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식당·하청업체까지 덩달아 불황 ‘한숨만 푹푹’
“요즘 직원들 대부분이 여름휴가와 연월차를 사용해서 회사가 텅 비어 있습니다.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데 무급휴가라도 가야죠.”경기도 이천 하이닉스반도체 인근에서 만난 한 직원은 요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저녁 7시 회사 주변 거리는 한산하기만 하다. 여느 때 같으면 퇴근 길에 소주라도 한 잔 걸치는 직원들을 쉽게 발견하겠지만 요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감산 체제에 돌입하면서 직원들을 대거 집으로 돌려보내고 있어서다.사정이 이렇다보니 회사 근처 식당이나 술집 등도 덩달아 불황기를 맞고 있다. 고기집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손님이 줄어든 게 아니고 아예 없어졌다”며 “올 초부터 단체 회식 손님은커녕 동료들과 간단히 소주 한 잔 하는 사람조차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매출이 올 초와 비교해 50~60%가량 떨어졌다는 것이 주변 상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10여개의 테이블을 놓고 술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도 “예전 같으면 앉을 자리도 없이 맥주잔을 기울이는 손님들로 북적거릴텐데”라며 한숨을 토해냈다. 저녁 8시가 넘었지만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퇴근 길 술한잔 하는 직원도 안보여회사 정문 앞은 하루의 피로를 푸는 직원들로 가득했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문을 닫아 걸고 이곳을 떠나는 상점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상점 주인들에 따르면 40~50%의 가게가 매물로 나와 있다고 한다. 직원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고 퇴직한 직원들이 늘어나자 당장 상점 경기부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술집에서 만난 한 직원은 “무엇보다 회사 주식이 바닥을 기고 있는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라며 “2만원대에 산 주식을 1천주나 갖고 있는데 지금 1천원대에 머물러 있으니 한 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근무 연차가 4~5년 이상된 직원들은 대부분 이런 걱정을 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회사가 발행한 국내DR마저 직원들이 회사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매입했지만 이마저 매입가(3천1백원)의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식당에서 만난 박모씨는 “회사측의 강요는 없었지만 직원들 대부분이 9백만원어치씩 주식을 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식에 관해선 이젠 얘기조차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하이닉스의 어려움은 그대로 하청업체에게 밀려 들어간다. 하이닉스가 하청업체에 주는 용역비를 최고 30%까지 줄이자 수지를 맞추지 못하는 업체들은 직원 해고로 적자를 막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정문에서 만난 하청업체 직원 이모씨는 “10명중 3명은 회사를 떠났다”며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말만 남기고 총총히 사라졌다.회사 근처 술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생산관리부 직원 김모씨는 “회사가 살기 위해 구조조정도 하고 감산도 하고 있지만 삼성 마이크론 인피니온 등 경쟁업체가 감산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우리의 감산이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국내 생산량 3위에 올라 있는 하이닉스지만 경쟁업체들이 감산을 하지 않는다면 기대했던 가격경쟁력 효과가 상실되는 셈이란 얘기다. 개발부서에서 일하는 또 다른 직원 이모씨는 “분위기는 우울하지만 이럴수록 더 열심히 일하는 길밖에는 없다. 삼성이나 외국업체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