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팔아라’. 델 컴퓨터(www.dell.com)의 회장 마이클 델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직원들에게 던지는 말이다. 이같은 본사 회장의 경영방침을 따라 지난해 한국시장에서 지휘봉을 잡은 김태술 델 컴퓨터 신임 한국지사장은 요즘 컴퓨팅 인프라 시장에 불어닥친 불황을 ‘타개’가 아니라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한다.“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경기가 안 좋을수록 델의 제품은 더욱 경쟁력을 얻게 됩니다.”기업이든 개인이든 주머니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할 수 있는 데까지 비용을 줄일테지만 꼭 필요한 제품은 이왕이면 싸고 같은 값이면 서비스가 좋은 제품을 찾게 마련이란 얘기다.바로 이런 이유에서 델은 고객의 주문에 따라 제품을 제작해 직접 배달하므로 유통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뿐 아니라 그만큼 고객과 가까워질 수 있어 만족스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김지사장은 설명한다.실제로 한국델은 국내 경제상황이 본격적으로 악화됐던 지난해 4분기 서버 판매량만 보아도 99년 대비 80%나 성장하는 저력을 발휘했다.경희대 전자공학과를 거쳐 연세대 경영대학원을 나온 김지사장은 지난 82년부터 18년간 한국HP에 근무했다. 초기엔 현장에서 고객지원 업무를 맡았고 임원으로 승진한 뒤에는 네트워크 및 통신사업분야를 맡아 다양한 실전경험을 쌓았다. 지난해 한국HP 정보통신사업본부장(상무이사)으로 있을 땐 통신부문 주요고객을 확보해 매출 1억달러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지난 96년 한국지사를 설립한 이래 특히 국내 서버 및 워크스테이션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보여온 델이 경쟁사인 HP의 핵심인사를 영입한 것도 그의 공격적인 경영마인드가 델의 ‘직접판매방식’에 딱 들어맞아서다.델의 국내 마케팅 사령탑을 맡은뒤 김지사장은 지금까지 한국에서 인식돼온 델의 기업 이미지를 바꾸는데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PC전문 제조업체란 선입견을 깨고 서버, 스토리지 등 기업솔루션 부문에서도 경쟁력있는 기업임을 보여주겠습니다.”‘불황을 타개가 아닌 활용으로’ 직접판매전략 구사이런 변신 시도와 맞물려 지난 3월엔 새 서버제품인 ‘PowerEdge(350/1550/2500/2550)’와 스토리지 제품 ‘PowerVault(660F/735N)’ 등 모두 7종의 기업솔루션을 국내에 선보였다. 김지사장은 이들 어플라이언스 서버, 네트워크 서버, 스토리지를 개별 기업의 요구에 맞는 제품군으로 재구성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에선 과거 HP에서 쌓은 기업형 솔루션 마케팅 노하우도 한몫 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이를 통해 기업이 효율적 비용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고 김지사장은 설명한다.이와 함께 최근 인텔의 최신형 1GHz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장착한 펜티엄III 노트북 PC ‘래티튜드(Latitude)C800’도 이동환경이 보편화되고 있는 만큼 데스크톱 PC 수준의 이동형 컴퓨팅 기기를 원하는 기업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기업형 솔루션 마케팅뿐만 아니라 생산에서도 한국지사장으로서 주도적 역할을 해나갈 계획이다. 지난 3월 삼성전자와 제휴, 4년간 1백60억달러 규모의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품, 광기록재생장치(ODD)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델이 개발하는 서버, 스토리지 등에 활용토록 한 것.“PC에서 기업형 솔루션까지 델의 직접판매모델이 국내시장에서 다시 한번 제대로 검증받을 수 있도록 한판 멋지게 승부를 겨뤄보겠습니다.”델이 선택한 한국 IT경영인의 다부진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