을 설립하지 않는다는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먼저 진출해 있는 기업들과의 공동 마케팅을 통해 노하우를 전수받고 현지에서 충분히 실력을 인정받은 다음 돈이 된다고 판단되면 발빠르게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일단 일본 진출을 발판으로 현지 업체들의 수주를 따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차근차근 준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해외 진출에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겠다는 것이다.“앞으로 인터넷 비즈니스를 총망라하는 서비스를 위해 컨설팅, 웹빌딩, 솔루션 등 세 가지 전문조직으로 거듭나 진정한 웹에이전시 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벤처기업 전문경영인으로 새롭게 등장해 인터넷 업계에 새바람을 몰고온 ‘IT계의 노장’ 권사장의 성공여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