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료도로 톨게이트를 통과하다 보면 ‘EZ패스’라는 사인을 많이 볼 수 있다. EZ라는 말은 쉽다(Easy)라는 영어단어를 보다 쉽고 단순하게 표현한 것이다. 미국 유료도로 톨게이트에 ‘EZ패스’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10년도 채 안 된다. 통행료를 전자카드로 자동결제하는 시스템이 도입되면서부터다.이 EZ라는 말이 지금 우리나라 업계에서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새로운 유행어로 등장하고 있다. 많은 업체들이 회사이름은 물론 상품이나 서비스 이름으로 EZ라는 말을 너도나도 사용하고 있다. 우리에게 낯선 이 외래어가 새로운 마케팅 핵심용어로 애용되는 것은 정보화시대의 당연한 현상의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지금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는 정보화사회는 그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 외에 그 내용이 매우 복잡하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온 세계가 하나의 시장, 하나의 생활권으로 통합되고 모든 것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세상일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빠른 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일에 신속성을 발휘하려고 해도 변화의 복잡성에 정신을 뺏겨 원하는 만큼 신속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러가지 일들이 여기 저기서 한꺼번에 터지고 우리가 잘 알지도 못하는 먼 곳에서 일어난 일들이 즉각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현실에서 변화의 물결을 제대로 헤쳐 나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이처럼 우리의 경제환경이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는 것과는 반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날이 갈수록 간편하고 쉬운 것, 즉 보다 단순한 것을 원하고 있다.요즘 세계적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끄는 광고 메시지는 옛날같이 ‘값싸고 질 좋은 것’이 아니라 ‘쉽게 접근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세상이 복잡하게 변해갈수록 모든 것을 단순하게 생각하고 단순하게 대처하는 삶의 지혜가 필요하다.실제로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복잡한 기술의 내용을 다 알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우리집 안방까지 연결되는 지 그 복잡한 내용을 다 알 필요가 없다. 우리는 스위치만 작동해 필요한 대로 사용하면 된다. 전화는 다이얼만 누르면 되고 TV는 채널과 파워 스위치만 조정할 줄 알면 마음껏 즐길 수 있다. 한없이 복잡하게 보이는 컴퓨터도 소프트웨어가 지시하는 대로 키보드만 누르면 되고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인터넷도 정해진 순서대로 찾아 들어가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날이 갈수록 가속화되는 변화의 물결을 따라잡고 점점 간편한 것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기호에 부응하기 위해 무엇보다 변화를 보고 변화에 대응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단순해야 한다. 이것 저것 한데 묶어 모든 일을 복잡하게 생각하면 상황판단이 더욱 어려워지고 모든 결정과 행동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인터넷 시대의 총아로 등장해 타임워너사와 합병한 미국 아메리카 온라인의 성공비결도바로 단순성의 추구에 있다고 뉴스위크지는 분석한 바 있다. 즉 복잡한 인터넷시대에 AOL이 추구한 전략은 매우 단순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어디서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두가지에 초점을 맞춰 오늘의 대성공을 거뒀다는 것이다. 시대 흐름은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지만 새로운 정보화 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것은 바로 단순성이다. 이제 경영전략이나 마케팅전략도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쉽게 접근하며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단순성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시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