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제품 만들기'로 시장점유율 37% 기록 … 생산설비 자동화 등 토털마케팅도 한몫

중부고속도로 음성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10분쯤 달리면 오른쪽에 나지막한 산이 있다. 넉넉하게 팔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 어머니의 품처럼 푸근하다. 이 안에 에이스침대가 자리잡고 있다. 충북 음성군 삼성면 상곡리. 약 15만평에 이르는 넓은 부지. 여러 채의 공장이 들어서 있다. 그중에는 무인자동화공장도 있다. 매트리스가 자동공정에 의해 쉴새없이 가공된다. 천을 자르고 스프링과 충전물을 넣은뒤 꿰맨다. 뒤집어 다시 재봉하고. 모든 공정은 로봇에 의해 이뤄진다. 이윽고 맵시있는 모습의 매트리스가 탄생한다.근처에는 침대공학연구소가 있다. 설비나 인원면에서 세계에서 두번째가는 규모다. 이곳에는 ‘컴퓨맨’이라는 로봇이 있다. 사람 모양과 똑같이 생겼다. 매트리스에 누우면 컴퓨터 화면에 인체 부위별 중량이 나타난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머리 등 엉덩이는 진한 색깔로, 나머지는 옅은 색깔로 표시된다.매트리스에 누웠을 때 어느 부분에 하중이 많이 실리는지 한눈에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결과는 매트리스 제작으로 이어진다. 도대체 잠자는 요와 비슷한 매트리스를 만드는데 왜 이렇게 수십명의 고급인력이 달라붙어 연구를 하고 자동화된 첨단 설비로 제작하는 걸까.‘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광고 히트몇년전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광고문구가 등장했다. 이 광고카피를 듣고 침대는 진짜 가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초등학생이 나와 논란을 빚기도 했다. 바로 에이스침대의 광고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고 믿는다. 가구는 방에 놔두고 옷이나 이불 등을 넣는 곳이다. 하지만 침대는 다르다. 사람은 하루에 3분의 1을 잠잔다. 결국 인생의 3분의 1을 잠을 자면서 보낸다. 한평생 가운데 꼬박 20∼30년을 수면으로 채우는 것이다. 침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준다.매트리스가 너무 딱딱하면 배겨서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는다. 몸이 저리고 깊은 잠을 자기 어렵다. 너무 물렁물렁해도 문제다. 허리통증이 생길 수 있다. 스프링이 약해 주저앉으면 낭패다. 스프링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도 숙면을 취하는데 방해가 된다. 오래 써야 하고 곰팡이가 피거나 냄새가 배어도 안좋다. 이런 복잡한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침대를 제조할 때 수십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과학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다.에이스침대는 이런 침대시장에서 부동의 1위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국내 시장점유율이 약 37%에 이른다. 작년 매출은 1천5백억원. 당기순이익(세전)은 1백20억원에 달했다. 올해 목표는 각각 10% 늘어난 매출 1천6백50억원에 세전이익 1백32억원. 일본 중국 동남아 등 10여개국으로 수출도 한다. 필리핀의 엠파이어게이트사 등으로는 제조기술을 수출하기도 했다.침대는 서양문물의 상징. 입식문화에서 비롯됐다. 그런 제품을 국내업체가 만들어 해외시장에서 인정을 받게 된 것은 창업주인 안유수 회장의 과감한 결단과 도전정신에서 비롯된다.동시에 이재구(65) 사장은 안회장과 호흡을 맞추며 에이스침대가 세계적인 침대업체로 도약하기까지 음양으로 노력해온 기업인이다. 연세대 화공과를 나와 만 40년 동안 가구 목재분야와 인연을 맺었다. 이 분야에서 한평생을 보낸 기업인이다. 61년 대학졸업과 함께 첫발을 디딘 직장은 국내 굴지의 합판 및 목재업체인 대성목재. 한국가구와 선창산업 등을 거쳐 87년 에이스침대의 사장을 맡았다. 에이스침대 사장만 15년째 맡고 있는 장수 경영인이다.가구 목재업체에서 임직원 생활을 하면서 생산 영업 수출 등에서 골고루 일했다. 이 경험을 에이스침대를 경영하면서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현장·매장 돌며 개선점 찾아 반영경영의 핵심은 마케팅 중심. 파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 하지만 잘 팔기 위해선 잘 만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연구개발과 자재조달 생산 유통 등 모든 분야가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토털마케팅 개념이다. 이를 위해 연구 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생산설비를 자동화하고 매장을 고급화했다. 아울러 박상원씨와 같은 믿음직한 모델을 써서 광고를 했다.“소비자가 매트리스 내부를 볼 수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일부 업체는 내부에 천쪼가리를 넣는 경우도 있지요.”이사장은 소비자가 볼 수 없는 부분을 더욱 중시한다. 원가가 2~3배 비싼 고급소재인 폴리록 등으로 안을 채운다. 우직한 방법이지만 그것이 품질을 인정받는 길이라고 확신한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스프링 역시 마찬가지. 강선을 감고 열처리하는 공정도 꼼꼼히 처리한다.이를 위해 항상 현장을 챙긴다. 공장 구석구석을 다니고 매장을 방문하며 살핀다. 종업원이나 고객과 직접 부딪치고 대화하면서 개선점을 찾고 공정에 반영한다.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었으니 더이상 소비자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는 거만함이 그에게는 없다.‘미시적으로 접근하라’는게 경영철학이자 종업원에게 강조하는 말이다. 세밀한 곳에 충실하고 기본을 튼튼히 해야 경쟁력이 나온다는 생각이다. 탐스럽고 달콤한 열매를 맺으려면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가 튼튼해야 하는 것 처럼. (043)878-7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