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혁명으로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 종이서류 대신 전자우편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핸드폰의 문자메시지로 사랑을 주고 받는 시대다. 너무나 빨리 변해 변화가 두려울 정도다. 이 정도면 변화의 물결이 마무리돼 간다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본격적인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미국 MIT에서 간행하는 과학기술 전문 격월간지 테크놀로지리뷰 최신호는 스마트태그를 소개해 우리의 생활을 바꿔놓을 또 한차례의 유통 및 생산혁명을 예고하고 있다.2010년 어느 맥주공장 생산라인. 컨베이어 벨트 위를 움직이는 한 맥주병에 고유의 식별번호가 부여된 소형 태그가 부착된다. 태그는 부착되자마자 맥주회사의 사이버스페이스로 메시지를 보낸다. 바코드 대신 부착된 태그는 맥주회사의 웹사이트에 신호를 보내 병의 위치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맥주회사는 이 신호에 의해 물류기지를 거쳐 소매점에서 소비자의 냉장고에 이르기까지 개별 맥주병의 위치를 추적한다. 소비자가 냉장고에서 그 맥주를 마시는 순간 맥주회사에 경보가 전달돼 새로운 맥주를 만들어 빈자리를 채운다.개별 상품마다 고유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스마트태그 기술이 실용화를 앞두고 있다. 현재 상품에 부착돼 널리 쓰이는 바코드에는 상품명, 제조일, 제품모델 등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 반면 스마트태그에는 실리콘 칩이 부착돼 있어 개별 상품을 식별할 수 있는 고유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바코드는 상품의 모델만을 구별할 수 있지만 스마트태그는 같은 모델 안에서도 개별 상품을 식별할 수 있다.스마트태그의 역사는 꽤 오래됐지만 가격 때문에 실용화할 수 없었다. 개별상품 정보를 담으려면 실리콘 칩이 필요하고 전파를 발신하려면 안테나가 필요한 데다 칩에 전원까지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가격장벽은 기술에 의해 극복되게 마련이다. 스마트태그 역시 예외가 아니다. 가격과 함께 스마트태그의 공급을 위해 해결해야 할 또다른 과제는 태그와 웹과의 연계성이다. 개별 상품에서 발신하는 정보의 양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이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과 상품정보를 입력하는 표준이 필요하다. 현재 MIT주도의 산학 협동 컨소시엄인 오토아이디센터에서 스마트태그의 표준 수립을 주도하고 있다. 오토아이디센터는 태그에 저장할 정보의 형식과 내용을 지정한 전자상품코드(Electronic Procduct Code)를 개발해 11개 회원사와 함께 시험운영하고 있다.질레트 같은 회사는 스마트태그를 이용해 소비자들의 가정에서 자사 상품 사용 행태를 추적하는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능형 냉장고에서 태그가 부착된 상품을 모니터 하고 개개인의 음식 선호도 및 소비상황을 파악해 냉장고의 음식이 줄면 냉장고 스스로 쇼핑스케줄을 잡아 필요한 식료품을 주문한다.마케팅 담당자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 상품구매 시점이 아닌 실제 소비시점을 상품별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런 정보를 신용카드 구매 내역과 결합할 경우 개개인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A라는 사람은 맥주를 X회사의 땅콩과 함께 마시고, B는 맥주를 마실 때 주로 Y회사의 오징어를 먹는 사실까지 알아낼 수 있다. 어떤 맥주를 주로 마시는지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한 병만 마시는지 한번 마시면 코가 비틀어질 때까지 마시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각 소비자의 일상생활정보가 기업의 컴퓨터에 상세하게 저장되는 시스템은 천사인 동시에 악마이다. 생산효율의 극대화와 편리한 생활을 제공하는 천사의 얼굴과 개개인의 일상생활의 완전 노출이라는 악마의 얼굴을 모두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