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투입 등 정부 대처능력 늦어 … 경제주체 인식 전환 시급

최근 일본경제가 또다시 흔들리면서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악화된 재정상태와 부실채권 처리문제 등으로 인해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실정이다.이렇게 일본경제가 처참한 상황까지 도달한데는 무엇보다 일본 정부의 금융개혁에 대한 대처 능력 부족과 재정지출 일변도의 경기부양책 추진만을 고집한 데에 기인하고 있다.지난 98년 하시모토 전 정권은 장기침체에 빠진 일본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금융개혁을 단행했다. 이른바 금융빅뱅으로 불리는 이 개혁조치는 일본 정부가 버블붕괴로 야기된 경기침체와 금융불안(부실채권 처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겠다는 획기적이고 역사적인 시도였다. 하지만 당시 일본경제는 97년 하시모토 정권에 의해 추진된 소비세율 인상(3%→5%)과 특별감세조치 폐지, 재정구조개혁법 제정 등으로 이미 최악의 경제상황에 돌입한 상태였기에 개혁을 추진할 여력이 부족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부실채권의 조기처리를 핵심과제로 하는 금융개혁을 추진했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금융개혁의 첫 단계로 국내외 자본거래를 자유화하는 개정 외환관리법을 실시하고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업종간의 상호진입을 자유화함으로써 금융시장의 공동화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또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정보공개와 부실채권의 조기처리를 위해 금융회생 토털플랜을 추진하면서 일본판 정리회수기구를 설립했다. 금융기관의 경쟁력 약화와 경영 정보의 불투명성을 야기시킨 대장성(현 재무성)의 호송선단식(convoy system) 행정을 폐지하는 등 과거 관행으로 여겨오던 일본식 금융시스템의 틀을 재구축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일본중앙은행을 통해 금융완화정책(금리인하와 국채증발 등)을 추진해 기업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처리를 촉진시킴으로써 연쇄적인 도산 사태를 억제하는데도 주력했다.늦어진 개혁, 부정적 효과 더 많이 파생하지만 이런 일본 정부의 개혁조치는 정부를 비롯한 민간 경제주체, 즉 기업과 금융기관이 아직 일본식 사고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한 상태에서 추진돼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일례로 금융부패의 산실인 대장성 개혁을 둘러싸고 정부 부처간의 이해관계는 더욱 악화돼 결국 아무 결과도 얻지 못하고 정치적 혼란만 가져왔으며 계속되는 금융완화정책과 공적자금 투입은 금융정책의 유효성을 낮추고 기업과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는 원인이 됐다.이와 같이 일본의 금융개혁 추진은 아직 속단할 단계는 아니지만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를 더 많이 파생시켰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금융개혁 자체가 당시 일본의 경제상황에 비춰 볼 때 너무 늦게 추진되기도 했지만 정책적 대립으로 인한 개혁 지연과 경제주체들의 인식 전환 부족 등이 불러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결과는 재정적자 해소와 고령화 문제 등 일본경제의 현안과제와 맞물려 일본 정부의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킴으로써 정상적인 경제운영을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최근 한국의 금융개혁 전개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일본의 문제가 한국에서도 재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의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금융부문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기업과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듯하다. 더욱이 상대적으로 외국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를 감안할 때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일본의 금융개혁 부진에 따른 경기침체 현상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선례라는 측면에서 다행스런 측면도 있다. 우리는 일본의 경험을 교훈 삼아 정부를 비롯한 경제주체들이 신속한 의사 결정과 올바른 인식 전환을 바탕으로 현재의 금융불안을 지혜롭게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