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I·소비자기대지수 연속 오름세 ‘저점 통과중’ 대세 … 최대 변수는 기업 부실 처리
국내외 각종 경제지표가 빠른 속도로 호전되면서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견해가 설들력을 더해가고 있다.지난해 4분기부터 급속히 악화된 국내외의 각종 경제지표가 최근 빠른 속도로 호전되면서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지난해 말 504포인트로 마감한 주가가 최근 들어 대세상승 전망까지 나오며 600포인트대에 안착한 것은 바로 이런 경기 회복 기대감에 다름 아니다.한은이 최근 발표한 지난 1분기 실질국내총소득(GDI)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 증가해 전분기 마이너스(-3.3%) 성장의 ‘멍에’를 벗었다. GDI는 현재 경기보다 1~3분기 정도 앞서 가며 경제 주체들의 체감경기 수준을 나타내는 유용한 지표로 이 수치가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선 것은 경기 회복을 알리는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전경련이 기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 달(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115.5로 지난 1월(62.7)부터 5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BSI는 경기가 나아질 것이란 응답자와 나빠질 것이란 응답자가 동일한 경우를 기준(100)으로 100보다 높으면 향후 경기를 낙관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뜻을 지닌다. 우리 경제 앞날의 최대 먹구름으로 인식돼온 미국경제 전망도 최근 호전기미를 보이고 있다.하지만 복병과 지뢰도 적지 않다. 현대 부실 처리 문제, DJ(김대중) 정권의 조기 레임덕 우려,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 등 국내 경기의 조기 회복을 억누를 변수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경기 바닥 주장은 성급하다’는 견해를 가진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논거들이다. 수출이 지난 3월이후 감소세를 보이는 점도 심상치 않다. 물가 오름세가 가파라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정부의 저금리 정책 등 경기회복 정책수단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예견된 1분기 경기 바닥론재경부는 경기전망에 대한 비관론이 증권시장과 실물경제를 온통 짖누르던 지난 2월12일 월례 경제동향 설명회를 통해 “우리 경제는 1분기를 소저점으로 2분기부터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밝혀 뜨거운 경기 저점 논쟁에 불을 지핀 적이 있다. 그 당시 시장은 1월초에 발표된 정부의 제한적 경기조절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침체 △부실기업 처리의 지연 △금융 구조조정 성과 미흡 등 각종 악재들이 부각되면서 비관적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한성택 국민경제자문회의 기획조정실장(당시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이 주도한 이 논쟁으로 비관론 일색의 시장 분위기는 다소 호전됐으나 한국장 개인은 재경부내 ‘윗분’과 언론으로부터 ‘성급한 낙관론’이란 뭇매를 맞고 경질 루머에 시달리기도 했다.그 당시 그가 제시한 경기의 조기 회복 근거는 △ 기업경기실사지수의 급속한 호전(1월 62.7, 2월 83.0·전경련) △예산 조기 집행 등 제한적 경기조절대책(1월) 효과의 2~4개월후 가시화 △미국의 적극적인 경기대응책 기대 등이었다.대세로 굳어진 경기 바닥 통과론최근엔 지난 2월과 달리 1분기 경기바닥론에 손을 드는 경제 전문가들이 부쩍 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최소한 현재 경기저점에 근접하고 있으며 저점상태를 통과하는 중’이라는 견해가 다수파로 떠올랐다.한성택국장이 시장과 외로운 진검 승부를 벌일 때보다 경기의 조기회복 기대감을 뒷받침할 호재성 지표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온 덕택이다. 지난 2월 83.0이었던 기업경기실사지수는 3월들어 처음으로 100을 넘어서 102.4를 기록한 후 4월 107.7, 5월 115.5로 후퇴없는 전진을 계속하고 있다.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경기)기대지수도 지난해 12월 82.2에서 4월에는 96.3으로 4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100선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심지어 마이너스 성장까지 점쳐지던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의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은 3.7%를 기록했다. 지난 3월중 산업생산증가율은 6.2%로 연초(1월)의 ‘제로’에 근접한 0.1% 증가의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3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비록 전월(8.8%)보다 낮긴 하지만 이는 설연휴라는 계절적 변수(올 1월, 지난해 2월)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3월 도·소매 판매 증가율도 3.7%로 지난해12월~올 2월의 1~2% 증가에서 벗어나 3%대에 진입했다.경기바닥 확인 시점에 대한 이견은 여전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미·일 경기부진 등 대외경제여건 악화와 지난해말 내수둔화 등을 감안할 때 1분기 GDP 증가율은 의외로 높은 수준”이라며 “1분기가 경기 저점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정한영 금융연구원 경제동향팀장은 최근 현대증권 주최 ‘포럼’에서 “통계청의 동행종합지수는 지난 3월까지 내림세를 보였으며 4월 이후에는 수출이 급격히 줄고 있어 상승반전이 쉽지 않다”며 “경기저점은 아직 지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팀장은 “그러나 경기선행지수의 움직임은 지난 1월에 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고 선행지수 저점후 3∼10개월후 실제경기저점이 도래하므로 2분기가 저점일 것”이라고 분석했다.정팀장은 향후 경제회복전망에 대해 “한국은 전통적으로 U자형 경기회복이 없었고 최근 거시경제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일단 회복국면에 진입할 경우 그 속도는 상당히 빠를 것”이라고 말해 ‘V자형’ 경기회복 가능성에 힘을 실어 줬다.김준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팀장은 “오는 3분기까지 뚜렷한 반등세 없이 진행되다 미국 경기의 반등과 맞물려 4분기에는 반등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팀장은 “1분기는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GDI이 0.6%밖에 증가하지 않은 까닭에 소비가 부진하고 수출이 경제성장을 주도했다”며 “그러나 4월 이후에는 수출이 감소하고 있어 2분기에는 정부 및 민간소비와 투자가 성장을 주도, 전반적으로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향후 최대 변수는 부실 처리진념 부총리겸 재경부 장관은 최근 “국내 경제가 다소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 구조조정 등 각 부문에서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불확실성을 제대로 걷어내면 우리 경제는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경제 전문가들도 “해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 경제가 나아지기 위해서는 미국 등 세계경제가 호전돼야 한다”며 “현대계열사 유동성 문제, 대우차 매각 등 기업 부실 처리를 제때에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5개월연속 감소세를 보인 투자 증대를 위해서는 투자 마인드 제고를 위한 규제완화 등 정부 지원이 요청된다. 수출 감소에 대응한 수출시장 다변화 전략 등 정부 대책도 차질없이 진행돼 우리 경제는 정상 성장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