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론자들은 우선 몇몇 경제지표상 경기가 바닥을 쳤고 연말께 회복될 것이라는 주장을 전폭 지지한다. 대개 “한미 양국의 주식시장은 경기 바닥의 전환점을 대체로 6∼8개월 선행해 움직였다”(교보증권)고 한다. 올 4분기에 경기 사이클이 반전한다면 3월말과 4월초의 주가지수 저점이 그것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나스닥·엔/달러 안정 대세상승론 강세가장 중요한 대외변수중 하나인 미국나스닥 시장과 엔/달러 환율이 안정되고 국내 채권 및 외환시장도 안정돼 가고 있다는 것도 대세상승론에 힘을 실어준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5월24일 두달만에 달러당 1백20엔 밑으로 떨어졌다. 엔/달러 환율이 꺾이고 외국인 주식매수 자금이 들어오자 4월말 1천3백50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도 1천2백80원대로 떨어졌다. 수입 물가상승에 따른 물가불안 우려가 희석되자 6.9%대까지 올랐던 3년만기 국고채 금리도 6.40% 전후에서 움직이고 있다.국내 증시에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나스닥은 강한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2,300포인트를 상향 돌파했다. 다우지수도 11,000포인트를 넘었다. 나스닥에 영향을 받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5월에만 1조5천억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은 현물시장뿐 아니라 선물시장에서도 상승가능성을 높게 보는 매매패턴을 보이고 있다.선물시장의 외국인들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하루이틀 사이에 매매 포지션을 뒤집는 단기적이고 투기적 거래를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5월 이후 순매수 계약을 1만계약 이상 대규모로 쌓으면서도 매수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상승을 예상한 포지션 구축”으로 해석한다.최근 실시된 ‘글로벌 펀드 매니저 5월 서베이’에서도 전세계 펀드매니저들은 4월보다 증시가 10% 이상 상승했지만 조정시 주식을 사겠다는 의견이 80%를 차지했다.자금흐름의 변화도 감지된다. 1, 2월 유동성에 의한 미니랠리 때도 8조원대에 머물던 고객예탁금이 5월 하순부터 9조원대로 늘었다. 1월에 MMF 등 채권형상품으로 들어갔다가 빠져나와 3, 4월에 은행권으로 돌아갔던 시중자금이 증시주변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LG투자증권 윤항진 연구원은 이 변화의 핵심을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금 이동’이라고 정의하면서 “이런 추세는 더 강화되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거의 모든 여건이 “올해 초 미국의 금리인하로 시작된 단기 유동성장세 때보다 훨씬 개선됐다”는 의견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LG투자증권은 일단 전고점 돌파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670포인트까지의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국내 증권사중 가장 불리시(Bullish)한 의견을 제시하는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이남우상무는 “올 2분기를 경기저점으로 생각한다”며 “삼성증권 소속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수익추정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의견이 하향 조정의견보다 더 많았다”고 밝혔다. 김승식 삼성증권 증권조사팀장도 “지금부터 내년 초까지를 경기회복 초기 국면으로 예상하면 국내 증시는 이 기간 상승폭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했다.구조조정 부진을 들어 보수적 투자전략을 권유해온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정태욱 이사도 “주가 결정변수가 구조조정과 자금경색에서 경기회복과 신규자금유입 여부로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들이 추정하는 적정주가를 토대로 볼 때 “중기적으로 700포인트까지 상승 가능하다”고 정이사는 분석했다.그러나 대세상승으로 보기 어렵다는 조심스런 의견도 많다. JP모건증권 김철중 투자전략부장은 “구조조정이 진전되지 않았고 부실기업의 부채도 해결되지 않았으며 기업수익은 상향보다 하향리스크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고 지적한다.한국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IT산업의 회복세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이번 상승을 약세장 랠리로 보는 의견도 많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모건스탠리딘위터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경기 둔화는 금융 위기가 아닌 실물경제의 위기이기 때문에 금방 회복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의 경기회복은 빨라야 2002년 후반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만약 미국경기가 ‘V’자 회복을 해도 IT부문은 상대적으로 늦고 IT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아시아는 더 늦게 회복될 것이라는 주장이다.현 상승세 ‘약세장 랠리’ 의견 많아어떤 경우든 “구조조정의 결실이 가시화되고 실적 개선이 현저한 종목은 시장성격과 관계 없이 매수후 보유하는 대응이 필요하다”(교보증권)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기술분석의 대가 그랜빌 정의를 원용해 보더라도 다른 나라보다 일찍 2000년초부터 시작, 1년 반 가까이 지속된 약세장은 시기적으로도 마감될 때가 됐다. 국내 경기회복이 늦어지더라도 대세전환에 대한 대비가 현명할 지도 모른다. 오른 폭보다 더 많이 하락하며 하향 조정해오던 주가가 최근 일주일 이상 상승후에도 소폭조정에 그친다는 것은 이미 조정을 기다리는 매수 대기자가 많다는 뜻이다.500포인트가 깨졌을 때 주식을 사서 보유한 사람들의 용기는 보상받을 만하다. 그러나 용기가 없어 바닥에서 사지 못했더라도 ‘기다리는 조정’이 올 때 ‘매수해서 보유(Buy and Hold’하면 보상받는 그런 장이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