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등 관련업계 상품개발 분주 … 농촌 체험관광·외식·자동차업계도 매출 증가 부푼꿈
여행업계는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 낙후된 여행산업이 선진국형으로 바뀔 것이라는 데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다.주5일 근무제 실시로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업계는 여행 및 호텔 콘도업계로 분석되고 있다. 여행업계는 특히 테마여행 및 체험여행 증가와 더불어 낙후된 여행산업이 선진국형으로 바뀔 것이라는 데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여행관련 직업증가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서울근교의 테마파크와 외식업계 등도 주5일 근무제 이후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여행업계6백60개 여행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한국일반여행업협회(KATA) 조계석 부장은 “툭 터놓고 얘기해서 표정관리 하기가 힘들다”는 말로 주5일 근무제가 여행업계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한 반응을 대신했다. 조부장은 “국내 여행시장 규모에 대한 정확한 집계는 없다”며 “다만 대부분의 여행이 휴일에 몰리는 현상을 감안할 때 휴일이 하루 더 증가함으로써 최소한 15% 이상 시장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고있다”고 전망했다.조부장이 예견하는 국내 여행업계의 가장 큰 변화는 선진국과 같은 도소매시장의 분리. 즉, 대형업체는 상품기획 코스개발 등에 주력하고 소형업체는 상품판매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리라는 기대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여행업체 수는 전부 7천여개. 이 중 국내만 전문으로 하는 여행업체 수만 해도 4천3백여개에 이른다.그러나 국내 여행업체의 경우 직원 5백명인 큰 업체나 직원 3~5명인 작은 업체에 상관없이 상품기획에서 여행객 모집 현장인솔까지 겸하다 보니 부실관광과 업체의 영세성 심화 등 문제가 적지 않다는 것이 조부장의 지적이다. 조부장은 “여행업은 세계 어디에서나 ‘맘앤팝 비즈니스(부모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 가족사업)’에 속해 왔다”며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다양한 상품을 원하는 여행객이 많아지면서 여행업체 수도 늘어나겠지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도소매 분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이와 관련, 여행업체 중 유일하게 코스닥에 등록된 하나투어 박상환 사장은 “도소매시장 분리라는 여행업계 유통시장 변화는 국내 여행업계 선진화를 위한 과제 중 하나였다”며 “주5일 근무제로 여행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유통구조 선진화가 보다 앞당겨질 것”이라고 관측했다.여행상품의 변화도 예견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여행상품의 주류는 당일 또는 토요일 저녁에 출발해 차에서 1박 하고 일요일 오후에 돌아오는 무박2일 상품이었다. 그러나 토요일까지 쉬게 되면 금요일 저녁에 출발하는 무박2일 상품과 함께 1박2일 또는 2박3일 상품도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상품의 내용별로는 테마여행 및 체험여행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96년부터 국내 테마여행을 개척해 온 여행자클럽 최욱재 사장은 “앞으로는 그저 보는 여행에서 벗어나 가족중심의 레저체험이나 현장체험이 어우러진 여행상품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그러나 여행업계의 고민 중 하나는 승용차를 이용한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상상을 초월한 교통체증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여행업계에선 교통체증 회피를 여행상품 개발의 최대 화두로 삼고 있을 정도다. 여행자클럽 최사장은 “갈 때는 버스로 갔다가 올 때는 막히는 지점부터 기차로 오는 등의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또 장기적으로는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 철도를 이용하는 여행상품이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한편 여행작가 여행설계사 등 여행을 취미를 넘어 생업으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농협 팜스테이주5일 근무제 실시는 여행업계에만 대박이 아니라 농촌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체험관광이 선호되면서 농촌의 풍경도 바뀔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관련,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이 농협의 ‘팜스테이’다. 농협이 99년 8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팜스테이는 말 그대로 도시의 여행객이 농촌 농가에 머물며 농민과 함께 씨도 뿌리고 농작물 수확과정에도 참여하는 프로그램. 단순히 방을 빌려주는 민박개념에서 벗어나 농사체험과 인근 명소나들이를 겸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농협은 올해 팜스테이 대상지역을 경기 여주, 포천 교동, 충남 서천 등 48개 지역 3백19개 농가로 정했고 2004년까지 1백30여개 마을로 확대할 방침. 농협은 5호 이상의 농가가 집단 거주하는 전형적인 농촌 자연부락으로 주변 경관이 뛰어나고 관광자원이 풍부한 곳을 우선적인 팜스테이 대상지역으로 꼽고 있다. 여기에 도시민이 묵기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시설수준이 양호해야 할 것을 조건으로 내건다.농협이 팜스테이에 무엇보다 기대를 거는 것은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하기 때문. 지난해의 경우 6만3천여명이 팜스테이를 이용했고 올해는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지난해 팜스테이 농가의 호당 농업외 평균 소득은 6백20만원에 달했던 것으로 평가됐다.농협 농촌지원부 심재권 팀장은 “농촌이 순수한 농업소득만으로 살아가기는 힘든 세상”이라며 “팜스테이는 농가의 농업외 소득을 늘려 줌으로써 농촌 살리기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도시 자녀의 산 교육, 도시와 농촌의 교류확대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호텔·콘도·펜션 등 숙박업계관광업계 관계자들은 주5일 근무제 실시로 가장 큰 수혜를 받는 분야가 바로 지방 호텔 및 콘도업계라고 입을 모은다. 지방호텔 및 콘도업계는 여름 휴가철과 같은 성수기엔 방이 모자라 난리지만 비수기엔 파리를 날리기 일쑤다. 이 때문에 지방호텔들은 만성적자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투자자금이 부족하다 보니 시설이 낙후되고 서비스도 부실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이런 문제가 주5일 근무제 실시로 상시여행체제가 잡히면 수익증대-시설투자-정규직 증가로 이어져 시설 및 서비스가 훨씬 개선되리라는 기대다.이와 관련, 중저가 호텔 체인망도 지방도시로 확대될 전망. 지난 5월 국내에 진출한 미국 최대의 중저가 호텔 체인업체 베스트웨스트 인터내셔널의 경우 지금까지 뉴서울, 동대문 이스턴, 유성 레전드호텔을 체인망으로 확보했고 내년에는 10개 이상의 호텔을 체인호텔로 늘릴 계획이다.대형 호텔이나 콘도측은 가족단위 고객유치를 위해 마케팅전략 강화에도 나설 방침. 신라호텔 장우종 과장은 “서울보다는 제주신라쪽 영향이 클 것”이라며 “제주신라의 경우 인근 레저업체와 제휴해 각종 체험여행을 비롯한 패키지 여행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장과장은 “서울의 경우 주5일 근무제 실시로 인건비상승 등 일부 부정적인 효과도 예상되지만 기본적으로는 호텔 식당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어린이 동반고객을 위해 놀이방 운영 등 다양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전국에 10개 직영콘도를 운영하고 있는 한화리조트 측은 “서울근교 보다는 설악 대천 수안보 등 중장거리 콘도가 더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며 “IMF 이후 저가 이용권이 범람하면서 인기가 급락했던 콘도 회원권이 다시 대중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요즘 골프 및 콘도 회원권 거래소에선 용평 휘닉스파크 등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휴양 리조트 회원권 거래가 활발한 편. 에이스 회원권거래소 관계자는 “휴가가 끝날 무렵에는 일반적으로 리조트 회원권 거래가 뜸하고 가격도 내림세를 보였는데 요즘에는 거래가 활발하면서 가격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콘도형 숙박시설의 일종인 펜션도 주5일 근무제 이후 더욱 인기를 끌 전망. 전국에 20여개의 펜션을 가맹점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렛츠고월드 이학순 사장은 “현재 지방 숙박시설은 시설이 엉망인 여관이나 이미지가 좋지 않은 러브호텔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며 “가족중심의 여행객이 묵을 수 있는 대안 숙박시설로 펜션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렛츠고월드는 내년까지 가맹펜션을 1백50개까지 늘릴 예정이다.외식·자동차업계자동차 업계는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될 경우 다소 주춤했던 레저용 차량(RV)의 판매가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7월말 현재 RV차량의 판매는 22만대로 승용차 총판매량의 36.9%를 차지하고 있다. 젊은층의 RV선호도가 높아진 데다 RV차종이 다양하게 출시됐기 때문이다.한국자동차공업협회 정보조사팀 김준규 차장은 “주5일 근무제로 여유가 많아지면 일본의 RV차량 판매 비중인 50% 선에 육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회사들도 RV시장 선점을 위해 신차종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고급형 RV 테라칸 미니밴 라비타를 선보여 RV차종의 풀라인업 체제를 갖췄다.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도 올 하반기에 신형 RV차량을 내놓을 계획이다.외식업체는 주5일 근무제 실시 초창기보다 어느 정도 정착이 된 후에 보다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주5일 근무 초창기엔 여행을 떠나는 가족이 많겠지만 계속적인 여행에 대한 부담으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외식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동양제과 베니건스 마케팅팀 이동훈씨는 “2년전 격주 휴무제가 처음 시작됐을 때 초창기엔 매출이 감소했으나 점차적으로 외식과 쇼핑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매출도 늘어났다”고 전했다. 11개 점포에서 주말에 평일보다 20% 정도 많은 1천2백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베니건스의 경우 주 5일 근무제 실시 이후 15% 정도의 매출상승을 기대하고 있다.인터뷰이찬영 코리아트레블즈 대표“여행관련 원스톱 예약시스템 개발”코리아트레블즈 이찬영(39) 대표가 주5일 근무제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지난 6월부터 선보인 관광상품권 판매실적이 주5일 근무제 실시 이후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관광상품권은 지난 8월말 현재 5천5백여개 가맹점에 50억원의 판매실적을 기록했고 연말까지 1만여개 가맹업체에 1천억원의 매출실적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이대표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및 동대학원 출신의 엔지니어. 쌍용증권 전산실, 대성산업 컴퓨터시스템 사업부 등에서 7년간의 직장생활을 끝내고 95년 창업에 나섰다. 처음에는 이현데이타시스템이란 이름으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개발용역에 몰두하다 조계종의 불교웹사이트 구축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여행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전국 사찰 6백여개의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3천5백여개의 종무행정 전산화 작업을 하면서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녔죠. 그러면서 혼자 보기 아까울 만큼 아름다운 곳들을 많이 접하고 이를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이대표는 이후 관광협회중앙회를 통해 관광관련 업체 홈페이지를 구축했고 이 인연으로 관광상품권 개발에 공동으로 나서게 됐던 것이다.“국내 여행업계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낙후된 예약문화입니다. 고객들은 예약을 해놓고 연락도 없이 펑크내기 일쑤고 그러다 보니 업체들은 실제보다 많은 인원을 예약해 놓고 있다가 고객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저희는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호텔 항공 렌터카 여행상품 레스토랑 등 여행에 대한 모든 것을 한 곳에서 실시간으로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내년 초쯤 선보일 예정입니다.”이대표는 “1백억원이 소요되는 이 시스템 개발에는 한국통신과 미국 최대의 예약솔루션 업체인 마이크로 피델리오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대표는 국내 6백여개 호텔(관광호텔 이상)을 하나로 묶게 될 이 시스템이 완성될 경우 국내 여행객은 물론 외래 여행객의 한국방문 길잡이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했다.“주5일 근무제가 단순한 국내 여행활성화에서 벗어나 한국관광 문화의 선진화 및 복지관광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저희 업체는 이를 위해 하나의 관문 또는 ‘큐브(Cube)’ 역할을 했으면 하고요.”©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