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건강특성 겨냥 'X-1 암호' 3년 연국개발, 3단계 홍보… 성인층 파고들기 성공

야쿠르트 아줌마의 발로 뛴 1대1 마케팅도 윌 성공의한 요인이었다.유산균 발효음료는 흔히 장에 좋은 식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실상 지금까지 이 상식을 깬 발효음료는 없었다. 그동안 수많은 발효음료가 선보였고 그중 일부는 ‘고기능성’이란 이름으로 유산균 수를 늘리는 것은 물론 여러 가지 기능을 첨가했다. 그러나 결국은 ‘정장작용’이란 기본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이런 유산균 발효음료 시장에 나타난 이단아가 바로 한국야쿠르트의 ‘윌’이었다. 지난해 9월1일 선보인 이 제품은 처음부터 ‘장에 좋은 유산균 음료’라기보다 ‘위에 좋은 유산균 음료’를 지향했다. 유산균 발효음료의 특성상 당연히 장에도 좋지만 회사측은 ‘위에 좋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 상식을 잠시 접어뒀던 것이다. 상식의 틀을 깬 이 작전은 곧 기대 이상의 대성공을 거두었다.한국야쿠르트측은 당초 하루 15만개 생산체제로 시작, 연말까지 생산능력을 하루 30만개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모든 영업력을 동원한다는 전략과 함께. 그러나 윌은 시장에 선보인지 1주일만에 하루 주문량이 30만개를 넘어서는 ‘대박’을 터뜨렸다. 회사측은 부랴부랴 생산라인 증설에 착수, 10월초 하루 40만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설비를 갖추게 됐다.초기 출시에서 설비증설 기간까지 한달 남짓 윌은 그야말로 ‘없어서 못파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일부 소매상들은 직접 본사까지 찾아와 물품을 요구하는가 하면, 상품을 주문해 놓고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회사측에 불만을 쏟아 놓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덕분에 지난 연말에는 전국 14개 신문사에 의해 ‘올해의 히트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출시이후 1월말까지 판매된 개수는 모두 4천6백만여개. 액수로 따지면 개당 1천원씩 4백60여억원에 달한다. 이는 한국야쿠르트의 전체 유산균 음료 매출(판매가 기준)중 24~25%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한국야쿠르트측은 올해 안에 하루 60만개 생산체제를 갖추고 연 2천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시판 1주일만에 하루 주문량 30만개 돌파회사측은 이같은 ‘히트’의 비결로 한국인의 건강상의 특징을 고려한 우수한 제품력과 치밀한 마케팅전략 덕분이라고 말한다.우선 윌이란 제품의 특성부터 보자. 윌은 위장질환의 원인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 pylori)의 성장을 억제하는 두가지 유산균을 개발, 종균으로 사용했다. 여기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항체를 지닌 계란과 한방약재 차조기 에끼스를 첨가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억제효과를 높였다. 제품개발 계기는 우리나라 사망원인 중 단일질환으로는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위암이고, 위암 원인균 중의 하나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이며, 한국 성인의 55% 이상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감염돼 있다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윌은 위장보호를 위한 이같은 기능강화뿐만 아니라 매실에끼스 알로에 배과즙 등을 첨가, 기존 발효유의 단점 중의 하나였던 텁텁함을 없애고 상큼한 맛을 살렸다. 기능성 음료지만 맛도 고려했다는 것이다. 윌이 탄생하기까지 보통 유산균 음료 하나를 개발하는데 걸리는 기간의 2~3배에 해당하는 3년이란 긴 시간이 필요했던 것도 독특한 기능에다 맛의 조화를 중시했기 때문이라는게 회사관계자의 설명이다.그러나 ‘최상의 제품이라고 해도 항상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라는 시장원리를 고려해 볼 때 우수한 제품을 떠받쳐주는 뛰어난 마케팅이 없었다면 윌의 히트는 먼 훗날의 얘기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전문용어 곁들인 브랜드명도 매출신장 한몫한국야쿠르트측은 제품출시까지 3단계 홍보작전을 폈다. 1단계는 제품출시 한달전 서울대학병원 내과교실 정현채 박사팀의 임상실험 결과 윌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보균 위장병 환자들에게 매우 효과적이었다는 내용이다. 이때는 물론 제품명 ‘윌’대신 ‘X-1’이란 암호로 불리웠었다. 2단계는 난황이 어떻게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억제에 효과적인 항체를 함유하게 됐는지, 한국야쿠르트가 어떻게 이를 가공해 유산균 제품에 첨가하게 됐는지를 알리는 단계로, 이 역시 제품출시 직전에 이뤄졌다.마침내 9월1일 제품이 출시됐을 때 관련 분야 전문가는 물론 위장관련 장애를 경험했던 일반인들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무엇이며, 윌이 이에 대해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다음 단계는 바로 한국야쿠르트 특유의 판매조직인 ‘야쿠르트 아줌마’를 동원한 1대1 마케팅 전략이었다. 다소 어려운 전문용어와 효능을 전국 1만1천여명의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일일이 소비자를 찾아다니며 설명하고 설득한 덕분에 단기간에 엄청난 판매고를 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윌의 선전에는 전문용어를 곁들인 단순한 브랜드도 한몫을 하고 있다. 제품에 적힌 공식 명칭은 ‘헬리코박터 프로젝터 윌(Will)’이다. ‘헬리코박터 프로젝터’란 회사측이 제품연구를 위해 추진하던 프로젝트 이름을 그대로 붙인 것. 다소 어려운 이 전문용어는 기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브랜드명 ‘윌’은 ‘위를 위한’ 유제품이란 뜻에서 따왔다. ‘위를’의 준말인 셈이다. 영어 ‘Will’은 사실상 발음 및 시각적 효과를 위해 붙였지만, 영어 Will이 가진 뜻처럼 어떤 ‘의지’를 상징하는 중의적 효과를 갖게 됐다.★ 인터뷰 / 오재문 전략마케팅 부장“배달 아줌마 1대1 입심전략 적중”“고객 인지도를 높이는데 가장 중점을 뒀습니다. 이를 위해 저희가 사용한 전략이 ‘야쿠르트 아줌마’를 활용한 1대1 마케팅이었구요. ‘윌’이 단기간에 히트상품으로 떠오르기까지에는 제품 자체의 우수성도 물론 있었지만 그 기능을 효율적으로 알린 야쿠르트 아줌마의 역할이 무엇보다 컸다고 봅니다.”한국야쿠르트 전략마케팅팀 오재문(49) 부장은 ‘윌’의 성공 뒤안길에는 야쿠르트 아줌마의 숨은 노력이 있었음을 강조했다.윌이 출시될 당시 오부장은 부산 동부지점 지점장으로 현장영업을 지휘했다. 현장 영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야쿠르트 아줌마’의 영업활동을 독려하고 지원하는 일. 오부장은 “보통 신제품은 하루 1회 정도의 교육으로도 충분하지만 이번 제품은 발음하기조차 어려운 전문용어가 많아 몇주에 걸쳐 비디오를 이용한 시청각 교육과 효능 외우기 대회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야 했다”고 말한다.덕분에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제품이 나오기 전부터 팸플릿과 시음용 제품을 들고 다니며 기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위에 좋은 유제품의 출시’를 알렸고, 위장병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로부터는 미리 예약주문을 받기도 했다. 식품은 의약품과는 달리 의학적 효능을 광고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 한계를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영업조직을 통해 극복했다는 설명이다.한국야쿠르트가 30년 전부터 운영해온 야쿠르트 아줌마 제도는 아줌마 1인이 영업 판매점이자 홍보, 배달요원으로 한국 야쿠르트의 발달에 견인차 역할을 해오고 있다. 1인당 평균 근속연수는 15년, 매월 평균 5백만원의 매출실적을 올린다.81년 입사, 20년을 영업 및 마케팅 전문가로 일해온 오부장은 97년 9천4백명이던 야쿠르트 아줌마들을 1년만에 1만여명으로 늘리고, 영업기획 팀장이던 92년에는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복지를 위해 복지연금제도를 도입하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회사 정규직이 아니라 일종의 독립된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일을 그만두거나 사고를 당할 경우 회사로부터 보상받는 것이 거의 없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복지연금제도는 근속연한에 따라 일정액의 금액을 회사가 지원하고, 만 10년 이상 만기시엔 1천만~1천5백만원의 연금(일종의 격려금)을 타도록 한 것이다.이에 따라 야쿠르트 아줌마들에 대해선 유난히 애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오부장의 입장. 오부장은 그러나 “모든 것이 회사 차원의 정책이지 개인적인 공과가 아니다”라며 극구 손사래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