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를 얻으면 남부럽지 않을 돈과 명예를 쥐지만 그것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연예인이란 직업이 그렇다. 어렵사리 스타 자리에 올랐다 해도 장래를 보장받는 건 아니다. 연예인들이 부업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가 이것이다.연예인들의 부업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눠진다. △본인의 자금으로 직접 투자 창업한 경우 △친인척과 공동 운영하는 경우 △투자금 일부를 출자한 뒤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 △이름만 빌려주는 이른바 ‘얼굴 마담’ 등. 시작만으로도 반은 성공한 사업이라는 연예인 부업, 속속들이 들여다보자.궁예 김영철 백운호수서 카페 운영전유성 진미령 부부는 적극적으로 부업에 나선 사례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복고풍 카페 ‘학교종이 땡땡땡’, 소박한 백반집 ‘밥이야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성남시 복정동 한적한 야산에 3층짜리 건물을 짓고 ‘아하 전유성’이라는 퓨전 레스토랑을 열었다. 1주일에 한 두번 인사동 점포에 들러 손님을 맞고 나머지 여유시간은 새로 연 레스토랑에서 보낼 정도로 애착이 크다.탤런트 김종결은 93년부터 여의도 빌딩가에서 이름난 한식당 ‘신정’을 운영하고 있다. 철저하게 맛과 서비스로 승부해 성공했다는 평을 듣는다. 식당을 주식회사로 만들 만큼 성공했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실패가 숨어 있다. 커피숍 만두가게 오락실 패스트푸드점 등을 개업했다가 모두 ‘말아먹은’ 경력이 있다고. 식당 하나에만 목숨을 걸기로 마음먹자 돈이 따라오더라는 이야기다.탤런트 유동근은 골프장갑업체의 사장을 겸하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HJ골프의 한국지사장으로 98년 7월부터 재직중이다. 이 회사는 캘러웨이 핑 미즈노 등에 OEM방식으로 제품을 공급 중이며 국내 유명 백화점 골프장 등에도 판로를 갖고 있다. 직원은 9명, 본사는 서울 반포동에 있다. 유동근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마니’라는 이름의 커피숍도 운영 중이다.개그맨 임하룡은 올 초 서울 압구정동에 지하 1층, 지상 5층짜리 건물을 짓고 ‘젤로’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하 1층은 분위기 있는 바, 지상 2~3층은 카페와 레스토랑, 4~5층은 임하룡 가족의 주거공간. ‘아담한 공간을 마련해 좋은 사람들과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는 평소의 꿈이 실현된 곳이기도 하다.연예인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는 대개 음식점이나 카페 레스토랑에 모아진다. 고객 회전이 높은 업종인 만큼 주무기인 ‘얼굴’ 활용이 수월하다. 반대로 일반인에겐 연예인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한다.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탤런트 이정섭은 종로구 재동에서 한식당 ‘종가집’을 운영하고 있다. 영화배우 김진아는 강남구 논현동에서 고깃집 ‘못이저’를, 탤런트 이일재는 강남구 삼성동에서 고깃집 ‘삼성각’을 운영하고 있다.카페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이는 더 많다. 개그맨 김학래는 하남 미사리에서 카페 ‘루브르’를 직접 지어 98년 6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궁예’ 김영철은 의왕 백운호숫가에 ‘배다’라는 카페를, 선우재덕은 의정부 낙양동에서 카페 ‘캐슬’을 틈틈이 돌보고 있다. 개그맨 최양락은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에 아담한 카페 ‘꽃피는 산골’을 운영하고 있고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도 이화여대 후문 근처에서 재즈바 ‘버드랜드’를 개업했다.형제 자매의 사업을 도와주면서 사실상 공동 운영하는 사례도 많다. 개그맨 신동엽은 형 신동훈씨가 운영하는 대학로 ‘동까스대학’에 종종 나와 손님을 맞는다. 분당 야탑동의 ‘안의갈비찜’은 탤런트 이종원의 형 이종석씨가 사장. 용산구 남영동 숙명여대 근처의 바 ‘바팔’은 개그맨 김진수의 동생 김기수씨가 운영한다. 개그맨 서경석의 이름을 딴 칼국수집 ‘경서기네’도 그의 이종사촌 김재수씨가 사장이다.이의정씨 ‘만두’, 직접 디자인 나서이들 업소는 모두 인기인인 가족의 덕을 톡톡히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치 연예인 본인이 운영하는 곳인양 인테리어나 홍보를 하는 것도 특징이다.직접 창업한 것은 아니지만 투자금을 일부 출자하거나 창업에 관여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탤런트 이의정은 최근 의류브랜드 ‘만두’에 기획이사로 등재됐다. 직접 디자인을 하는 것은 물론 회사 운영 전반에 조언을 하는 역할이라고.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대형 고깃집 ‘마나’에는 조성모 구본승 등 스타들이 자주 나타난다. 이 곳 김광수 사장이 운영하는 매니지먼트사 GM기획 소속인 이들은 ‘직원 신분으로 사장님 사업을 도와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영화배우 이정재는 대학로에 새로 문을 연 스파게티점 ‘일 마레’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이곳의 화이트&블랙 인테리어가 이정재의 작품. 이곳은 그의 여자친구 최연희씨가 사장인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연예인 부업이 언제나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다. 처음 자신의 인기를 믿고 사업을 벌였다가 관리 소홀 등으로 실패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다.탤런트 백일섭은 분당에서 고깃집을 크게 하다 그만 뒀고 이대앞 등지에서 옷집을 하던 탤런트 이상아도 최근 사업을 접었다. 가수 김세환은 횟집을 개업했다가 두 손 들고 나온 경험이 있다. 지난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미용실을 열었던 미스코리아 출신 성현아는 얼마전 간판을 내리고 말았다. 깔끔한 한정식집을 열어 눈길을 끌었던 가수 나미는 지난 달부터 대형 한식집 용수산에 가게를 넘겼다.아예 처음부터 ‘단발 경영’을 겨냥, 몇 개월간만 운영한 뒤 권리금을 올려 받고 물러나는 경우도 있다. “인기를 바탕으로 점포 가치를 올려 놓은 데 대한 대가”라는 게 이들의 해명이다.인터뷰가수 진미령‘먹는 사업’ 만 세군데, ‘중소기업 수준’아이디어뱅크로 이름난 개그맨 전유성과 함께 사는 가수 진미령. 남편도 자신도 재테크엔 ‘젬병’이라며 ‘잘 벌어 잘 쓰자’가 부부의 생활 신조라고 말한다.그런 부부가 거금을 들여 성남 한적한 곳에 3층짜리 건물을 지었다. 이름하여 ‘아하 전유성’. 3천여평 부지 한 켠엔 골프연습장을 만들어 무료로 개방하고 건물 내부는 카페 겸 레스토랑·갤러리로 꾸몄다. 준비 기간만 6년에 달했다. 특히 2층엔 세련된 주방시설을 갖춰 놓고 ‘직접 만들어먹는 식당’이라는 독특한 컨셉을 부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재미있는 식당을 만들고 싶었죠. 맛있는 요리를 즐기면서 기분이 한껏 좋아지는 곳. 바닥 타일부터 그릇 화장실 변기까지 따로 디자인해서 만들었어요.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알만 하죠?”부부는 이 곳까지 합쳐 모두 세 군데에 ‘먹는 사업’을 벌여 놓았다. 각기 회계 담당자가 따로 있는 데다 종업원 수만 20명. 중소기업 수준이라 할 만하다.“번 돈은 제때 쓰는 편입니다. 은행 저축 말고는 달리 재테크 수단도 없고요. 집을 사거나 사업을 늘리는 데 돈을 쓸 생각은 없어요. 버는 것 보다 잘 쓰는 게 중요하니까요.”진미령은 최근 어릴 적 별명 ‘다람쥐’에서 따온 이름 ‘담지’로 예명을 지었다. 재미있는 이벤트로 가득한 삶을 사는 부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