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사바나 추장’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개그맨 심현섭(32). 그는 KBS ‘개그콘서트’가 만들어낸 최고의 애드립 스타다. 그는 월트 디즈니의 신작 애니메이션 <쿠스코 쿠스코 designtimesp=21413>에서 주인공 쿠스코역의 목소리를 맡아 더빙도 했다.방송가에 ‘개인기’ 열풍을 주도하면서 유명해진 그는 최고급 브랜드제품으로 자신을 치장하거나 호화로운 생활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는 그의 어머니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그의 어머니는 남편을 여의고 그를 비롯한 다섯 형제를 홀로 길렀다고 한다. 그의 선친은 전직 국회의원 출신으로 80년대 민정당 총재 비서실장을 역임한 고 심상우씨. 그의 선친은 아웅산 폭파사건 때 목숨을 잃었다. 그의 어머니는 남편의 허망한 죽음에도 자식들 앞에서 눈물 한방울 보이지 않을 만큼 강인한 여인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외할아버지를 여읜 후 집안의 가장 노릇을 했다고 한다. 이런 탓에 그의 어머니는 결혼 후에도 헛돈을 쓰는 법이 결코 없었다고 한다.자기의 이름으로 된 아담한 집 장만그는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면서 피식 웃음을 흘린다. 명문사립 예일초등학교 시절 나이키나 아디다스와 같은 메이커 신발을 신지 않은 아이는 그 밖에 없었다고 한다. 친구들은 그런 그에게 “국회의원 아들이 왜 그렇게 하고 다니느냐”며 놀려댔다고 한다.“우리 집에는 에어컨이 있어 본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오디오도 조그맣고 대부분의 가전제품도 매우 오래된 것들 뿐이었죠. 어머니는 고장나서 도저히 고칠 수 없을 때까지 쓰시는 분이에요. 그렇지만 어려운 사람에게 베풀며 살아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으셨어요. 아버지가 그 위치에서 욕심을 냈으면 엄청난 부자가 됐을 테지만 너무나도 청렴하게 사셨다며 우리들에게 늘 일러 주시곤 했어요.”청렴한 선친을 꼭 빼닮아서일까. 그는 돈 욕심이 없다. 그래서 그가 벌어오는 돈은 전적으로 그의 어머니가 관리한다. 돈이 어디에 쓰였고 현재 얼마나 있는지조차 그는 모른다고 한다.그의 용돈은 어머니로부터 매일 받는 5천~1만원이 전부다.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어림도 없는 액수지만 그는 이것도 남을 때가 많다고 한다.“쓸 일이 별로 없어요. 소속사에서 차에 기름 넣어 주고 아침과 저녁은 집에서 해결하고 어쩌다 사람들 만나 차 마시고요. 옷은 협찬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무명시절에는 오히려 남는 시간이 많으니까 돈을 더 많이 썼던 것 같아요. 되는 일이 없으니까 포장마차에 가서 소주도 많이 마시고요. 그런데 요즘에는 돈 쓸 시간이 없어 자연스럽게 재테크가 되고 있어요.”지금은 회당 출연료가 보통 샐러리맨들의 월급 정도로 많지만 초창기 그는 수입이 거의 없었다. 그가 SBS 공채 개그맨이 돼 처음 받은 돈은 거마비조의 37만원짜리 자기앞수표 한 장이었다.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이다 보니 그의 수입은 들쑥날쑥이었고 악덕업주에게 이용되는 일이 많았다. 행사 출연료가 30만원 정도였던 그 당시는 그나마도 선불로 받지 않으면 떼이는 일이 허다했던 것.6년이라는 적지 않은 무명시절을 보낸 끝에 스타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는 ‘함부로’ 살지 않았다. 영화출연 가수데뷔 등 ‘사바나 추장’의 특수를 얼마든지 누릴 수 있었지만 온갖 유혹을 뿌리치고 나름대로의 정도를 지켰다. 코미디계의 대선배인 구봉서나 이홍렬처럼 정감있고 오래가는 오로지 개그맨으로만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돈이 사람을 버린다고 생각해요. 맘만 먹었다면 지금쯤 수억원을 벌었을 테지만 그건 바라는 바가 아니에요. 영화에 출연해달라, 가수로 데뷔하라 등 정말 많은 제의가 있었지만 모두 정중히 거절했어요.”심현섭씨는 6년이라는 적지않은 무명시절을 보낸뒤에 '사바나 추장'으로 스타의 자리에 올랐다.그는 밤무대를 뛰지 않는 개그맨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수억원을 벌 수도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그것을 마다한 일을 두고 후회한 적은 없었다.돈에 관한 한 모든 걸 알아서 해주는 어머니 덕분에 그는 자기의 이름으로 된 아담한 집도 장만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번듯한 집 한 채는 있어야 한다며 그의 어머니가 마련해준 것. 주변에서 종종 집 없어 고생하는 선배들을 볼 때마다 그는 어머니에게 더없는 고마움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가장 존경하는 경제인으로 어머니를 꼽았다.“전 경제에 관심도 없고 그런 분들의 이름도 잘 몰라요. 어머니는 많이 알려진 누구처럼 유명한 분은 아니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가장 훌륭한 경제인이에요.”그는 재테크를 잘 하는 사람으로 개그맨 표인봉과 서세원 등을 꼽는다.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 나름대로 악착같이 돈을 모아 집도 사고 나름대로 전망있는 사업도 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그는 대다수 연예인들은 유명세를 타면서 일이 많아지다 보면 돈을 관리할 시간이 없어 부모나 아내 매니저 등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며 돈을 직접 관리한답시고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주위에 몰려드는 사기꾼들에게 당한 이들이 적지 않다고 귀띔한다.남에게 보증 서준 적도, 카드를 사용해본 적도 거의 없고, 번 돈을 증권이나 부동산에 투자해 본 경험도 전혀 없다는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일. 개그맨으로서의 생활이 즐겁고 자신을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진 지금의 행복이 그 무엇보다 크기 때문이다.“남들이 보기에는 돈을 굉장히 잘 버는 줄로 알지만 사실 CF광고를 찍어도 40%를 세금으로 내야 하고 출연료도 떼는 게 많아 실수입은 얼마 안돼요. 전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아요. 10만원을 버는 사람이나 1백만원을 버는 사람의 차이는 없어요.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니까요.”갑자기 큰돈이 생기면 어떻게 하겠냐고 묻자 그는 “아마도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나눠줄 것”이라고 선뜻 대답한다. 아마도 그가 항상 웃음을 시청자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순수하고 넉넉한 마음때문일 것이다.항상 겸손하고 책임감있는 개그맨으로 회자되는 심현섭. 돈보다 연기에 대한 욕심이 큰 그가 10년 후 어떤 모습이 돼 있을까. ‘오래 기억되는 개그맨, 항상 일하는 개그맨’이 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