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포화상태·용적률 규제도 완화, 건설사들 ‘눈독’ … 시공사 선정 호재 매매값도 껑충

수도권 대단지 저층 아파트가 재건축 기대심리로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시공사 선정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매매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아파트값 강세가 두드러진 지역은 과천 안양 의왕 광명 등 서울과 가까운 곳들이다. 과천주공 3단지의 경우 시공사 선정후 평형별로 매매값이 2천만원 이상 올랐다. 광명 철산주공 3단지 15평형도 지난 3월 이후 2천만원 정도 상승한 1억3천5백만원에 거래되고 있다.주택건설업체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수도권 대단지 수주를 위한 별도 팀을 구성하는가 하면 컨소시엄 구성도 물밑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특히 인천 구월주공, 의왕 포일주공, 광명 철산주공1단지, 하안본 주공1단지 등 시공사 선정을 서두르고 있는 10여개 대단지에서는 하반기부터 업체간 치열한 수주전이 벌어질 전망이다.수도권 재건축 시장이 활기를 띠는 것은 강동구 고덕주공 둔촌주공을 제외하면 서울에서는 더이상 주목할만한 저층 대단지가 없기 때문. 여기에 서울시가 용적률을 제한해 수익성이 낮아진 것도 한 배경이 되고 있다.반면 수도권의 경우 용적률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하고 분양성도 양호한 대단지가 많다. 현재 수도권에서 재건축을 추진중인 1천가구 이상 대단지는 줄잡아 13 곳에 총 3만여가구. 시장 규모만 4조∼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때문에 현대건설 삼성물산주택부문 대림산업 LG건설 롯데건설 동부건설 등 대형건설업체들은 서울지역에서 무리한 수주를 자제하는 한편 향후 물량 확보를 위해 추진속도가 빠른 수도권 초대형 단지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다.삼성물산 주택부문은 과천 안양 등 수도권 남부지역을 전담할 경기사업소를 최근 신설했다. 이미 3천1백10가구 규모인 과천주공 3단지를 수주한데 이어 지난 3월에는 LG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 광명 철산주공 3단지(1천9백가구) 시공권을 따내는 등 수도권 시장에서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현대건설도 채권단의 출자전환 발표 이후 인천 수원의 저층 아파트 재건축 수주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수원시 팔달구 구매탄주공 1단지(1천7백70가구)를 따낸 이후 수원 신매탄주공(3천10가구)과 인천 구월주공(5천7백30가구)에 입찰제안서를 제출하며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또 공사비만 1조원 규모인 구월주공의 재건축 수주를 위해 롯데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대림산업과 동부건설도 의왕시 대우사원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시공권을 따내 수도권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총 1천2백30가구로 공사비만도 3천억원대에 달한다.지역별 추진 현황서울과 가깝고 분양성이 양호한 과천 광명 안양 의왕 등 수도권 남부지역 대단지가 비교적 사업추진이 활발한 편이다. 반면 기존 아파트 시세가 낮아 개발 이득이 적은 의정부 동두천 등 수도권 북부지역 대단지엔 선뜻 나서는 건설업체가 없어 재건축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과천= 지난해 10월 삼성물산이 과천주공 3단지(3천1백10가구)의 시공사로 선정되면서 재건축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총 12개 단지중 중층인 4, 5, 8단지를 제외한 나머지 단지에서도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과천시가 “2005년까지는 재건축과 관련한 어떠한 인허가도 내주지 않을 방침”을 밝히고 있어 사업추진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의왕= 2천2백30가구 규모의 포일주공아파트는 지난달 재건축추진위원회를 결성했으며 올 가을께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 아파트는 평촌이 가까운데다 일반분양분의 평당 분양가가 5백50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여 건설업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근 광성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기대감으로 인해 13평형의 경우 올해초보다 1천만원이 오른 9천2백만∼9천5백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광명= 철산주공 3단지는 지난 3월 삼성물산과 LG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공권을 땄다. 시공사를 선정한 후 매매가가 1천5백만∼2천5백만원 가량 뛰었으며 13평형은 9천7백만∼1억1천5백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추진위는 올 8월까지 조합설립 인가를 받을 계획이다. 철산주공1단지와 하안본 주공1단지도 올 가을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안양=호계동과 비산동에 있는 저층 주공아파트는 대부분 분양이 이뤄져 공사가 진행중이다. 현대건설이 지난달 호계동 경향아파트를 헐고 26∼52평형 1천57가구를 선보였고 대림산업도 호계동 주공1차 재건축 물량을 최근 분양했다. 비산주공 1, 2단지도 지난해 10월과 7월 롯데건설과 삼성물산주택부문이 ‘안양돌풍’을 일으키며 분양을 성공적으로 끝냈다.●인천·수원=올해까지만 용적률이 3백50% 적용되는 인천에선 구월주공과 간석주공 등이 재건축을 추진중이다. 6월18일 열릴 구월주공 재건축 사업엔 메이저 건설업체들이 대거 참여할 태세다. 단지 앞에 공원이 있어 입지 여건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수원 신매탄주공은 기존 3천10가구를 헐고 4천4백여가구를 짓기 위해 지난 12일 업체들로부터 입찰제안서를 받은 상태다.지분제 재건축 사업 확산‘따놓고 보자’ … 조합원 피해 우려최근 들어 지분제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지분제란 건설사가 시공만 담당하는 단순 도급제와 달리 조합원과 건설사가 일정 비율의 지분을 정해 개발이득을 나누는 것이다.보통 사업초기 조합원 무상지분율이 정해져 무상입주 평형이 확정된다. 또 사업 진행중에 추가로 발생하는 공사비 부담을 시공사가 떠안게 돼 개발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서울에서는 최근 삼성물산이 수주한 가락동 한라를 비롯해 청담동 삼익 홍실, 논현동 경복 등 일반분양물량이 적은 강남권 중층 아파트가 지분제로 재건축을 추진중이다. 수도권에서도 의왕 대우사원, 고덕주공 등 일부 저층 대단지 조합들이 시공사가 모든 개발책임을 떠맡는 지분제를 선호하고 있다.이같은 지분제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합이나 시공사 모두 단기적인 이익에만 눈이 어두워 허용치를 크게 웃도는 용적률을 제시하는 등 무리한 조건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사업승인 시점에서 사업성이 악화될 것을 잘 알고 있는 건설사들이 공사물량 확보를 위해 ‘따놓고 보자’는 식의 수주를 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조합원만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중소업체들이 설 땅이 더욱 좁아지는 것도 문제다.지분제가 확산됨에 따라 재건축 수주 시장은 재무구조가 탄탄한 대형건설사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지분제는 건설사가 사업초기부터 입주까지 책임을 떠안는 만큼 자금력이 없거나 브랜드가 떨어지는 회사는 사실상 수주활동을 펴기 어려워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