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공직생활 청산한뒤 투신, 1년만에 최다 회원·최대 매출 올려 … 가족도 동참 ‘일가’ 자부심

중년의 나이에 직장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성공할 가능성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우려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이 흔히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무원이라면 직장을 바꿀 확률은 더욱 더 낮아진다. 그래서 공무원은 변화에 가장 둔감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집단, 또 때로는 ‘복지부동’의 대표적 직업군으로 조롱받기도 한다.그런데 25년 공무원 생활을 청산하고 공무원 봉급의 10배가 넘는 연봉 4억원의 돈을 벌고 있는 전직 공무원이 있다면 놀랄만하지 않은가.(주)하이리빙의 오너(Owner)급 다단계 판매원 홍이표씨(48)가 그 주인공이다. 우선 홍씨의 간단한 이력부터 보자. 홍씨는 81년부터 지난해 6월말까지 20년 동안 국세청에서 근무한 세무공무원이었다. 국세청에 들어오기 전 5년 동안은 전매청에 근무했다. 전매청 근무까지 합치면 공무원 생활만 25년을 한 셈.그런 그가 왜, 부유하진 않지만 안정적인 노후가 보장되는 공무원 생활을 접고 아직도 사회 일부에선 ‘피라미드 판매’를 연상하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다단계 판매’에 뛰어 들었을까. 혹시 직장에서 잘렸기 때문에? 천만의 말씀이다. 홍씨는 지난해 6월 자발적인 명예퇴직으로 국세청을 나왔고 명예퇴직 당시 국무총리 표창장까지 받았다. 조세문제로 이런 저런 구설수에 오르내리기 쉬운 세무공무원으로선 상당히 영예스러운 퇴직이었던 것이다.외국계 다단계 대항 ‘소비자 운동’ 차원서 시작“도대체, 왜”를 집요하게 묻는 질문에 홍씨는 뜻밖에 국립암센터 이진수 원장이 한 말이라며 “사람은 뜻과 사명감이 있는 곳으로 떠나가는 나그네와 같다”고 들려준다. 홍씨가 하이리빙의 다단계 판매사업에 뛰어든 것도 뜻과 사명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홍씨가 하이리빙을 알게 된 것은 같은 가톨릭 교우이자 절친한 직장선배를 통해서였다. 99년 9월 어느 날 그 직장선배가 사업소개 자리에 그를 초청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선배에 대한 믿음 때문에 부인(이행란, 44)과 함께 그 자리에 참석한 홍씨는 긴 설명회를 듣고 나서 상품과 사업방식에 상당히 매력을 느꼈다고 말한다.“취급 상품이 전부 국산이라는 것, 특히 세제류의 경우 오염원을 제거한 환경친화적 제품이라는 것에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하이리빙이 국내 토종 네트워크 판매업체로서 외국계 다단계 판매업체의 국내 시장 잠식으로부터 국내 소비재 시장을 지킬 수 있겠다는 데 마음이 크게 움직였지요.” 홍씨는 일종의 ‘소비자운동’ 차원에서 부인과 함께 이 일에 뛰어들었다고 전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홍씨에게 ‘그 일’은 부업에 불과했다.그런데 부업차원에서 시작한 일이 2개월만에 눈에 띄는 결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72만7천원의 수입과 함께 9개 등급 중 맨 아래 등급인 ‘하이패밀리’ 핀을 달게 된 것이다. 홍씨는 이후 좀 더 적극적으로 ‘사업’을 하기 시작했다. 부인이 낮 시간에 교육장에 나가 공부한 내용을 퇴근 후 테이프를 들으며 공부하기도 했다.최단기간 오너 등극 ‘신화적 인물’이런 노력 덕분에 홍씨는 하이리빙 사업에 뛰어든 지 6개월만에 네번째 단계인 ‘마스타’ 핀을 달게 됐다. 수퍼바이저와 하이수퍼바이저라는 2개 단계를 건너 뛴 성과였다. 이어 하이마스타(7개월) 자이언트(12개월) 크라운(1년4개월) 임페리얼(1년5개월)을 거쳐 올 6월 마침내 최고 등급인 오너 핀을 달게 됐다. 하이리빙에 속한 10명의 오너급 중 최단기간에 오너에 등극한 기록도 세웠다. 그래서 그는 하이리빙에서 ‘신화적 인물’로 불리기도 한다.이에 대한 비결로 홍씨는 “Not Force, but Frequency”라고 말한다. 강요하지 않으면서 꾸준히 지속적으로 설득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한 방울의 물이 모여 결국 바위도 뚫지 않느냐”고 되물었다.에이스(Ace)라 불리는 그의 라인에는 현재 7천여명의 소비자 회원이 월 2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웬만한 중견그룹 규모다. 그래서 그에 대한 호칭도 ‘사장’이다. 현재 그가 올리는 매출은 월 3천여만원, 연봉 4억원 규모. 국세청 공무원 시절 받던 월급의 10배 이상, 우리나라 봉급생활자 가운데 0.1%에 불과한 고소득층이 된 것이다. 지난 7월28일에는 올림픽 역도경기장을 빌려 6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에이스그룹 가족축제’를 벌이기도 했다. 최다회원, 최대규모 매출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8남매의 장남인 자신의 가족과 5남매의 장녀인 부인의 가족들도 모두 사업에 동참함으로써 가족우애가 더욱 돈독해졌다. 가족끼리 빚 보증 때문에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도 그가 다행스럽게 여기는 부분이다.“매달 4백만원 정도를 중복장애인 시설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액수를 늘려나갈 계획이고요. 앞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풍요를 동시에 누리는 하나의 ‘삶의 모델’이 되고 싶습니다.”하이리빙은 어떤 회사인가국산 세제 등 판매 ‘토종 다단계’(주)하이리빙(www.hilivingmall.co.kr)은 96년 진로유통이 출자한 순수 토종 다단계 판매 회사. 97년 진로가 부도나면서 신동방 종근당 고려아연 등 3개 기업이 인수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당시 자본금은 72억5천만원. 방문판매업법에 의거한 2백여개 다단계 판매회사 중 기초 자본금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하이리빙은 당초 43개 품목으로 시작, 현재 1천여개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품목은 세제와 화장품 일반 생활용품 건강보조식품 농수산물 서비스상품(카드 보험)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전부 국산이다. 세제는 애경, 화장품은 한국콜마 등 세계적으로도 경쟁력 있는 회사 제품이라는 것이 하이리빙측의 자랑.가격대는 몇 천원에서 몇 십만원 수준으로 1백만원이 넘는 상품은 하나도 없다. 회사측은 주유권 이삿짐센터 통신서비스 전력공급 등을 미래형 상품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최종 목표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품과 서비스 상품을 다 취급하겠다는 것이다.현재 등록된 회원은 1백8만명이고 실제 활동중인 회원은 20만명 수준이다. 회원가입은 만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능하고 가입 및 탈퇴가 자유롭다. 물론 물품대금 명목의 선 계약금도 없다. 이 점이 피라미드와 가장 차이나는 부분.회사 관계자는 “순수한 소비자 네트워크인데다 수당지급 시스템이 노력한 만큼 보상을 해주는 ‘브레이크 어웨이(Break Away)’방식인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맨 처음 가입자가 무조건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시스템과는 달리 나중에 가입한 사람도 노력에 따라 오히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