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통달로 상하 연결, 업무 혼란막고 불협화음 해소 ‘든든한 허리’돼야

회사 조직시스템이 변한다 해도 과장의 존재 가치는 상사와 후배직원들 중간자로 여전히 중시되고 있다.‘거멀못’. 떨어져 있는 두 사물을 연결시켜주는 물건이다. 회사라는 조직에도 거멀못이 있다. 과장이다. 비록 조직시스템이 변하고 역할이 바뀐다고 해도 과장의 존재 가치는 역시 상사와 후배직원들 중간에서 간극을 메워주는 역할이 가장 돋보인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과장을 ‘낀 보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위아래의 눈치를 모두 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의 큰 허리는 역시 과장이고 허리가 튼튼해야 몸이 바로 선다. 임원들이나 직원들이 과장을 중요하게 지켜보거나 많은 기대를 거는 것도 그 때문이다.임원들이 펴는 과장론업무 능력·부하직원에 대한 애정 겸비해야평직원으로 시작해 기업의 ‘별’이라는 임원으로 승진한 사람들은 과장의 역할에 대해 다른 어떤 직위보다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 체험에 근거해 과장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며 자기연마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는 충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과장이 중간관리자라는 점 때문인지 조직내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과장의 중요성과 그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LG전자 인사·노경팀장인 한만진 상무는 “조직구성원의 최일선 접점에서 파트너십을 발휘하는 계층이 과장”이라며 “업무와 부하직원들에 대한 애정과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하직원과 과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한상무는 “동료사원들이 ‘뭔가 배울 것이 있다’ ‘나를 키워줄 열정이 있고 방법도 알고 있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과장은 직원들에게는 카운셀러·컨설턴트·헤드헌터로서의 역할을 통해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스스로 동화돼 자발적으로 참여토록 유도하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바람직한 과장의 자질로 “책임감, 신뢰성, 창의력, 도전성, 협조와 양보의 미덕 등을 갖춰야 한다”는 게 한상무의 덧붙인 조언이다.유한킴벌리의 김상경 상무는 “중간관리자로서 과장은 우선 자신의 실무에 완전하다 싶을 정도로 통달해야 하며 부하직원과 상사의 중간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잘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김상무는 “조직내 부문간은 물론 부서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과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과장은 커뮤니케이션 테크닉에 대해서도 숙달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업무처리에 혼란이 없고 업무상의 괴리나 불협화음도 없다는 것이다. 김상무는 또 “팀제 도입 등 조직개편으로 후배는 있되 부하가 없는 역할관리자로서의 과장이 많아졌다”며 “수평적으로 축소됐을지 몰라도 수직적으로는 업무를 더 깊이 파고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외국계기업도 과장의 역할을 중시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최익주 상무는 “(과장은)군대로 치면 중고참 내지는 상병급으로 위아래를 연결시키는 조장”이라며 “전체를 리드하면서 자신이 솔선수범 해야 하는 위치”라고 말했다. 때문에 경영진의 입장에서 보면 생각은 임원같이 하고 행동은 말단같이 하는 과장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최상무의 설명이다. 최상무는 또 “과장이 되면 한시라도 빨리 자신의 지식과 정보를 아랫사람에게 전수하고 스스로 동기부여를 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과 투자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사원들이 보는 과장론초보 관리자보다 베테랑 관리자 원해사원들로서는 시점의 차이가 있더라도 언젠가는 거쳐야 할 자리가 바로 과장이다. 때문에 과장을 반면교사로 바라보는 사원들의 ‘과장론’도 예사롭지 않다. 과장으로 승진하기 전까지 자주 어울렸던 신참과장이라면 기대치는 더욱 높아진다. 특히 팀제를 도입한 일부회사의 경우 과장의 역할이 다소 변했지만 ‘그래도 과장은 과장’이라며 중간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았다.M사의 서모씨는 “팀제 도입 등으로 요즘의 과장은 과거의 과장보다 위상이나 근무환경이 열악해진 것 같다”며 “초급관리자로서의 과장보다 전문가로서의 과장, 유연한 사고와 리더십을 가진 예비관리자로서의 과장 역할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중공업의 고모씨도 “과장은 기업에서 가장 작은 조직의 리더지만 업무에 대한 전문지식을 꿰고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으면 한다”면서 “항상 솔선수범하는 과장이면 좋겠다”고 말했다.중간관리자로서 과장의 소신이나 상사로서의 기본적인 자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S정보기술의 정모씨는 “위로 상사들이 줄줄이 있어 소신을 펴지 못하는 과장은 도움이 안된다”며 “윗 상사나 타부서에 대해 과나 소속 사원들의 권리와 이익을 대변하는 소신있는 과장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Y금고의 김모씨도 “업무는 뒷전인 채 권위적이며 무식한 상사는 피곤한 존재”라며 “자신의 부하들을 아끼고 키워주는 과장이 정말 필요한 존재”라고 말했다.‘김대리사이트’에서 엿본 과장론책임감 있고 부하 챙기는 과장 ‘좋아좋아’“조직개편 등으로 리더십이 흔들리는 시대인 만큼 과장의 인간성이나 카리스마 같은 것보다 능력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과장의 능력이 조직내에서 인정돼야 위상정립이나 원활한 역할수행도 가능하며 조직의 안팎으로도 득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입니다.” ‘직장인 기 살리기’를 슬로건으로 내건 김대리 사이트(www.kimdaeri.co.kr) 장동혁 기획팀장의 말이다. 이 사이트의 한 회원이 과장으로 진급하면서 받은 ‘존경받는 상사가 되는 법’이라는 과제물을 회원들에게 문의했는데 이에 대한 2백40여개의 답변을 추려 나름대로 정리한 골자다. 회원들이 직접 회사에서 겪는 생활을 토대로 한 생생한 내용이다. 이를 ‘좋아요(존경받는 과장)’와 ‘싫어요(존경받지 못하는 과장)’으로 간략하게 재정리했다.● 좋아요- 뛰어난 업무능력, 강한 책임감 - 독해도 똑똑하고 일 잘하면 ‘따봉’. 책임 질줄 알고 부하를 챙기는 과장이라면 ‘더더욱 좋아라’.- 업무·직원에 대한 열정과 비전을 갖고 노력하는 과장 - 승진했어도 신입사원처럼 열정적으로 근무하고 항상 자기계발에 힘쓰면 ‘모범과장 OK’.- 인간미·여유가 있고 대화를 즐기는 상사 - 따뜻한 말 한 마디에 ‘어깨 쫘~악’.- 리더십과 합리적 사고 - 공사 구분은 ‘칼’. 솔선수범, 당당하게 실적으로 승부하면 ‘멋져’.- 정보공유 및 업무지식을 잘 전수하는 과장 - 동고동락. 키워준다는데 누가 싫어해! 잘 챙기면 ‘믿고 따른다’.- 직원을 신뢰하며 밖으로는 방패과장 - 칭찬은 크게, 질타는 조용히. 부서·사원보호에 앞장서면 ‘듬직해요’.● 싫어요- 권위주의형 - 솔선수범은 없다, 직급이 깡패라고? ‘No!’.- 정보독점형 욕심쟁이과장 - 혼자 잘 살겠다고? ‘흥!’.- 아첨·독단형 과장 - 손금이 없거나 외곬은 ‘정말 피곤해’.- 갈대과장 - 줏대 없이 흔들리거나 감정기복이 심하면 ‘나 어떻해’.- 말을 막하는 과장 - 무심코 뱉은 말은 비수가 돼 가슴에 ‘팍’… ‘복수할거야’.- 직원을 편애하는 과장 - 뭐 먹었나? ‘니들끼리 잘해봐!’.- 책임을 회피하면서도 잘난 척 하는 과장 - ‘과장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