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톱이 잘리다.” 2년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기제품 업체인 미국 선 빔사의 회장겸 사장인 알 던랩씨의 해임을 전하는 신문기사 제목이다. 나무를 자르는 전기톱이 오히려 잘렸다니 당연히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알 던랩이란 사람은 미국에서 종업원을 가장 잘 해고 하는 사람으로 유명했다. 종업원을 잘 잘라내는 사람이란 뜻에서 전기톱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그는 지난 67년 스털링 펄프 앤드 페이퍼사의 경영을 시작으로 지난 96년까지 어려움에 처한 8개의 회사를 차례로 맡아 이들 회사를 잘 살려낸 전설적인 인물이다.특히 지난 94년 많은 적자로 위기에 몰린 화장지 메이커 스캇 페이퍼사를 맡아 단 1년만에 흑자회사로 변화시켜 주목받았다. 그는 취임하자 마자 종업원 감원 계획을 마련, 1년안에 고위관리직 70%를 포함해 전체 고용원의 35%인 1만1천2백명을 잘라내며 과감한 경영혁신을 시도, 2년만에 흑자회사로 바꿔 놓았다.이러한 그의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 96년 선 빔사의 회장겸 사장으로 발탁됐다. 선 빔사의 경영을 맡아 그는 예외없이 종업원을 과감히 해고하며 경영혁신을 시도했으나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자신이 오히려 해고되는 비운을 맞았다. 그가 선 빔사에서 비운의 해고를 당한 것은 너무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성과를 노려 무리수를 둔 것이 원인으로 알려졌으나 그의 해고 전략 자체는 지금도 평가받고 있다.지난 경제 위기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이제 신축적인 고용제도가 도입되고 여러 분야에서 종업원의 감원과 해고가 피할 수 없는 새로운 경영전략의 하나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아직까지 해고의 전략과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채 주먹구구식 해고에 나서 많은 부작용을 빚고 있으며 꼭 필요한 해고를 제때에 단행하지 못해 기업이 더욱 부실화되고 전체 경제에 불안을 안겨주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올들어 미국 경제가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연초부터 많은 기업들이 감원 계획을 발표하고 실제로 많은 해고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미국 경제의 저력은 바로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신속하게 종업원을 줄이거나 늘릴 수 있는 시스템과 매우 합리적인 전략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급격한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선 필요에 따라 종업원을 신속하게 줄이거나 늘릴 수 있는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경제 현실이 냉엄해 경제환경의 변화에 따라 쓸모없이 된 인력을 제때에 정리하지 못하거나 필요한 인력을 제때에 확보하지 못하면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을 포함, 많은 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이제 해고는 피할 수 없는 경영전략의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전기톱이 잘리듯이 기업에 도움을 주지 못하면 누구나 해고당할 수 있다. 나만이 해고당한다거나, 나는 절대로 해고당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고용주나 고용원이 다같이 납득하고 이해하는 해고 전략과 해고 기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알 던랩은 감원할 경우 고위직부터 시작해 노조를 설득하고 회사의 경쟁력 유지에 꼭 필요한 부서와 필요치 않은 부서를 엄격히 가려내어 해고 대상자의 반발을 무마하고 남는 사람들의 사기를 높여주는 아주 효율적인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려운 경영전략 중에서도 해고 전략은 가장 어려운 일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