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기업은 경기가 나쁠수록 투자를 늘려 경기가 좋아지면 발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높여 나갑니다.” 정보저장장치인 스토리지에 관한 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EMC의 마이클 룻거스(Michael C. Ruettgers) 회장이 한국을 찾았다. EMC는 지난 79년 설립돼 현재 세계 외장형 스토리지와 스토리지SW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며 R&D에만 5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온 초우량기업.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오라클 시스코 등과 함께 미국의 신경제를 견인하는 ‘4두마차’의 한 축이자 미국에서 가장 선망받는 기업의 하나로 꼽힌다.메인보드 생산업체였던 EMC를 이처럼 세계 최고의 정보인프라제공업체로 키워낸 주인공이 바로 룻거스회장이다. 지난 1월 회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10여년간 CEO로 재직하면서 연평균 25.1%의 매출증가율과 45.5%의 순이익증가율을 올리며 EMC의 매출을 74배나 늘렸다. 뛰어난 경영수완으로 ‘경영의 귀재’라는 평가도 얻어 비즈니스위크지에 의해 ‘세계최고의 경영자 25인’의 한 명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그의 저서와 경영을 연구사례로 채택한 강좌를 마련했을 정도다.그만큼 최고경영자에 대한 시각도 독특하다. “모든 최고경영자들이 실패에 대한 분석을 하지만 진짜 유능한 경영자는 성공에 대한 분석을 한다”는 것이 룻거스회장이 밝힌 유능한 CEO론이다.이러한 세계 IT업계의 ‘거물’인 룻거스회장이 한국을 찾은 목적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아시아 IT시장과 EMC의 사업현황을 점검하는 것. 그 가운데 초점은 4분기 연속 세자리수의 성장세를 보여온 한국스토리지시장이다. 2박3일의 짧은 방한기간에 정보통신부 장관 면담, ‘CIO포럼’ 조찬 강연, 협력사 방문 등 바쁜 일정을 가진 것도 그 때문이다. 고속성장하는 한국시장에서 효율적인 정보저장·관리를 위한 정보인프라 구축의 수요가 증가하는데 따른 EMC의 ‘e인포스트럭처전략’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효율적 정보 관리, 경쟁우위 확보 ‘열쇠’그래서인지 5월24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폭증하는 정보의 저장과 관리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정보는 항상 불확실성을 줄이고 우위를 창조하는 열쇠”라고 말문을 연 룻거스회장은 앞으로 매년 정보가 2배씩 증가해 2004년이면 인류가 30만년 동안 만든 정보(1백50억기가바이트)의 4배에 가까운 5백70억기가바이트의 정보가 양산될 것이라는 미국 버클리대의 연구를 인용하기도 했다. 그만큼 폭증하는 정보의 효율적 저장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우량기업들의 성공비결은 정보(Information),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 투자(Investment), 혁신(Innovation) 등 ‘4I’로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정보”라는 것이다.“효율적인 정보저장·관리를 통한 생산성 향상과 경쟁우위 확보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최종 소비자까지 아무런 마찰없이 매끄럽게 정보가 이동하도록 도와주는 정보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그런 정보인프라구축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이 바로 EMC입니다.”‘정보가 있는 곳에는 EMC가 있다’는 EMC의 슬로건처럼 정보저장·관리만큼은 누구와 견주어도 자신있다는 룻거스회장의 확신에 찬 자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