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가동률·중대형차 판매비중 개선 전망밝아 … 현대차 적정주가 2만5천원선

지금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혼돈 속을 달리고 있다. 대우차의 도산과 국내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 그리고 해외 경쟁업체들의 국내 진출 등 향후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기업가치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불확실한 요인들이 산적해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어떤 경쟁력을 갖고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기업가치 평가에서 가장 신뢰할만한 것은 해당 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그로 인한 시장점유율 확대이다. 이것이 지속적인 요인이고 훗날 거짓없이 실적 호전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현대차의 경우 98년 0.6%에 불과하던 미국 시장 점유율이 99년 0.9%, 2000년 1.4%로 상승했고 2001년부터는 산타페를 투입하면서 2월 현재 1.8%까지 올라 섰다. 향후 미니밴 시장까지 진출할 것으로 보여 수출비중 31.9%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2.1%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한편 수출비중 32.9%의 서유럽에서는 2001년 2분기부터 동 시장의 32.6%를 차지하고 있는 디젤자동차 시장에 진출하고 2002년에는 동 시장의 24.2%를 차지하고 있는 1천3백cc급 소형 승용차(월드카)를 투입하는데 힘입어 점유율이 현재 1.5%에서 2.3%로 상승할 전망이다.한국에서의 자동차 생산은 원가경쟁력 면에서 일본보다 38%, 미국 유럽보다 20% 정도 우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99년 이후 내수시장에서의 레저용 차량(RV)에 대한 수요 급증세로 인해 국내 업체들이 다양한 RV를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그 결과 국내 자동차 업계의 가격경쟁력이 해외시장에서 소형승용차 뿐 아니라 레저용 차량 시장에서까지 발휘될 수 있게 됐다. 현대차의 경우 미국시장의 49.1%를 차지하는 레저용 차량 부문의 점유율이 없었는데 2001년 0.7%로 상승하고 현대차, 기아차가 플랫폼을 통합해 더욱 다양한 모델을 출시하게 되는 2005년에는 1.3%로 상승할 전망이다.품질 인식 확산 미국시장 점유율 상승 가능또하나의 성장 요인은 품질 인식의 확산이다. 미국자동차딜러협회(NADA)가 조사한 딜러만족도는 98년 22위에서 2000년에는 6위로 상승했다. 가격경쟁력을 감안하면 충분히 팔아볼 만한 자동차라는 것이다. 앨리슨 피셔(Allison-Fisher)가 조사한 현대차에 대한 구입 의향도 98년말 1.0%에서 2000년말 2.6%로 상승해 향후 미국내 현대차 시장점유율 상승 가능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먼저 미국시장에서 현재 점유율 상승을 즐기고 있지만 그것이 99년 품질보증기간 확대로 시작됐으므로 결국 2002년 이후 무상수리비용의 확대를 우려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품질보증 충당금을 충분히 쌓고 있어 추후 손익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둘째, 미국 및 세계 경기의 둔화로 당분간 자동차 수요가 위축될 것이고 자동차 업체들도 생산 능력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가격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다행스런 것은 이렇게 어려운 기간에 원화 절하로 수출 채산성이 보호된다는 것이다. 원화절하 뒤에는 엔화 절하가 동반되지만 자동차의 경우 일본 업체들과 대상 고객들이 달라 심한 가격경쟁을 피할 수 있다. 현대차의 경우 2001년 수출비중은 전년비 3.4%포인트 상승한 59.5%로 예상되는데 이렇게 수출비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원화 약세로 수출 채산성이 개선되고 있다. 현대차의 순외환 노출분은 25억달러 정도로 추산되며 달러당 50원 절하될 경우 주당순이익은 9.7% 증가한다.셋째, 대우차가 해외 매각될 경우 해외업체들의 국내 진출에 따른 현대차, 기아차의 내수 점유율 하락 가능성이다. 그러나 한국 업체들은 내수시장에 우선 순위를 둘 수 있어 해외업체들보다 국내 소비자들의 기호에 알맞은 모델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해외업체들은 국내 부품업체들이 그들이 추구하는 개념의 부품을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어 부품의 상당부분을 수입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해외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다.따라서 그들은 이윤이 높은 차종의 틈새시장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고 심각한 내수시장 잠식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오히려 그동안 대우차와 벌여 왔던 출혈경쟁이 사라져 수익성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현대차의 경우 내수에서의 판매할인율이 1% 낮아지면 주당순이익이 7.4%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국내시장에서 먼저 해외업체와 경쟁해 보는 것은 해외시장 공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가격 경쟁력 약화, 해외차 내수 잠식 희박자동차 업체들의 수익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두가지 요인은 설비 가동률과 중대형차 판매비중인데 해외시장 점유율 상승과 함께 이들 요인이 개선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설비 가동률이 2002년까지 84.9%, 그리고 2005년까지는 완전가동률로 여겨지는 90%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북미 레저용 차량 시장 개척으로 중대형 승용차 판매 비중도 2000년 58.7%에서 2002년 62.7%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한편 98년 발행했던 고금리 회사채 (15∼20%) 가 2001년 중반 연이율 8∼9%의 저금리 회사채로 차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현대차의 주당순이익은 2000년 2천8백53원에서 2001년 3천1백28원, 2002년 3천8백47원으로 증가할 예상이며 2005년에는 4천6백27원에 이를 전망이다.해외 경쟁업체들과의 비교를 통한 적정주가는 2만5천4백원 정도이다. 또한 이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현대차의 현재 주당 순자산 가치는 2만2천6백원인데 여기에 현대차의 초과이익 창출 능력을 더하면 적정주가는 2만8천8백원이다. 만일 현재 국내 시장 상황을 반영해 2001년 국내 제조업 평균 EV/EBITDA 4.5배를 적용하면 2만5천원이 적정 수준이다. 이를 종합해 보면 현대차의 적정주가 수준은 2만5천∼2만8천8백원으로 파악되며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요인들이 하나씩 걷혀 갈수록 주가는 이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생각된다.한편 현대차 주가가 2만5천원일 때 기아차의 적정주가는 1만2백원 정도로 판단된다. 그러나 아직 현대차의 역량에 못 미치므로 다소 할인 요인이 있음을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