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프리 보가트와 로렌 바콜, 스펜서 트레이시와 캐서린 헵번, 그리고 신성일과 엄앵란…. 이들이 함께 한 걸작들을 보면 분명 무언가가 있다. 일종의 강한 유대감이나 서로가 아니면 절대로 가능하지 않았음직한 독특한 분위기.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이 특별한 화학반응이야말로 이 커플들을 전설적인 영화 콤비들로 만들어 주는 게 아닐까.그래서인지 지난해 <멕시칸 designtimesp=20950>의 제작 소식이 알려졌을 때 영화팬들은 크게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할리우드 최고의 파워 우먼 줄리아 로버츠와 섹시 가이 브래드 피트의 만남은 말 그대로 최우수 커플상 감이 분명했기 때문.어설픈 마피아 졸개 제리(브래드 피트)와 연인 사만다(줄리아 로버츠)는 일분이 멀다하고 싸우는 요란스러운 커플. 제리가 전설적인 권총 ‘멕시칸’을 배달하는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러 멕시코로 가자 항상 자신은 뒷전인 제리에게 질린 사만다는 혼자 라스베이거스로 떠나 버린다. 모든 일이 어설픈 제리는 하는 일마다 실수의 연속이고 설상가상으로 멕시칸을 노리는 또다른 세력의 음모로 사만다는 청부살인자인 리로이(제임스 갠돌피니)에게 납치당하기에 이른다.로맨틱 코미디의 히로인 줄리아 로버츠의 트레이드 마크는 역시 시원스러운 웃음과 속사포 같은 독설. <멕시칸 designtimesp=20955>의 사만다 역시 바로 이런 매력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비슷해 보이면서도 늘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내던 줄리아 로버츠의 장기는 미처 발휘되지 못해 사만다는 오간데 없고 스타 줄리아 로버츠의 이미지만 재탕하고 말았다. 아쉬운 건 브래드 피트도 마찬가지. 코믹 연기가 어색한 모양인지 이 ‘하드 보일드 터프 가이’는 완벽한 얼굴과 어정쩡한 캐릭터만을 보여 줄 뿐이다. 최고 커플 탄생은 안타깝게도 결과적으로는 안 만나느니 못한 커플로 전락해 버린 듯 하다.반면 제임스 갠돌피니가 연기한 리로이는 영화 역사상 기억에 남을 만큼 매력적인 청부살인업자다. 갠돌피니는 TV 시리즈 <소프라노(The Sopranos) designtimesp=20958>를 통해 미국 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연기파 배우. 줄리아 로버츠와 브래드 피트가 입을 모아 ‘연기의 교주’로 삼아야겠다며 감탄했을 정도로 발군의 연기력을 과시한 그는 무표정한 얼굴에 배가 불룩 나온 전형적인 중년의 모습이지만 뭇남성의 시선에 수줍어하고 소녀처럼 사랑으로 고민하는 ‘게이 킬러’ 리로이를 한없이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