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킹률 따라 고가·중저가 양극화 심화 … 회원 위주 운영·복합레저공간 마련 등 고객 유치전 한창

골프장이 변하고 있다. 대중화의 문턱을 넘어서는 듯 싶자 차별화를 통한 전략을 잇달아 구사하며 골퍼들의 발길을 당기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이러한 골프장 변신의 움직임을 가장 빨리 느끼게 해주는 곳은 회원권시장. 자기과시형으로 한 사람이 여러 개의 회원권을 소유하던 시대에서 실질적으로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회원권 한 개를 보유하는 실질소유형으로 변하고 있다. 회원권에 대한 골퍼들의 인식이 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회원권을 여러 개 소유하던 시절에는 골프장 회원수가 수용 가능한 인원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부킹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심지어 부킹을 얻기 위한 뒷돈 거래도 횡행했다. 지금도 부킹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말이 회원권이지 회원들이 주말에 골프장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다 보니 골퍼들이 부킹 잘되는 골프장으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부킹도 안되는 여러 개의 회원권을 갖고 있기보다 언제라도 부킹이 가능한 한 개의 회원권을 보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회원권시장에는 이같은 변화 바람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이제 주말에 골프장을 이용할 수 없는 ‘무늬만 회원권’은 바로 외면당한다. 과거 명문골프장들의 회원권 시세가 곤두박질 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연유다. 때문에 신설되는 골프장들은 철저한 ‘회원 위주의 운영’을 모토로 내걸고 있다. 그래서 소수의 회원만을 모집한다. 18홀에 대략 2백∼3백명 정도의 회원만 받는다. 주말이나 휴일부킹은 언제라도 가능하다. 이러다 보니 회원권 가격은 수억원대를 상회하는 엄청난 고가에 형성된다.회원권시장의 양극화회원권시장은 ‘주말부킹 여부’를 놓고 고가대와 중저가대 회원권이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고가대 회원권은 이용가치, 즉 부킹률, 코스, 회원구성 등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초강세다. 반면 과다한 회원수로 부킹이 어려운 중저가대 회원권은 시장에서 철저히 ‘왕따’를 당하고 있다. 고가대 회원권은 접대골프를 해야 하는 법인들이 선호해 상승세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사실상 회원권시장을 고가대 회원권이 주도하고 있는 양상이다. 골프장 운영측면에서 회원들의 입지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고가대 회원권은 회원들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중저가대 회원권은 회원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에 대한 불만들이 누적되면서 회원들은 조금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회원권을 보유하는 게 낫다는 쪽으로 생각을 돌리게 됐다. 해마다 비회원에 대한 그린피가 인상되고 있는 점도 회원권 보유를 유도하고 있다.과거만 해도 무조건 가까운 곳이 최고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골퍼들이 서비스 내용과 운영 등 회원권의 활용 가치에 비중을 두기 시작하면서 관행적인 운영에 젖어있는 골프장들은 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투명한 부킹시스템을 갖추지 않을 경우 기존회원의 이탈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지나치게 수익성 위주로 운영하는 골프장들도 기피대상으로 뽑힌다.‘프라이빗’을 추구한다골퍼들의 골프회원권에 대한 인식변화는 신설골프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들어설 예정인 신설골프장은 약 9개 정도. 이달과 6월 개장예정인 (주)청송의 리츠칼튼CC(경기 가평)와 제일제당의 제주 나인브릿지GC를 비롯, 웅진코웨이의 렉스필드CC(경기 여주), 대교의 마이다스밸리GC(경기 가평), (주)코엠리조트의 캐슬파인CC(경기 여주) 등이 새로 문을 연다.신설골프장들은 철저한 회원 위주의 골프장을 표방하고 고객확보를 위해 회원서비스와 마케팅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고가로 분양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다양한 분양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진정한 ‘프라이빗 골프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분양가만 봐도 이들의 차별화 전략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파인크리크CC의 경우 4차 분양가액을 3억원으로 해 성공리에 분양을 마쳤다. 조만간 마지막 5차 분양에 들어가는데 법인만을 대상으로 4억원에 모집할 계획이다. 서원밸리GC는 2억5천만원(4차), 그린힐CC는 2억3천만원(3차), 신라CC는 2억3천만원(4차)이다. 최근에는 리츠칼튼CC가 1차 분양(분양가 1억8천만원)에 이어 2차분양에도 호조를 보이면서 대표적인 고급골프장으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나인브릿지GC는 1억4천만원에 1차분양을 성공리에 마친데 이어 조만간 1억7천만∼8천만원에 2차 분양을 시작할 예정이다. 나인브릿지GC는 1백96평 콘도와 골프회원권을 묶은 법인회원권 가격을 무려 24억원으로 정해 입이 딱 벌어지게 했다.신설골프장들은 회원권 모집 시점도 분양전에서 분양후로 바꾸고 있다. 예전에는 사업자가 자금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분양대금을 믿고 골프장건설에 뛰어들곤 했다. 그래서 공사도중 회원권을 분양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모기업의 부도 등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설사 공사를 마쳤더라도 공사대금을 제대로 갚지 못해 골프장이 경매에 들어가는 사례가 최근 부쩍 늘기도 했다. 따라서 골퍼들은 이제 부킹과 서비스가 확실한 골프장이라는 조건에다 모회사가 안정돼야 한다는 점까지 꼼꼼히 따지고 있다. 회원들 입장에서는 비싼 돈을 들여 회원권을 산 뒤 제대로 이용도 못해보고 경매에 넘어가는 골프장들을 보면서 이제는 모기업이 탄탄한가를 따지는 것이다.서비스 차별화도 신설골프장들에는 ‘생존의 법칙’이다. 2억∼3억원대 초고가 분양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전체 회원수를 적게 하고 회원에 대한 혜택을 늘리는 게 관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가 골프장의 대부분은 회원 그린피 면제, 2인 플레이와 5인 라운드 허용, 티잉그라운드를 모두 개방해 백티에서도 칠 수 있도록 하는 등 회원의 기호에 맞춘 서비스제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시간에 쫓기는 ‘유격장 골프’가 아닌 여유로운 ‘대통령 골프’를 즐기도록 티오프시간 간격도 여유있게 두는 등 최대한 골퍼를 배려한다. 시설도 최고급을 자랑한다. 리츠칼튼CC에는 롤스로이스카트까지 등장했으며 나인브릿지GC는 페어웨이 잔디까지 그린과 동일한 벤트그래스를 식재하고 숙박시설도 세계 특급호텔수준으로 건립해 제주도내 특급호텔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을 정도다. 캐디의 자질 향상을 위한 교육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할애하는 점도 특징이다. 리츠칼튼CC의 경우 컨시어지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주)CJ개발 리조트부문 운영자문인 로버트 D 팬키씨는 “기계적으로 암기된 서비스가 아닌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종사원을 교육시키고 있다”고 말했다.복합레저공간으로 변화단순히 골프치는 공간에서 복합리조트단지인 휴양지 골프장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수도권 인근골프장들이 주변에 골프텔, 빌라트, 전원주택 등을 잇따라 짓는 게 그 예다. 2년전 골프장내 숙박시설에 대한 설치제한 규정이 폐지되면서 급속도로 확산된 현상이다. 레이크힐스·코리아·골드·남서울·은화삼CC 등이 골프장내나 인접지역에 전원주택형 숙박시설을 짓고 있다.이중 레이크힐스CC는 골프와 호텔의 개념을 합친 ‘골프텔’을 건립해 골퍼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밖에 골드와 코리아CC는 골프장내에 단독 빌라트형 콘도 개념의 ‘골프빌리지’를, 남서울CC는 전원주택 단지인 ‘남서울 파크힐’을, 은화삼CC는 전원단지인 ‘샤인빌’을 건립하고 있다. 이러한 ‘숙박형 골프장’들이 노리고 있는 점은 골프장 이미지의 업그레이드다.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소수의 회원들만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골프장을 바꾸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골프 대중화와의 접목이 과제고가대 회원권에 대한 선호현상이나 골프와 숙박시설을 합친 회원권을 구입하는 것은 여전히 일부 극소수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많아야 1천∼2천명 정도 안팎일 것이다. 그러나 국내 골프장 내장객은 지난해 1천2백만명을 넘었다. 연인원의 6분의1 내지 10분의1 정도를 골프인구로 감안할 때 국내 골프인구는 적게는 1백20만명, 많게는 2백만명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최근 박세리 김미현 최경주 등 미국에서 활약하는 국내 프로골퍼들의 기사가 크게 보도되면서 골프에 대한 관심이 폭증, 골퍼들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한 골퍼들의 증가에 따라 필연적으로 골프장은 수요초과 현상에 시달릴 것이고 부킹난 역시 가중될 전망이다.늘어나는 골퍼들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골프장이 많이 늘어나는 길밖에 없다. 퍼블릭(대중)이든 회원제든 골프장이 많이 생겨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신설골프장들은 너나할 것 없이 고가로 분양하면서 소수 회원만을 위한 최고의 골프장을 지향하고 있다. 이는 차별화를 원하는 골퍼들의 수요에 맞아 떨어지는 측면이 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모처럼 대중화의 길에 들어선 국내 골프발전을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일부 소수의 부유층을 위한 배타적인 운동으로 인식되면서 조성된 골퍼와 비골퍼간의 괴리에서 ‘프라이빗 골퍼’와‘퍼블릭 골퍼’간의 격차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때문에 전문가들은 골프장 건립에 대한 투자비용을 최소로 하면서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한국형 골프장’의 건설이 절실하다는 지적을 빠뜨리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