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6일 매직아이 성순식차장은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컴덱스코리아 2001에 설치될 자사 부스 설계도를 이리 저리 살펴보고 있다. 이번 전시회가 매직아이를 공식적으로 알리는 기회기 때문에 추호의 실수도 하지 않기 위해서다. 성차장은 이어 신제품에 탑재되는 솔루션 공급업체에 전화를 걸어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다. 그런 다음 공장에 연락해 생산에 차질이 없는 지도 알아보고 최근 계약을 맺은 유통 대리점과도 협상을 마무리한다. 점심 식사를 햄버거로 간단히 때운 성차장은 개발실에 들러 신제품의 최종 테스트를 개발자와 함께 체크한다.핵심 업무 두루 경험 …올 라운드 플레이어마치 CEO와 같이 업무를 처리하는 성차장은 현재 전략기획팀장이다. 성차장처럼 기업의 핵심적인 일을 직접 챙기거나 여러 부서를 거치면서 기업의 실세로 자리잡은 벤처인들이 최근 부각되고 있다. 일명 벤처 업계의 일당백, 올 라운드 플레이어들이다. 개발 기획 마케팅 영업 등 벤처 업무의 핵심 영역을 두루 경험하면서 나름대로 실력을 인정받아 승승장구하는 사람들이다.이들은 어떤 이유로 일당백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일까. 먼저 남들과 다른 능력을 갖고 있어서다. “개발자였지만 업무적으로 진행했던 영업이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허영회 미디어랜드 전략기획팀 부장), “기술도 알고 관련 정책에 대한 지식이 있어 가능했다.”(김동례 마크애니 공공마케팅팀장), “학창시절 사업경험을 인정받은 것 같다.”(김영권 이컬처 EC사업팀 대리) “삼성전자에서 내부와 외부의 기획업무를 다뤄본 것이 도움이 됐다.”(성순식 매직아이 전략기획팀 차장)또 이들은 찾아온 기회를 마다하지 않고 적극 수용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출발은 엔지니어이거나 디자이너였지만 회사가 자신에게 던진 과제를 회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과제를 끌어안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미디어랜드 허영회 부장은 요즘 해외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느라 1주일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런데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는다. 이컬처의 김영권 대리는 문전박대하는 작가들을 섭외하기 위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그가 섭외한 작가수는 7백여명에 이른다. 잦은 출장은 이제 이골이 날 정도다.능력을 인정받아 부서를 옮겨가며 승진은 계속했지만 일당백에 대한 혜택은 다른 사람과 별반 다른 것이 없다. 다분히 일이 좋아 일당백이 된 사람들이다. 마크애니 김동례 팀장은 “일을 좋아하니까 할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보람과 성취감에 산다”고 말했다.철인과 같은 체력으로 백명의 몫을 혼자서 처리하는 올 라운드 플레이어들은 이처럼 조용하게 회사의 숨은 일꾼으로 묵묵히 일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도 ‘박이부정’하지 않고 일단 일을 시작하면 끝을 보는 ‘야수’적 본능이 이들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