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브랜드를 확립하는데 적지 않은 돈을 쓴다. 우량기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브랜드가 회사의 얼굴이자 이미지인 만큼 결코 아깝지 않다. 많은 기업들이 그동안 회사 이름을 바꾸고 로고를 만드는 등 브랜드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그러나 최근 들어 브랜드의 개념이 다소 변하고 있다. ‘변한다’는 표현보다 브랜드란 단어가 갖고 있는 의미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컬럼비아대학 비즈니스스쿨 교수이면서 글로벌브랜드연구센터를 운영하는 번드 슈미트 교수는 “브랜드는 이제 개별회사가 사회에 하는 약속이며 고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브랜드 자체에 회사의 모든 것이 걸려있다는 뜻으로 브랜드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슈미트교수는 “그런 만큼 이제는 브랜드의 확립보다 브랜드를 보호하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고 설명한다.코카콜라는 6명의 상표전문변호사들에게 브랜드관리를 전담시키고 있다.브랜드 보호는 더이상 소극적 개념이 아니다. 고객과의 약속을 구체화하고 계속 유지하는 적극적인 개념이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제공하겠다는 기업의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확실하게 인식되도록 만드는 것이다.가장 일반적인 약속은 물리적인 접근성이다. 세계 최고 브랜드중 하나로 꼽히는 비자카드의 약속은 “Everywhere You Want To Be”이다. 전세계 어디에서라도 자사의 카드를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이다. 이 약속이 무너지면 비자의 이미지가 큰 타격을 입게 됨은 물론이다.품질 서비스에 대한 약속 중요더욱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한 품질 서비스에 대한 약속이다. 배달전문업체인 FedEx의 경우 미국내에서 가장 많은 배달트럭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앞세워 비자카드처럼 ‘물리적 접근성’과 관련한 브랜드 홍보도 가능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물리적인 것보다 품질을 선택했다. ‘어디서나 FedEx를 이용할 수 있다’가 아닌 ‘FedEx를 이용하면 마음이 편하다’는 쪽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심었다.비자카드는 전세계 어디서라도 자사의 카드를 쓸 수 있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심고 있다.결국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브랜드 창출이 사업을 성공시키는 열쇠라는 게 뉴욕에 본사를 둔 브랜드 컨설팅업체인 엔터프라이즈IG론 카펠로 사장의 말이다. 그는 “기술부문과 미디어의 리더인 마이크로소프트와 NBC가 제휴한다고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두 회사의 제품과 프로그램을 더욱 신뢰하게 됐다”고 말한다. 물론 회사의 목적과 이를 전달해주는 메시지가 분명해야 한다. NBC가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닌 포드자동차와 제휴했다면 오히려 신뢰를 잃었을 것이란 게 카펠로 사장의 설명이기도 한다.미국 기업들은 최근 들어 브랜드 보호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일부 회사들은 브랜드 보호를 전담하는 직원들을 두고 있으며 일부는 이 업무를 아웃소싱한다. 미국 최대 장거리통신회사인 AT&T의 경우 자신들의 브랜드를 관리하는 회사를 몇개 두고 PR담당직원들이 매일 이들 회사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검토한다.코카콜라는 아예 6명의 상표전문변호사들에게 브랜드관리를 전담시키고 있다. 이들은 다른 회사가 코카콜라 이름을 무단사용할 경우 곧바로 대응한다. 6명의 변호사중 한명인 캐롤라인 캐츠는 “코카콜라를 무단사용하는 사람들을 찾아내면 우리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정중하게 서면으로 보내는 것으로 일을 시작한다”고 말한다. 정중하지만 아주 위협적인 대응이다. 코카콜라 종업원들은 브랜드에 관련한 문제점을 발견하면 즉각 ‘코카콜라 Cares Hotline’으로 보고하는 체제까지 구축해놓고 있다.그러나 전문가들은 브랜드를 위협하는 최악의 적은 기업 내부에 있다고 말한다. 회사가 발표한 약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카펠로 사장은 “날씨를 통제할 수 없는 항공사들이 비행시간을 분명하게 약속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비행일정이 바뀔 경우 그 사실을 고객들에게 사전에 연락해주는 항공사도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그는 “항공사들의 브랜드이미지가 좋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런 점 때문”이라며 “결국 항공사들은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하느냐가 그들의 브랜드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고 강조한다.브랜드 지킴이는 ‘종업원’외부의 위협에 한번 잘못 대응하면 큰일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전화업체의 경쟁에서 이같은 사실이 잘 나타난다. 한 회사가 어느날 갑자기 ‘최저요금’을 들고 나왔다 치자. 가입수수료 월수수료 등에 차이가 있어 적용기준에 따라 요금이 다르기 때문에 ‘최저요금’이란 말은 거짓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경쟁사들이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상황은 아주 곤란해진다. “반론을 제기하지 않으면 거짓말이 24시간 안에 진실이 될 수도 있다”는 마크 트웨인의 유명한 말이 최근 전화업체들간의 경쟁에서 자주 쓰이는 이유이다.전문가들은 브랜드를 창출하고 그것을 보호해주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종업원들이라고 말한다. 종업원들이 브랜드 이미지에 적합한 행동을 하고 서비스를 잘하면 소비자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최근 들어 종업원들에 대한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회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인텔의 경우 신입 및 경력직원에 대한 교육과정에는 반드시 ‘브랜드와의 친숙‘이란 과목이 포함된다.미국의 대표적 건강관리업체중 하나인 카디날의 경우 4만3천여 종업원들에게 “당신이 말하고 행동하며 대표하는 모든 것들이 회사의 브랜드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기도 한다. 회사 로고와 그래픽 사용은 물론 상징물인 카디날 새의 사이즈와 색상까지도 통제한다.브랜드 지키는 방법 5회사 목표를 분명히 해라뉴욕소재 엔터프라이즈IG사가 제시한 회사 안팎의 위협에서 브랜드를 지키는 방법 5가지이다.1. 회사의 목표를 분명히 해라. 회사의 핵심적인 존재 이유를 분명히 만들고 고객들에게 구체적으로 약속하라. 또 거꾸로 고객들이 회사측이 제시한 아이디어를 수용하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연구하라.2. 브랜드 이미지에 충실한 종업원층을 구축하라. 회사의 브랜드를 이해하고 거기에 맞춰 살아가는 종업원들은 회사의 가장 훌륭한 자산이다.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브랜드이미지를 구축하는데 결정적이다.3. 명료한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라. 모든 종업원들이 브랜드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설명해줘라. 그리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도 열거해줘라.4. 공격에 재빨리 대응하라. 소문은 그것이 입증되기도 전에 전세계에 퍼질 수 있다.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신뢰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5. 인터넷을 끌어 안아라. 회사밖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살펴라. 소비자들에게 귀를 귀울여라. 웹사이트를 통해 회사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고객들의 관심에 응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