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중심 3~4% 저성장 유지… 원화가치 동반하락시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우려

장기복합불황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일본경제는 세계경기의 후퇴 가능성과 금융시스템의 불안 등으로 인해 또다른 위기를 맞고 있다. 엔화가치는 20개월만에 최저치인 1백20엔대를 기록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대외 의존적인 국내 경제구조를 감안할 때 이러한 일본 경제와 금융시장의 불안은 국내증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미 달러강세 고수…엔화 추가하락 불가피일본경제는 지난해 1분기 2.4%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침체국면에서 벗어나는 듯 했으나 2분기 상승세가 둔화된데 이어 3분기에는 마이너스 0.6%를 기록,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4분기에는 GDP성장률이 경기후퇴를 의미하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성장에서는 벗어났지만 1월 산업생산이 전월대비 마이너스 3.9%로 93년3월 이후 최대의 하락률을 기록하는 등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특히 전체 GDP의 55%를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른 부도율과 기업 구조조정의 부진으로 인해 회복될 조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또한 98년 이후 3년 연속 10조엔을 상회하는 흑자를 기록해 왔던 무역수지도 지난 1월에는 미국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의 경기둔화로 인해 4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반전되는 등 실물경제지표의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과다한 재정적자로 인해 정부의 전통적인 경기부양책이 한계에 도달해 있다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상존해 있는 가운데 금리가 이미 제로 수준에 근접해 있어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이같은 일본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최근 진행중인 엔화의 약세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정부가 수출 확대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엔화 약세를 용인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달러약세로 인한 자본이탈과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급속한 경기위축을 방어하기 위해 달러강세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엔화가치의 추가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수출의존도가 37%에 달하고 있는 한국경제로서는 수출상품의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의 통화가치 하락이 국내기업들의 수출감소로 나타나면서 경제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엔화약세가 원화가치의 동반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증시에 참여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금이탈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따라서 최근 일본경기와 금융시스템의 불안으로 인해 파급되는 엔화가치의 하락은 국내경제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과거 보여준 KOSPI와 엔/달러 환율간의 높은 상관관계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98년 외환위기 이후 자유변동환율제의 도입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엔/달러 환율과 동조화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엔/달러 환율의 변동이 국내 수출에 미치는 상관관계가 약화되고 있어 엔화약세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은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또한 일본의 경우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불과한 반면 국내의 경우 이 비중이 40%에 육박해 내수부문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수출 중심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국내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일본에 비해 다소 우위에 있다는 점에서 최소한 3~4% 정도의 저성장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경기회복을 위한 정부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면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일본과 같은 경기침체국면을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