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저금리에 따른 부작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가운데 이를 방지하기 위한 보완책 논의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오랫동안 저금리 정책을 추진해온 일본이 3월 위기설에 휩싸이고 있고 올들어 두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한 미국도 증시와 경제를 안정시키는 효과에 있어서는 예전만 못한 것같다. 벌써부터 우리나라내에서도 저금리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무엇보다 요즘처럼 국제적으로 장단기 금리간의 차이가 없거나 단고장저(短高長低) 현상이 나타날 경우 성장잠재력 약화와 장기불황이 우려된다. 저금리로 장기투자수단이 매력을 잃음에 따라 시중자금이 단기화·투기화되면서 머니 게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최근 들어 미국을 비롯한 국제금융시장에서 중장기 투자수단으로 알려진 뮤추얼 펀드에서 헤지펀드나 머니마켓 펀드(MMF)와 같은 단기금융상품에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도 이런 각도에서 이해되는 현상이다. 정도차는 있지만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특히 우리처럼 시스템 위기를 극복해야만 하는 국가의 입장에서는 금리인하가 구조조정 의지를 약화시킬 우려가 높다. 정책당국자를 중심으로 금리인하를 구조조정의 보조수단으로 인식하는 시각이 있으나 금융위기국의 경험을 보면 두 수단이 병행된 경우는 드물다. 정책수용층도 이런 시각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오히려 지금처럼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불안하고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금리를 내린다 하더라도 정책당국이 의도한 대로 민간소비와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늘어나지 않는다. 일부에서 ‘우물에 물(돈)이 넘치면 증시와 실물경제에도 들어갈 수 있지 않느냐’는 시각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과거 멕시코를 비롯한 금융위기국들은 성급한 금리인하가 성장둔화하에 물가앙등이라는 스테그플레이션으로 귀결됐다. 최근에 발표된 미국 통계에서도 이런 가능성이 부분적으로 감지되면서 올들어 두차례 금리인하가 성급했다는 시각과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되고 있다.한국도 스테그플레이션 징후 보여1월중 미국의 도매물가지수는 1.1% 증가해 당초 예상 수준을 5배 이상 상회했다. 곧이어 발표된 소비자물가상승률도 0.6%로 나와 지난해 12월의 0.2%보다 높게 나왔다. 반면 당초 호전될 것으로 기대됐던 1월중 산업활동지수는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임에 따라 스테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면서 미국 주가 폭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도 스테그플레이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산업생산은 급격히 둔화되고 있는 반면에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물론 혹한과 폭설에 따른 농산물 가격상승과 같은 특수한 요인이 있긴 하지만 지난해 1월에 비해 4.2%로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더욱이 우리나라는 재정정책면에서 여유가 없는데다 정책에 대한 불신감, 시기적으로 집권 후반기에 놓인 점을 감안하면 최후의 정책수단인 도덕적 설득(Moral Suasion)을 통해 정책수용층의 협조를 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럴 때 실질금리가 1%대에 진입할 만큼 낮게 가져가다 보면 정책당국이 향후 경제주체들의 요구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이 상황에서 대외환경마저 불리하게 돌아갈 경우 우리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갑자기 증폭될 우려가 있다. 그만큼 지금과 같은 우리 경제여건하에서 금리인하는 대외환경에 대한 완충능력을 떨어뜨린다고 볼 수 있다.대표적인 예로 일본을 들 수 있다. 급기야는 지난 주말에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의 하나인 스탠다드 앤 푸어스(S&P)사가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26년만에 하향 조정하는 사태에 이르렀다.이번 조치는 최근 들어 세계 증시의 동반 하락, 터키 금융불안 재연속에서 이루어진 만큼 세계경제나 국제금융시장 측면에서 보면 상당한 의미가 있다. 특히 일본과의 경제관계가 높은 우리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이번에 S&P사의 일본에 대한 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 조치는 한마디로 정치, 경제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출범 초기부터 ‘경제 문외한(門外漢)’으로 알려진 모리 수상이 최근에 연루된 부패스캔들로 신뢰가 더욱 떨어지고 있다.일본경제도 지난해 3/4분기 이후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재둔화 조짐이 역력하다. 동시에 오랜 숙원과제였던 금융시스템이 복원되지 않음에 따라 금융부실 규모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정책면에서도 93년 하반기 이후 계속된 부양조치로 국가채무가 국민소득(GDP)의 1백32%에 달하고 있는데다 금리도 물가를 감안한다면 이미 마이너스 수준이기 때문에 무력화 단계에 놓여 있다.더욱이 일본 국민들은 정부의 어떤 조치에도 반응을 하지 않는 유동성 함정(Liguidity Trap)에 처해 있다. 결국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일본경제는 현상황에서 쉽게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그동안 일본경제는 세계경제에서 일종의 완충역할을 담당해 왔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세계경제에 커다란 영향이 우려된다. 과거의 예로 볼 때 미국경제가 침체세를 보일 때에는 일본경제가 뒷받침해야 세계경제가 안정될 수 있다. 최근처럼 일본경기마저 침체된다면 세계경기의 하락세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특히 일본과 경제관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에 커다란 타격이 예상된다. 올들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경제가 둔화되고 정치불안이 지속되는 것도 일본경제의 침체가 커다란 요인이 되고 있다.금리인하 효과 보기 위한 보완책 필요동시에 이번 조치를 계기로 아시아 국가들의 신용등급 조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여타 아시아 국가를 일본과 동일한 선상에서 평가해왔기 때문이다.엔화 환율은 결산을 겨냥해 해외에 나가 있는 일본기업들의 엔화 송금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3월말까지는 현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보이나 이후에는 1백20엔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국제기채시장에서는 연초에 이어 엔차입 거래(Yen-Carry Trading)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우리 입장에서도 대내외 금리차가 없는 상황에서 원화 가치가 약세로 돌아설 경우 국내에 유입된 외자가 이탈되면서 위기감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올들어 이탈리아에서 처음 열린 서방 선진 7개국(G7) 회담에서도 일본의 이런 가능성에 대한 선진국간의 공조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따라서 통화당국이 금리인하에 따른 선순환 효과를 기대해 보기 위해서는 보완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경제심리를 안정시키고 시중자금이 증시와 실물경제에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 확보돼야 한다. 단기적으로 이런 과제를 마련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특정투자수단(예로 국채)에 자금이 과도하게 몰리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결국 이런 점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는 것이 최선의 금리인하책이자 경기부양책임을 갈수록 조급증이 심해질 것으로 보이는 정책당국자가 유념해야 할 대목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