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보다 가치주 선호 추세 … 국내 IT부문·미국 경기 불투명도 한몫

외국인 매수에 적신호가 켜졌다. 외국인들은 6월 한달 동안 6천억원의 주식을 내다 팔았는데 이런 매매패턴은 5월까지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연초 이후 5개월간 외국인들은 5조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수했다.하반기에도 주식시장 매매의 핵심 주체는 외국인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투자가가 어느 정도 매수에 힘을 보탤 수 있지만 절대량에서 외국인 매매를 대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외국인들이 주식을 계속 내다 팔 것인지 여부는 주식시장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하반기 외국인 매수의 관건은 두 가지다. 첫째는 미국 주식시장 동향. 그동안 외국인 매매패턴을 보면 나스닥지수가 상승한 당일이나 늦어도 2~3일 후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세계시장이 미국 주가 동향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나온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하반기 미국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국내 경제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IT쪽은 회복이 더 늦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하반기 외국인 매수는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있다.두번째는 세계 주식시장 테마 변화다. 99년 이후 세계 주식시장의 주도주는 IT→바이오→가치주로 이어졌다. 선도주 변화 중 국내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산업이 세계시장에서 선도주가 될 경우 외국인들의 매수가 늘어났다.99년 이후 세계 주식시장 테마와 외국인 매매추이를 보자.(표 참조)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IT주식이 상승했다. 미국 IT펀드의 자금 유입액은 99년과 2000년에 1천52억달러와 1천1백96억달러에 달했다. 이런 자금 유입 때문에 IT주식에도 외국인매수가 집중됐는데 삼성전자 SK텔레콤 같은 반도체와 통신주가 대표적인 예다.외국인, 포철·신세계 등 매수 … 패턴 변화지난해 하반기는 바이오주의 시대였다. IT테마가 약해졌지만 성장주 개념이 동일하게 적용된 것이다. 이 기간 중 바이오 관련 뮤추얼펀드 자금 유입액은 99년 15억달러에서 2000년 1백44억달러로 급증했다. 이런 변화가 국내 시장의 외국인 매매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2000년 상반기 IT주식에 대한 투자가 하반기까지 이어졌는데 이는 테마의 핵심이 성장주였고 국내 시장에서 마땅한 바이오관련주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올해는 가치주가 상대적인 강세를 유지했다. 펀드 유입도 변화해 지난해 4백21억달러나 유출됐던 미국의 가치주펀드로 올 상반기에는 3백60억달러가 유입됐다. 외국인의 매수 종목은 포철 신세계와 같은 가치주와 금융주 등이 다수를 차지해 지난해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나타냈다.6월 한달 동안 외국인이 주식을 내다 팔았지만 아직 매도가 계속될 지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다. 그러나 매수량이 5월 이전에 비해 줄어들 것만은 분명하다. 이는 하반기에 우리 산업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IT부문의 주가상승을 기대하기 힘들고 미국 시장이 불투명한 점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외국인 매수가 다시 늘어날 수 있는 시점은 세계적으로 IT주식이 강세로 돌아서는 때일 것이다. 하반기에 이런 전환을 예상하기는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