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는 올해부터 중기재정계획을 수립, 국회 심의절차를 거치겠다고 지난 16일 금년도 업무계획에서 밝혔다. 예산안 첨부서류의 형태로 제출되는 것이긴 하지만 향후 3년간의 연차별 재정규모, 재정수지 및 국가채무 관리방안 등을 제시하게 된다.중기재정계획이란 정부예산을 당해연도 뿐만 아니라 3~5년의 중장기에 걸쳐 그 규모나 증가율, 중점사업, 국가채무규모 등을 미리 확정하고 매년 편성하는 예산안의 기준으로 삼는 제도를 말한다. 특히 이 계획은 한번 수립하면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연동계획으로 1년씩 추가하게 된다. 이는 재정운용의 일관성 유지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예산을 관리하는 원칙을 미리 정해 둠으로써 국가채무관리를 효과적으로 추진할수 있고, 경제환경변화에 중장기적으로 대처할수 있는 장점이 있다.중기재정계획의 수립은 80년대초부터 시행돼 오고 있어 이번에 처음으로 도입되는 제도는 아니다. 그러나 내용과 절차 등이 과거와는 다르게 운용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우선 지금까지는 정부가 필요에 따라 임의적으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제도로 돼 있다. 바꿔 말하면 계획을 수립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 예산회계법 16조는 ‘기획예산처장관은 수년간의 재정수요와 가용재원을 예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중장기 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앞으로는 정부가 의무적으로 편성해 매년 국회에 제출토록 강제규정화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재정건전화특별법’에 ‘기획예산처장관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중기재정계획을 수립해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을 둔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편성 내용은 크게 달라질 게 없지만 일단 국회심의 절차를 거쳐 확정되고 특히 재정운용의 성과를 사후적으로 평가하는데 있어서도 중기재정계획이 하나의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종래보다 훨씬 커진다.그러나 중기재정계획을 편성했다고 해서 다음해 예산을 편성할 때 중기재정계획에 나와 있는 내용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구속성은 없다. 따라서 재정전망과 새해 예산편성의 지침으로 활용된다.중기재정계획 제도는 선진국들에서도 많이 채용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은 별도의 중기재정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법제화된 것은 없지만 예산서류로 중기재정전망을 작성해 국회심의를 받고 있다.여기에 포함되는 내용은 거시적인 경제전망과 중기재정목표, 세입세출 추계, 재정적자 및 국가채무규모 등이다. 다만 국가에 따라 얼마나 상세하게 제시하느냐에 차이가 있다. 일본은 전체 총액만 설정하고 있지만 영국 스웨덴은 분야별 총액, 미국은 사업별 총액까지 비교적 상세한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여기에 지방재정을 포함하기도 하고 중앙정부 예산만 제시하기도 한다.또 전망기간은 대다수가 5년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은 당해연도 예산과 함께 그후 4년을 보태 5년이지만 일본은 당해연도 예산과 전년도 예산, 그리고 향후 3년의 예산으로 짜여진다. 우리는 3년으로 당해연도 예산과 그후 2년의 재정전망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