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내가 살아온 방식에 대해 회의를 느꼈다고 할까요. 대학나와서 취직하고 직장 다니고 남들이 다하는 대로…. 이게 다가 아닐 수도 있다, 또 다른 방식이 있을 수 있다,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 이런 충격 다음에는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따라오더군요.” (30대 직장인)<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designtimesp=21320>라는 책 한권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겨 놓은 파장은 컸다. 99년 출간돼 지난해 밀리언셀러의 반열에 올랐고 이어 시리즈가 계속 발매되면서 여전히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책을 번역한 형선호씨(42)는 “물론 책이 많이 팔려서 좋고 덕분에 돈도 벌었지만 사회적 책임도 느낀다”고 말했다. 처음에 출판사에서 번역제의를 받았을 때 많이 망설였어요. 매력적인 아이디어도 많은 책이었지만 저자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거든요.” 그가 얘기한 ‘사회적 책임’은 책만 읽는다고 누구나 다 저자처럼 부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순진한 노동자들이 나는 왜 안될까라며 맛볼 수 있는 좌절감’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노력뿐 아니라 운이 따라서 부자가 된 거잖아요. 하지만 결국 독서란 게 책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만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니까 독자들의 성숙한 자세를 기대할 수 밖에요.”형씨는 평범한 대기업 샐러리맨에서 경제경영서 전문 번역가로 변신에 성공한 인물이다. 대우전자와 현대전자에서 5년간 직장생활을 했지만 자유분방한 그의 성격에는 대기업이 잘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문과 출신이 가질 수 있는 전문성을 생각해 봤어요. 그리고 영어를 택했죠.” 회사를 그만두고 2년여의 영어 강사 생활을 거쳐 번역가가 됐다. “원래 한 가지를 오래 못하는 성격인데 번역은 8년째 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천직인 것 같다”고 말하는 그는 국내에 몇 안되는 경제경영서 전문번역가로 자리잡고 있다. <직업혁명 designtimesp=21323> <보보스 designtimesp=21324> <인터넷 거품 designtimesp=21326> <월가 천재소년의 101가지 투자법칙 designtimesp=21327> 등 이제까지 그가 번역한 40여권의 책 목록에선 경제 분야의 굵직한 베스트셀러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는 경제서들이 널리 읽히기 시작한 것이 비교적 최근의 일이기 때문에 명망있는 번역자들이 많지 않았던 덕이라고 겸손해 했다.‘국내 실정 맞나’ 살핀 후 번역최근 출간되는 경제서들을 보면 약간의 과장을 더해 ‘이쪽 번역은 혼자 다하나’ 싶을 정도로 그의 이름이 자주 눈에 띈다. 이렇게 많은 책을 낼 수 있는 것은 작업 속도가 대단히 빠르기 때문이다. “대충 해치우는 건 물론 아니고 한 권을 한 달 이상 붙잡고 있는 게 스스로 용납이 안돼요. 나태한 것 같아서요.”국내 경제서의 평균 수준은 아직 문학 등에 비해 낮은 편이다. 그리고 번역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서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출판사들이 자주 찾는 번역가가 되면서 이제 출판사의 번역 의뢰가 들어오는 책 중에 자신의 판단에 따라 선별할 수 있게 됐다. 그는 ‘국내 실정에 맞는가’를 첫 번째 기준으로 삼는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한국 독자들이 읽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으니까요.”마지막에 그가 덧붙인 이야기. “돈이요? 지난해 주식투자로 날리지만 않았다면 좀 벌었을 거예요. 책이랑 실제는 그렇게 다르더라구요. 경제서 열심히 읽으니까 마치 돈이 움직이는 길이 보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는데 그게 아니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