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 바닥을 찍을 것인가. 지금 증시에서는 모두들 경기바닥을 알리는 신호의 출현을 고대하고 있다. 올해초만 해도 비관적인 민간경제연구소조차 3분기나 4분기에는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2월에는 기업경기 실사지수의 급속한 호전 등을 이유로 재경부관리들이 제기한 경기저점론이 한 때 지지를 받기도 했다. ‘V’자형 회복에 ‘U’자형 회복, 심지어 ‘√(루트)’형 회복론까지 다양한 전망들이 나왔다.“언제 바닥 찍을까” 학수고대그러나 최근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나 산업동향지표들은 오히려 비관론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사상최저라는 저금리속에서도 기업들은 지난해 11월 이후 8개월 연속 설비투자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삼성경제연구소가 조사한 3분기 소비자 태도지수는 4분기 연속 50 이하(50이하는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그렇지 않은 소비자보다 많다는 것)인데다 1분기의 상승세가 3분기 들어 하락으로 돌아섰다. 수출부진을 상쇄해 줄 내수도 살아나기 힘든 여건이다.은행금리가 떨어지자 시중유동성은 조금 더 높은 금리를 주는 금고나 투신의 MMF까지는 들어와도 아직 주식으로까지 움직일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경기가 언제 회복될 지 기업들이 앞으로 나아질 지 확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10조원의 공공예산 조기집행에 기업부채비율 2백% 완화라는 묘수까지 내놓으면서 정부는 투자와 소비를 활성화시키려고 애쓰고 있지만 말이다.한국경제에 대한 비관은 미국 등 세계경기에 대한 비관적 전망에 뿌리를 두고 있다. 미국경기의 바닥 조짐은 아직도 보이지 않고 있다. 8일 발표된 미국 베이지북은 ‘제조업의 침체가 다른 분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그나마 소비로 지탱해 온 미국경기에 대한 조기회복 기대를 무산시켰다.이렇게 되자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이라는 용어까지 유행하고 있다.그러나 주가란 비관과 걱정의 벽을 타고 오른다고 했던가. 이처럼 비관적인 가운데서도 기회를 엿보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경기에 대한 비관적 전망속에서도 최근 고객예탁금이 조금씩 늘고 있는 점과 지난해말 500포인트를 손쉽게 깼던 증시가 500포인트초반대로 접근할 듯 하면 쉽게 반등한다는 점은 증시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증시 주변의 유동성은 일단 주가를 크게 올리지는 못해도 추가하락을 견제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이 때문에 경기회복 조짐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박스권에서 증시가 움직일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다.UBS워버그증권 서울지점 이승훈 이사는 “한국기업의 EV/EBITDA가 과거 평균 6배보다 낮은 4.6배 수준(지수 560 기준)이라는 것은 경기 하강 요인이 한국증시에 반영돼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한다. 또 “한국기업이 과거에 비해 재고가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경기회복으로도 이익은 급증할 수 있다”고 말한다.따라서 경기회복신호만 나타난다면 증시에도 큰 기회가 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이사는 종합주가지수가 520과 730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내다봤다.국내증권사의 전문가들은 이보다는 오히려 소극적으로 지수를 예측한다. 520 혹은 530에서 630포인트 정도를 예상한다. 520에서 580포인트 사이로 좀 더 좁게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박스권을 좁게 보는 전문가들은 지수관련 대형주보다는 내재가치가 우량한 중소형주들을 주목한다.저금리기조 의식, 고배당주에도 관심을단기적으로 유동성효과를 기대하는 전문가들은 증시에 돈이 들어올 때 일차적으로 움직이게 마련인 증권주 은행주 건설주를 꼽는다. 저금리 기조를 의식해 ‘배당수익률이 은행정기 예금금리를 웃도는’ 고배당주에도 눈돌릴 것을 권한다.대부분의 투자전략가들이 논쟁이 분분한 IT주에 대해서는 자신 있는 견해를 내놓지 않지만 하반기 일시적인 모멘텀이 발생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연구위원은 “9월 미국 신학기수요 및 10월 윈도 XT 발표 등 재고 순환상의 모멘텀을 계기로 IT주가 한 번 시세는 낼 것”으로 예상했다.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으로 돌아서는 실마리를 푸는 첫째 요건인 투자와 소비쪽에서도 다소 긍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씨티살로먼스미스바니 오석태 박사는 “국내에서 아직 개인들의 현금선호현상이 강화되고 있다는 증거가 없고 오히려 2000년 이후 안정적”이라며 유동성함정론을 부인했다. 오박사는 나아가 올 1분기의 실질개인소비감소는 분기 대비 디플레이터 때문이라며 명목소비는 오히려 증가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2분기 소비지표는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