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련의 젊은 감독들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일상을 두 가지의 상이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하나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designtimesp=20868>처럼 누구도 눈여겨 보지 않는 하찮은 것들을 정밀하게 소묘해 일상이 가진 진정성을 경배하는 시선이다. 또다른 하나는 일상을 획일적이고 지루한 도시적 삶으로 매도하면서 그로부터 탈출을 꿈꾸는 것이다. 이 경우 만화적 상상력과 온갖 황당무계한 해프닝들로 인해 일상의 모습은 구겨지고 왜곡되지만 두 시간의 유흥을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이보다 더 통쾌한 즐거움은 없을 것이다.야구치 시노부의 <아드레날린 드라이브 designtimesp=20871>는 후자의 시선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영화다. 줏대도 없고 소극적이기만 한 렌터카 회사 직원 스즈키는 우연한 사고로 그만 야쿠자 중간보스 구로이와의 자동차를 들이받는다. 스즈키는 야쿠자 사무실로 끌려가 협박받지만 우연한 가스 폭발 사고로 야쿠자는 전멸하고 거금 2억엔이 들어 있는 돈가방만 남는다. 근처를 지나가던 뿔테 안경의 간호보조원 시즈코가 이 광경을 목격하고 두 사람은 중태에 빠진 구로이와를 병원에 입원시킨 후 2억엔을 놓고 고민한다.뜻밖의 행운에 어리벙벙하기만 한 두 사람.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의식이 돌아온 구로이와가 부하들을 시켜 스즈키와 시즈코를 뒤쫓게 하고 둘은 돈 가방을 들고 도주길에 나선다. 신혼부부로 위장한 스즈키와 시즈코는 최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구로이와의 멍청한 부하들이 등장하면서 사건은 꼬여만 간다. 거기에 목발을 짚고 병원을 탈출한 구로이와가 가세하면서 스즈키와 시즈코는 쫓고 쫓기는 긴박한 상황에 내몰린다.지난해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아드레날린 드라이브 designtimesp=20876>는 시종일관 우스꽝스런 과장과 만화적 상상력으로 일관한다. 하지만 <돈을 갖고 튀어라 designtimesp=20877>류의 이 코미디는 일상을 완전히 외면해 버리지는 않는다. 영화감독 이전에 만화가였던 야구치 시노부의 날카로운 시선은 일상에서 포착된 시시콜콜한 요소들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라본다.무시무시한 야쿠자 보스는 오줌도 제대로 누지 못해 쩔쩔 매고 돈가방을 갖고 튄 도둑이 심장 경련으로 쓰러지자 직업정신이 투철한 시즈코는 응급조치로 그를 살려내며 그 자신이 도둑이나 다름없는데 우수 시민으로 표창도 받는다. 하지만 이런 설정들은 단지 황당하다기보다 일상을 비틀어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신선한 웃음을 제공하는 날카로운 풍자의 힘을 보여준다.올해 34세인 야구치 시노부는 이 영화 외에도 <비밀의 화원 designtimesp=20882>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받은 바 있다. <비밀의 화원 designtimesp=20883>은 지난 99년 국내에서 <산전수전 designtimesp=20884>으로 리메이크 된 영화로 <아드레날린 드라이브 designtimesp=20885>에 이어 곧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