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의 조감도. 사진=HD현대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의 조감도. 사진=HD현대
HD현대중공업 측이 경쟁사인 한화오션을 허위 사실 적시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 측이 올해 3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유출 사건과 관련해 진행한 기자설명회에서 수사 기록을 악의적으로 편집, 공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지난 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올해 3월 한화오션의 기자설명회에서 공개된 수사 기록에서 언급된 당사자들이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KDDX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방위사업청은 지난 2월 대표나 임원이 개입하는 등 청렴 서약 위반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지 않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이로써 HD현대중공업은 최대 5년간 방사청의 사업에 입찰할 수 없는 '부정당업체' 지정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지만, 보안 규정에 따라 방사청 사업 입찰 때 부과하는 보안 감점(-1.8점)은 2025년 11월까지 그대로 유지된다.
3월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구승모 한화오션 법무팀 변호사가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기밀 유출 관련 HD현대중공업 고발장 제출에 대한 입장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3월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구승모 한화오션 법무팀 변호사가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기밀 유출 관련 HD현대중공업 고발장 제출에 대한 입장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이에 한화오션은 3월 5∼6일 방사청의 결정을 반박하는 기자설명회를 잇따라 열고 HD현대중공업 임원 개입의 증거라며 피의자 신문조서 등 일부 수사 기록을 공개했다. 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임원 개입 등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이번에 제출한 고소장에서 한화오션 임직원들이 공개한 수사 기록은 국방부 검찰단을 통해 입수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일부만 의도적으로 발췌·편집한 것이라며 실제 진술 내용과 취지에 명백하게 반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이 앞서 공개한 문답 형태의 수사 기록에 대해 '악의적 짜깁기'라고 강조했다.

한화오션이 올해 3월 기자설명회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수사관은 HD현대중공업 직원에게 "피의자를 포함한 5명 직원이 불법으로 촬영·탐지·수집한 군사비밀을 열람했다는 사실을 출장 복명서를 통해 위에 보고했고, 이를 피의자와 부서장, 중역이 결재했다. 맞느냐"라고 묻고, 이 직원은 "예"라고 답한다.

하지만 실제 문서에는 수사관이 "당시 문서 결재자들이 어떻게 되느냐"라고 질문하고, 이 직원은 "과장인 저와 부서장인 부장, 중역인 수석부장이 결재했다"라고 답변한 내용이 담겼다.

사건 당시인 2014년 HD현대중공업에는 최상위 직원 직급으로 '수석부장'이 존재했지만, 한화오션은 이 직급을 임원으로 둔갑시켜 방위사업청의 입찰 참가 제한 대상처럼 호도시켰다는 게 HD현대중공업 측 지적이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이 사업에서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