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홈쇼핑 신규사업자 접수 창구에서 한 컨소시엄 관계자들이 사업게획서를 내고 있다.‘TV홈쇼핑 새 채널 3개는 누가 가져갈 것인가’. TV홈쇼핑 신규 사업계획서 접수가 2월28일 마감됐다. 3개 채널 사업자를 새로 뽑는 이번 심사에는 모두 12개 컨소시엄이 출사표를 던져 4대1의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이제 남은 관심은 새 채널의 향방.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수식어가 늘상 따라 붙고 경쟁도 치열하다 보니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다.‘정부출자기관인 OOO는 떼논 당상이라더라’, ‘호남기업인 OOO가 유리하다더라’, ‘대기업은 불리하다더라’는 식이다. 예비 사업자들은 ‘4파전’ ‘5파전’등으로 판세를 분석하면서도 결론적으로는 ‘뚜껑을 열어 봐야만 알 수 있는 안개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다만 관련업계에서는 컨소시엄 멤버 구성과 사업 명분 등을 볼 때 5~6곳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치열한 명분 싸움선정주체인 방송위원회는 3개 채널을 새로 뽑는다는 것 외에는 채널 분야나 사업자 규모 등에 대한 제한을 일체 두지 않았다. 단 심사기준과 관련해 한가지 힌트를 준 게 있다면 ‘산업간 균형 발전과 공익 실현을 최우선으로 감안하겠다’는 것.각 컨소시엄이 눈여겨 보는 부분도 이 대목이다. 컨소시엄이 지향하는 채널 성격과 사업 명분이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이에 따라 예비 사업자들은 방송위의 방침에 맞춰 저마다 ‘그럴싸한’사업 명분을 내걸고 있다. 농수산물 판로 확대, 유망 중소·벤처기업 발굴, 전국 유통업체 대연합, 지방 특산물 판로개척 등이 그것이다.농업전문 채널을 지향하는 곳은 하나로쇼핑넷과 농수산방송위원회 등 2곳. 하나로쇼핑넷은 당초 삼성물산이 주도했으나 대기업 색깔을 지우기 위해 농협유통에 1대 주주 자리를 내주면서 동원산업 휴맥스 등을 끌어들여 23개사로 진용을 갖췄다.채널 사업권을 따낼 경우 방송 프로그램의 40%를 농수산물 제품에 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닭고기 제조업체 하림이 이끌고 있는 농수산방송위원회에는 수협 한국인삼공사 등 1백20개 업체가 참여했고 1백% 농수산물 방송을 목표로 하고 있다. 컨소시엄 대표는 15대 국회 광주지역 의원인 이길재씨가 맡고 있다.중소기업·벤처채널을 표방한 컨소시엄은 모두 4개.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자회사인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정부예산 2백억원을 확보해 이미 스튜디오 공사에 착수할 정도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한솔CSN이 주도하는 한솔홈쇼핑도 만만치 않다. 대양이앤씨 KDC정보통신등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75개 업체를 확보했으며 유망 벤처기업 발굴과 판로 확대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한쇼핑TV에는 데이타링크 가로수닷컴 남양알로에 등이 가담하고 있으며 벤처기업 지분이 50%를 웃돌고 있다. 경방과 아이즈비젼의 그랜드컨소시엄인 우리홈쇼핑도 중소·벤처채널을 지향하고 있다.재래시장홈쇼핑은 ‘재래시장 대연합’이라는 이색 명분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동대문·남대문과 지방 농수산물 재래시장등 전국 29개 재래상가가 주축이 돼 프로그램의 40%를 재래시장 제품으로 편성할 예정이다. 금호의 아시아나홈쇼핑은 전국 50여개 지방자치단체들과의 업무 제휴를 통해 지역특산물을 중점 판매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롯데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 빅3의 경쟁도 볼만하다. 롯데는 ‘마트형 홈쇼핑’이라는 컨셉아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산하의 93개 단위 협동조합과 태광산업 유한양행 에이스침대 등으로 ‘디지털 홈쇼핑’이라는 컨소시엄을 구성했다.현대백화점의 연합홈쇼핑에는 갤러리아 부산 대구 동양(대전) 송원(광주) 그랜드백화점 등 백화점업체들이 대거 참여한 게 특징. 여기에 국민은행 다음커뮤니케이션 등을 추가로 영입, 총 61개사가 포진하고 있다. 신세계홈쇼핑은 전국 30개 이마트 점포망을 활용한 물류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컨소시엄 대표로 환경부 장관 출신의 연극인 손숙씨를 영입한 점이 눈길을 끈다.어디가 유력한가관련업계에서는 컨소시엄의 멤버 구성과 사업계획 등을 토대로 5~6곳을 유력후보로 점치고 있다. 농업분야에서는 하나로쇼핑넷과 농수산방송위원회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접전을 벌이고 있다. 중소기업·벤처부문에서는 중소기업유통센터에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1백% 정부출자기관인 만큼 사전에 정부측과 어느정도 교감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재래시장홈쇼핑의 경우 사업 명분이 정부의 재래시장 현대화 방침과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래시장연합측은 재래상가 외에 이렇다할 주주가 없다는 지적에 따라 막판에 세아제강 녹십자 이건산업 국순당 등 이름있는 중견기업을 대거 끌어들이기도 했다. 자본금도 12개 컨소시엄중 가장 많은 5백50억원이다.지난 96년 1차 사업자 선정에서 고배를 마시고 ‘홈쇼핑 재수’를 감행한 롯데의 디지털 홈쇼핑도 유력한 후보중 하나다. 예비사업자들중 가장 많은 4백4개 주주사로 컨소시엄을 구성한 점이 눈에 띈다.오프라인에서 쌓은 유통 노하우를 홈쇼핑에 연결할 경우 시너지 효과 또한 만만찮다는 점도 유력후보로 꼽는 요인이다. 롯데는 LG홈쇼핑 CJ39쇼핑 등 기존업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이번 선정과정에서 최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할인점이 있는 롯데 신세계 등과 달리 이렇다할 신규사업이 없어 이번 채널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실정이다.TV홈쇼핑, 과연 황금알 낳는 거위인가TV홈쇼핑이 매력적인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 첫째는 투자 부담이 그리 크지 않으면서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LG홈쇼핑 CJ39쇼핑 등 기존업체들을 볼 때 3백억∼5백억원 정도만 투자하면 3년후 연간 매출 5천억원은 무난하다는 얘기다. 순이익도 4% 수준으로 유통업체로는 괜찮은 편이다.또 코스닥 시장 등에 상장할 경우 5∼10배의 주가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도 예비사업자들의 구미를 돋우고 있다.그러나 3개 채널이 추가돼 TV홈쇼핑 시장이 모두 5개 사업자로 늘어날 경우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으로 남아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각 업체의 과열 경쟁이 불을 보듯 뻔해 향후 3년내 2∼3개 업체로 재편성될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