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유망한 벤처 골라 컨설팅·자금 등 종합 지원 … 관련업계 “누가 선정될까” 촉각 곤두

정부가 글로벌 벤처 1백개를 선정, 집중육성한다. 이른바 벤처 영웅 1백개 만들기 프로젝트(가칭)다.최근 중소기업청(이하 중기청)이 중심이 돼 마련중인 이 벤처 지원 프로젝트는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중견급 이상의 벤처기업들중 1백개를 선정, 무역진흥공사 등과 함께 해외진출을 위한 컨설팅에서 자금에 이르는 모든 것을 패키지로 묶어 신속하게 종합 지원하는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이 프로젝트는 될성부른 떡잎(벤처)을 골라 집중육성해 고사위기에 처한 벤처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를 통해 재벌 등 대기업 위주의 국내 경제구조를 벤처기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중기청에 따르면 벤처기업은 지난 2월말 현재 9천4백여개에 달한다. 벤처기업이 지난 98년부터 본격적으로 설립됐다고 볼 때 가히 폭발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이들 벤처기업은 그동안 35만명의 고용창출을 했고 지난해 말 현재 GDP의 8.4%(1999년 4.8%)를 차지할 만큼 급성장했다. 재계는 이같은 추세라면 벤처기업들의 위상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그럼에도 정부가 특별한 프로젝트를 마련해가면서까지 벤처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김대중 대통령은 최근 국가경제의 위기는 재벌위주의 국내경제구조가 낳았다고 믿고 있다”며 “김대통령은 재임중 경제구조를 바꾸기 위해 대안으로 벤처기업 육성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김대통령은 이를 위해 관련부처에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획기적인 대안을 내놓도록 여러 차례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이에 따라 정부는 똘똘한 벤처기업을 집중 육성해 이들을 중심으로 벤처기업 기반을 다지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나온 게 ‘글로벌 벤처 1백개 선정·육성 프로젝트’다. 정부는 이 프로젝트 추진에 앞서 사전 정지작업 차원에서 범 정부부처 협의기구인 ‘벤처기업정책협의회’를 구성했다. 정부부처간 벤처지원 정책 중복을 사전 조정해 나가기 위해서다.정부의 ‘글로벌 벤처영웅 선정프로젝트’와 유사한 프로젝트는 이미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국제산업협력재단에서도 나왔다. 이 재단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유망 중소·벤처기업 1백개 육성사업’을 적극 시행하기 위해 3월7일 삼일회계법인, 산은캐피탈, Penn-Capital Korea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는 경제구조 개선을 주목적으로 하는 정부의 프로젝트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글로벌 벤처영웅 1백개 선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중기청은 이의 구체적인 내용을 3월중 공고한 후 신청이 들어오는 벤처기업들을 대상으로 심사위원회의 정밀심사를 거쳐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문제는 이들 1백개 벤처기업의 선정기준이다. 중기청은 일단 해외진출에 대한 경쟁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일정 규모에 이르는 중견급을 대상으로 한다는 윤곽만 그려놓고 이를 심사위원회의 최종 결정에 맡긴다는 구상이다.선정되기 위한 로비전 치열할 듯이와 관련, 학계에선 “벤처기업들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 옥석을 가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중견급 이상의 벤처들 중엔 재벌기업이나 재벌오너 등이 간접 투자한 기업들이 많아 자칫 나중에 재벌의 계열사로 전락되는 벤처만 키워낼 소지가 많다”고 우려한다.뿐만 아니라 정부의 프로젝트에 선택받은 벤처기업들의 경우주가 급상승이 예상돼 일부 벤처들이 이를 노리고 정부 등에 온갖 로비를 벌여 경우에 따라선 특혜시비도 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선정되기 위한 로비전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한국정보기술연구원 이인찬 박사는 “정부가 우수한 벤처기업들을 선정할 수 있는 효율적인 메커니즘 툴(Tool)도 없는 상태에서 인위적으로 1백개의 벤처를 뽑다 보면 무리가 생길 수 있다”며 “정부는 차라리 벤처기업들의 연구개발 지원 등 기초적인 부문에서의 효율적인 지원책을 제시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