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토크쇼의 여왕으로 일컬어지는 오프라 윈프리의 한마디 한마디는 그대로 미국의 유행이 된다. 그녀가 언급하는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고 그녀가 얘기하는 TV드라마는 곧장 시청률이 급상승한다. ‘오프라 효과’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그런 오프라가 요즘 자주 언급하는 단어중 하나가 ‘요가’다. 최근에는 그녀의 토크쇼 한시간 전체를 요가특집에 할애하기도 했다. 미국 요가의 선지자 격인 로드니 리를 특별손님으로 초대한 이날 프로그램에는 요가를 통해 새생활을 얻었다는 시청자들의 체험담이 생방송으로 미국 전역에 퍼져나갔다. ‘요가에 입문한 뒤 술을 끊을 수 있었다’‘요가로 고소공포증이 해결됐다’ ‘살을 뺐다’ ‘불면증이 사라졌다’ ‘부부간 불화가 해결됐다’ ‘아이의 성적이 향상됐다’는 등 효과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한 소방대원은 팀 전체가 요가수련을 받은 후 팀이 휠씬 단결됐다고 전했다.전국 헬스클럽 75% 이상 요가교실 운영접고 펴고 또다시 구부리는 이 운동이 요즘 미국에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에서부터 억대의 스포츠선수들, 심지어 워싱턴 정가와 연방대법관들까지도 이 열기에 동참하고 있다. 인도에서 유래한 심신수련법 ‘요가’가 마치 유행처럼 전국을 휩쓸고 있는 것이다.어떤 방식으로든 요가를 하는 미국인들의 수는 1천5백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5년만에 두 배로 불어난 수치다. 전국 헬스클럽의 75% 이상이 요가교실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요가가 미국에 처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68년 비틀즈가 인도를 여행하면서 요가선생들 앞에서 수련자세를 취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부터라고 전해진다. 이후 미국인들은 요가를 마치 병을 고치는 마술처럼 생각하거나 코카인 없이도 몽롱한 상태에 취할 수 있는 미신처럼 받아 들였다. 조금 시간이 흐른 뒤에는 스트레스를 없애는 예방약처럼 취급되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요가에 흠뻑 빠진 이들은 몸매관리를 위한 최고의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무수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마치 필수종목처럼 요가를 선택하는 것도 바로 이 이유에서다. 요가로 체중을 많이 뺄 수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할리우드의 요가인구는 무섭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줄리아 로버츠 맥 라이언 미셀 파이퍼 기네스 펠트로 스팅 마돈나 리키 마틴 등도 요가에 빠진 할리우드 스타들이다. 에어로빅의 대표주자격인 제인 폰다도 운동시간을 할애해 요가를 즐기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유명인 가운데 가장 뒤늦게 요가에 합류한 인물은 바로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성추문스캔들 주인공인 모니카 르윈스키다.요가를 위한 의상은 따로 마련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 맨발로 하기 때문에 신발이나 양말을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 의상이라곤 헐렁한 티셔츠와 바지면 족하다.그러나 업계가 무섭게 증가하는 요가인구를 지나칠 리 만무하다. 나이키와 JC크루사는 최근 요가복을 시장에 내놓았다. 비디오 상점에는 집에서 요가를 즐기는 이들을 위해 에어로빅 비디오 대신 요가 비디오가 줄을 잇고 있다. 아마존 사이트에서는 요가 비디오 판매율이 한때 톱 8개 비디오 가운데 5개를 휩쓸었을 정도다. 요가자세를 취할 때 고통을 덜어 준다는 요가용 매트가 있는가 하면 ‘요가 초보자’들을 위한 책들이 줄을 잇고 있다. 요가자세와 비슷한 포즈의 불상도 선물용품으로 등장하고 있다. 명상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여성용 매거진 ‘보그’와 셀프’에서는 요가 강사들의 인터뷰와 지면으로 배우는 요가법 등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요가 수련회’라는 수익성 행사도 끊이지 않는다. 사무실이 즐비한 각 대도시 빌딩가에서는 샐러리맨들을 대상으로 하는 요가교실이 주5일 마련되고 있다.요가가 과연 신체에 어떤 유익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결과는 희박하다. 그러나 의학계에서는 뇌수를 맑게 해 줌으로써 심신을 깨끗이 한다는 주장에 크게 동의한다.‘휴식의 미학’ 논리도 등장뉴욕 맨해튼 장로교병원의 메멧 오즈박사는 요가수련이 림프시스템을 마사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림프는 체내의 찌꺼기를 씻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 시스템을 활성화 시켜 주는 것이 바로 요가라는 것이다. 아울러 혈액순환을 활발히 함으로써 혈액공급이 원활해지고 체내 불필요한 물질을 걸러 주는 역할까지 한다는 주장이다.일명 ‘휴식의 미학’이라는 논리도 등장했다. 요가자세를 취한 상태에서 명상에 잠길 경우 깊게 호흡을 하고 근육을 펴줌으로써 일상생활에서 몸에 축적됐던 긴장상태를 완화하는 역할을 해 거친 호흡습관을 고치고 화내는 성질도 저절로 치료할 수 있다는 논리다.보스턴대학의 심신연구소(Mind-Body Institute)는 몸을 앞으로 구부린 채 오래 있을 경우 장기를 마사지 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호르몬과 관련된 질병을 치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폐경기 후유증이나 불면증 우울증 급격한 감정변화 등이 그 예다.90년에 실시된 한 연구에서는 94명의 관상동맥 환자 중 53명에게 치료약 대신 정기적인 요가수련과 채소위주의 저지방 식사만을 제공한 결과 콜레스테롤 치료약을 처방받은 그룹과 똑같은 효과를 얻었으며 1년 후에는 오히려 약으로 치료한 그룹보다도 훨씬 증세가 호전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여전히 요가효과를 과학적, 구체적으로 증명할 자료는 태부족한 상태다. 또 개인에 따라 그 효과가 엄청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어쩌면 요가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기는 영원히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많다.그러나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요가로 인해 체중을 줄였다거나 같은 체중이라도 몸이 가뿐해지고 생활이 활기차게 됐다는 체험이 끊임없이 발표되는 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비만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미국에서의 요가열풍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