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불안 낮아지고 경기회복 가능성, 금리 상승 이유 없어 … 6.2~6.8% 박스권 등락 예상

썰렁했던 채권시장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시중금리가 급속도로 안정되면서 자리가 불안했던 채권딜러들이 모처럼 기지개를 켜게 됐다. 그동안 금리 급등락 속에 대다수 딜러들이 회사에 손실을 끼쳐 좌불안석이었다.5월 들어 지표채권인 3년만기 국고채는 연 6.5% 안팎에서 게걸음쳤다. 위로든 아래로든 방향을 잡지 못해서다. 그러던 것이 지난 24일 0.13% 포인트나 급락하면서 연 6.40%로 내려갔다. 5년만기 국고채도 연 6.95%로 50여일만에 6%대로 안착했다. 회사채는 연 7.6%대.채권전문가들은 향후 금리가 대체로 야금야금 내려가는 하향 안정세에 배팅한다. 그동안 금리하락을 가로막았던 물가불안, 환율 급등, 경기회복 가능성 등 각종 악재가 희석되고 있기 때문. 경기회복은 주가에는 호재이지만 채권시장에선 자금수요를 동반하므로 금리를 밀어올리는 악재가 된다.우선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3.7%)이 4%를 넘기지 않았다. 게다가 성장견인차 역할을 해온 수출이 3월 이후 감소세여서 경기가 급격한 ‘V’자 커브를 그릴 것이란 관측도 해소됐다. 한국은행은 4월말부터 금리안정을 위해 시중에 유동성을 계속 공급중이다. 물가불안도 5월을 고비로 하반기엔 3%대로 낮아진다는 전망이다. 이런 신호들은 역으로 금리가 뛸 이유가 별로 없다는 얘기와 통한다.여기에다 5월 들어 손절매를 위해 팔자에 주력했던 은행 증권 투신 등 기관투자가들의몸이 가벼워졌다. 오히려 두둑한 ‘실탄(매수자금)’을 확보해놓고 언제든 금리가 오르면(채권값이 떨어지면) 살 채비를 갖췄다. 투신권도 4월중 12조6천억원이나 빠진 MMF(머니마켓펀드) 환매충격에서 벗어났다.손절매 물량은 자금을 장기적으로 운용하는 보험 연기금 등에서 거둬갔다. 이들은 보통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한다. 시장에 채권 유통물량이 줄고 기관들이 돈이 많아 수급요인은 한결 개선된 셈이다.그러나 금리가 내려가도 연 6%(국고채)를 뚫기 어렵고 올라가도 7%를 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성철현 LG투자증권 채권팀장은 “당초 2분기중 금리가 연중최고치를 기록한 뒤 연말로 갈수록 서서히 낮아질 것으로 봤는데 생각보다 빨리 내려갔다”고 말했다. 그는 6.2∼6.8%의 밴드안에서 등락을 예상했다.채권시장 딜러들이 수비적으로 바뀐 점도 금리 변동폭을 좁히는 요인이다. 투기적인 데이트레이더가 달라붙지 않는 한 지난 2월처럼 국고채 수익률이 연 5%까지 급락하는 랠리(강세장)가 재현되기 어렵다.중장기 수익률 관리 장세로 변환삼성투신 박성진 과장은 “딜러들이 크게 당한 뒤여서 매수세가 붙어도 예전만큼 강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이 데이트레이더들에 의해 좌우되던 장세에서 이제는 금융기관의 중장기 수익률 관리 장세로 넘어갔다는 게 박과장의 설명이다.올해 물가상승률은 대략 4%선으로 예상된다. 연 5%대인 정기예금 금리에서 이자세와 물가를 감안할 때 실질금리가 1% 포인트 안팎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돈이 넘치는 은행들로선 예금금리 인상을 전혀 고려치 않는 분위기다. 채권이나 예금 금리가 이제 균형점에 이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