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시장 개척, 문화밴처 대표주자…유료화·미국시장 진출로 '제2도약'모색
요즘 대만에서 가장 인기있는 한국 연예인은 드라마 <가을동화 designtimesp=21338>의 송승헌 송혜교 커플. 이들만큼이나 대만에서 인기 급상승 중인 ‘한류’가 또 있다. 바로 김택진(34) 엔씨소프트 사장이 개발한 온라인 게임 ‘리니지’다. 김사장은 지난해 7월 대만 게임업체 감마니아를 통해 리니지 서비스를 시작해 지금까지 97만명의 누적회원을 확보해 50억원의 로열티를 벌어들였다. 대만뿐이 아니다. 미국과 일본 언론들도 그를 보는 눈이 남다르다. 지난 6월 미국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그를 ‘아시아의 스타’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김택진 사장에게 한국의 닷컴 기업들이 몰락하고 있다고 말하지 마라’는 말까지 남겼다. 닷컴 붕괴론이 팽배하는 와중에도 지난해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코스닥에 등록한 지 1년만에 두배 가까이나 올랐기 때문이다.그는 현재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의 40%를 점하면서 대만 진출에 이어 최근 미국의 유명 게임 개발자인 게리엇을 영입, 미국에서의 성공 발판을 다지고 있다. 현재 리니지는 최고 동시접속자가 세계적으로 20만명대에 이르러 1백10개국에 서비스되는 울티마 온라인과 같은 국제적 게임의 인기를 능가할 정도다.대만 진출 당시 애초 그가 현지 파트너로 상정했던 업체는 대만 게임업계의 ‘빅3’였다. 그러나 이들 업체들은 하나같이 리니지를 과소평가하면서 자사 제품들에 곁가지로 넣어 판매하려 했다. 이 때 찾아온 ‘손님’이 감마니아였다. 이름도 생소할 정도로 작은 규모였던 이 업체 사장은 ‘리니지에 사활을 걸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해왔다. 리니지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했던 것이다.파트너 고르는 안목 남달라“우리를 알아주는 업체와 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감마니아를 선택했던 거죠.” 그의 판단은 옳았다. 약속대로 감마니아는 TV CF까지 내보내며 과감한 투자를 했고 수개월만에 대만의 빅3를 제치고 대만에서 단연 1위의 게임업체로 등극했다.개발 직후 국내 시장에서 판로를 개척할 때도 김사장은 파트너를 잘 골랐다. 당시 PC방이 곳곳에 생겨나긴 했지만 처음부터 이 곳을 공략할 생각을 했던 건 아니다. 그러던 어느날 한 PC방 주인이 그를 찾아왔다. 돈을 줄 테니 자신의 PC방에 깔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다. 무료로 배포하기도 힘들 줄 알았던 상황에서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PC방 주인의 생각은 이랬다. 리니지는 손님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히 흥미있는 게임이라 들여 놓아야 할 것 같은데 만약 무료라면 다른 경쟁 PC방들도 너도나도 확보할테니 그렇게 되면 차별성이 없어진다는 얘기였다. 시장에 눈이 밝은 PC방 주인이 개발자였던 그에게 마케팅 전략을 가르쳐 준 셈이다.국내외 마케팅뿐만 아니라 개발과정에서도 그는 파트너 선택의 중요성을 일찍 간파했다. 98년 온라인 게임에선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그래픽 전송속도를 맞출 수 없는 게 개발 초기의 가장 큰 문제였다. 그가 생각하기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바로 대학 같은 과 후배인 지금의 이희상 부사장이었다. 학창 시절 게임 개발에 정신이 팔려 대학원 시험날짜까지 놓쳤던 천재개발자였다. 그를 팀에 합류시키기 위해 3년간 매일같이 관악산 자락에 있는 자취방을 드나들었다. 이 ‘삼고초려’ 덕분에 오늘의 리니지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인재영입 위해 ‘삼고초려’도 마다 안해SW개발 분야에서 김사장의 재능은 일찍부터 돋보였다. 89년 서울대 컴퓨터동아리(SCSC) 선배인 이찬진씨(현 드림위즈 대표)와 함께 만든 아래아 한글을 비롯해 혼자 만든 ‘한메한글’과 ‘한메타자’도 수년간 판매순위 1위를 달렸다. 그가 인터넷과 인연을 맺은 건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에서 병역의무를 대신할 때였다. 91년부터 1년간 미국 보스턴에 있는 소프트웨어 연구소에 있으면서 머지 않아 인터넷 게임이 뜰 것을 직감했다. 97년 엔씨소프트를 세우고 리니지 게임 개발에 착수했다. 2년여에 걸친 개발 기간과 10개월간의 시범서비스를 거쳐 98년 9월 상용화에 성공, 4년만에 매출 5백82억원을 올렸다. 이로써 한글과컴퓨터, 핸디소프트와 같은 국내의 대표적 소프트웨어 업체들을 제치고 벤처업계 최정상급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리니지는 현재까지 1천7백만명 누적 회원을 끌어들이며 세계 시장에 우뚝 섰다.그가 가장 중시하는 건 바로 ‘맨파워’다. 창업멤버 17명으로 시작한 회사를 4백명 규모로 일구기까지 필요한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 각자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토록 했다.그는 현재 세계 시장을 상대로 멋진 ‘게임’을 시작하고 있다. 지난해엔 1천2백억원 규모의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을 정복하며 PC게임과 온라인게임 업체 통합선두자리에 떠올랐다.그가 제시한 비전은 ‘닷월드(.World)’다. 인터넷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주는 회사로 나아간다는 포부다. 이 비전은 이미 본 궤도에 올라 있다. 세계 정상급 게임전문가를 영입하며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올해 국내 SW업계 최초로 매출액 1천억원을 돌파해 게임 거대기업을 만들겠다는 그는 아직까지 해외에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 국내 게임SW기술력을 전파하고 국산게임의 위상강화를 위해 해외에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넘버원’ 제품 해부리니지수만명이 동시에 ‘모험’ 가능리니지는 온라인게임으론 처음 3D로 랜더링된 우수한 그래픽을 바탕으로 다양한 채팅모드를 제공, N세대 인터넷 문화에 가장 적절하게 접근할 수 있다. 또한 동시에 수만명이 접속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대용량 DB관리기술이 활용됐다. 이 배틀(Battle) 기반의 ‘전략과 협동’ 게임구도는 가상의 정치 사회 경제적 체험을 가능케 해줘 리니지를 획기적인 대리만족의 수단으로 자리잡게 한 비결로 꼽힌다.현실을 경험하면서 느끼게 되는 각종 감정들이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통한 매체에 그대로 이식된다는 사실을 더 이상 놀라운 현상으로 보지 않는 N세대들에게 가상공간에서의 삶을 유행시키고 있는 대표적 가상현실로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 리니지속의 사람들은 가상공간에서 마음에 맞는 친구들을 사귀고 연인을 만나 결혼식도 치르며 혈맹이라는 가족관계를 구성해 끈끈한 인간관계를 구성한다. 또한 현실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괴롭히는 악당과 사기꾼도 존재해 그들과 대립하고 갈등을 겪기도 하며 사회적 능력을 쌓아 그들을 제압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상호작용을 가능케 해준다.리니지의 배경은 유럽 중세시대다. 주인공 데포로쥬 왕자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잃어버린 왕권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수호기사들과 함께 힘을 길러 출생지인 아덴왕국으로 향하게 된다. 반왕을 무찌르고 왕위에 오르게 되면 게임의 최종목적을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게임 시나리오는 신일숙씨 원작 ‘만화 리니지’에서 초기설정을 채용했다. 환타지소설과 정통 RPG의 기본룰을 적용, 독자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총 12편으로 기획된 리니지는 지금까지 총 8편이 완성됐으며 올해 안에 게임의 하이라이트가 될 반왕이 10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할 예정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