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만해도 쓸만한 외국 프로그램은 한글버전을 찾기 힘들었다. 한국 등 동양권 버전은 2바이트 개발이 별도로 필요하기 때문에 시장규모가 어느 정도 형성되기까지는 한글화하지 않았다. 그래서 해당 기업의 CEO가 방한하면 의레 묻는 것이 “한글버전은 언제 나와요”였다.이런 점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최인숙(39) 윈도 개발부 부장은 중요한 위치에 있다. 최부장이 이끄는 윈도 한글화 개발팀 20여명이 조그만 게으름(?)을 피워도 한글 버전의 출시가 늦어지기 때문이다. 윈도팀은 지금까지 윈도미(ME), 윈도2000 한글버전을 출시했고 조만간 윈도 XP 한글버전도 내놓을 예정이다.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든 제품은 영문판과 동시에 한국판이 출시된다. 이는 영문판과 동시에 30개 언어로 개발되기 때문이다. 한글판의 경우 개발 기간을 3년으로 잡는다. 전반기 1년6개월은 한글화에 필요한 스펙을 제공하고 후반기 1년6개월은 프로그래밍 관리, 테스트를 한다. 윈도미의 경우 미국과 동시에 한글판이 지난해 9월 출시됐다. 최부장이 이끄는 윈도팀이 3년전부터 한글화 작업을 시작한 결과다. 최부장은 “개발자 버전이 나가기 전에 한글화 개발에 들어간다. 과거에는 소스 코딩 프로그래머가 국내에 있어 한글버전 출시가 늦었지만 지금은 현지(미국)에서 국내 개발자들이 개발하기 때문에 거의 동시에 진행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차세대 운영체제인 윈도XP 한글 버전을 개발하고 있다. 이 제품은 3월말에 베타2가 출시되고 4월 중순까지 1천개 사이트에 배포돼 본격적인 테스트 작업에 들어간다. 정식 버전은 오는 10월께 미국과 동시에 출시될 예정이다.최부장은 87년 마이크로소프트가 현지법인을 세우기 이전부터 인연을 맺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제와 운명을 같이 해 ‘운영체제 우먼’으로 통한다. 초창기 도스, 바이오스에서 최근의 윈도XP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운영체제가 없을 정도다. 한때 고객지원부에서 2년간 외도한 적도 있지만 지금까지 운영체제 플랫폼 개발자로 자리를 지켜왔다.최부장은 개발자로 특히 한글화 개발은 기술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용자의 요구, 시장의 환경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단순히 한글로 바꾼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부장은 “여성 엔지니어도 마켓을 읽는 힘이 필요하다. 주어진 일만 몰입할 것이 아니라 개발된 제품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 마켓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최부장이 개발 엔지니어가 아닌 개발 팀 매니저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개발자로서 고객과 시장을 보는 눈을 가졌기 때문이란 게 주위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