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32평형 연초대비 5천만원 올라 … 상승세 지속 전망 속 소형매물 ‘품귀현상’

“보세요. 전화 한 통화에 금방 5백만원이 오르잖아요? 난리예요. 수요자들이 어지간하면 거들떠보지도 않던 아파트까지 1천만원 이상 올랐을 정도니까요.” 지난 8월28일 저녁 일산신도시 부동산뱅크 주엽점에서 만난 박춘봉 사장의 말이다. 취재도중 첫 문의전화가 오더니 10분 뒤 재차 걸려온 전화로 인근 19평짜리 아파트가 1억원에서 5백만원이 오른 가격에 순식간에 거래가 됐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이 집을 구하려고 난리지만 매물이 없습니다. 아파트 품귀현상이에요.”같은 날 만난 목동 2단지 유원공인중개 윤상기 사장이 전하는 아파트매매시장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강남으로 이사가려는 사람이 이곳 35평형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았는데 수요자가 나타나 당초 금액보다 1천만원정도 비싼 3억7천5백만원에라도 사겠다고 해 계약을 맺으려 했는데 매도자가 이사하려던 강남지역의 아파트값이 하루 사이에 7천만원이나 올라 도저히 안되겠다며 매물을 회수하고 주저앉은 일이 있을 정도입니다.”강남·분당 매물 ‘부르는 게 값’서울시내 아파트가격을 선도한다는 강남지역과 수도권아파트가격을 이끈다는 분당지역은 더욱 심하다. 특히 1만2천여세대가 몰려있는 대치동지역은 연초에 비해 30평대가 로열층기준으로 7천만~8천만원정도, 60평대가 1억5천만원이상 오른 값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IMF이전 매매가격에 비해 오히려 8천만~9천만원정도 오른 가격” 이라는 게 대치동 성창공인중개 오영재 사장의 말이다. 분당신도시의 시범단지에 위치한 분당공인중개 임말석 사장도 “시범단지 기준형인 32평의 경우 연초대비 5천만원 가량 오른 가격에 매물이 나오지만 바로 소화된다”고 말했다.지난봄부터 이어진 아파트가격의 상승세가 누그러질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소형아파트의 경우 임대수요를 겨냥한 투자수요가 몰린 데다 윤달이 끼어 가을로 결혼을 미뤘던 예비 신혼부부들까지 가세하면서 아예 자취를 감춘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일선 중개업자들 가운데는 가격상승과 매물부족으로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울상을 짓는 일이 다반사다. 목동 6단지 근처 한미공인중개 이상훈 실장은 “가격이 오르면서 매물이 사라지거나 회수돼 호가만 있는 실정”이라며 “하루에 한 건이라도 (계약이)성사된다면 더 없이 좋겠다”고 말했다.이런 가격상승세와 매물부족현상은 지방 대도시의 경우도 엇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지방 미분양아파트가 올 들어 빠르게 소진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서울 수도권의 주택가격상승세에 자극받은 수요자들이 한발 앞서 미분양아파트로 눈길을 돌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실제로 건교부의 자료에서도 지난해말 전국에 걸쳐 5만8천5백여가구에 달했던 미분양아파트가 올들어 꾸준히 줄어들면서 6월말 현재 4만5천백여가구로 6개월간 모두 1만여세대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ERA코리아 강정임 이사는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아파트매물의 가격상승과 함께 활발한 거래를 보이고 있다”며 “부산의 경우 아파트품귀현상이 나타날 정도”라고 말했다.물론 이런 상승세가 모든 지방대도시로 파급된 것은 아니다. 대도시 가운데에서도 몇몇은 아직 아파트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 광주지부장인 양지부동산컨설팅 박인상사장은 “서울 수도권과 달리 광주지역만 해도 그나마 거래가 되는 중소형아파트를 제외한 다른 아파트의 경우 아직 상승세나 거래가 아주 미미한 편”이라고 말했다.경매·분양권에도 발길 ‘북적 북적’아파트가격이 강세를 유지하면서 지난해 물건이 딸린다는 말이 나오면서 주춤했던 경매나 분양권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주)디지털태인 부동산사업부 윤경애씨는 “최초감정가 대비 낙찰금액의 비율로 경매의 경쟁정도를 보여주는 낙찰가율이 서울 수도권지역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말에는 75~80%였으나 올해 들어서면서 꾸준히 상승, 지금은 90%대에 머물며 유찰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 주택가격상승에 자극받은 실수요자들이거나 임대사업 수요자들이라는 게 윤씨의 덧붙인 설명이다.분양권시장도 마찬가지다. 분양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내놓는 매물이 많았지만 지금은 가격이 오른 상태에서 매물이 나오자마자 거래되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이 업자들의 설명이다. 일산 대화동에 마련된 주공의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한 떴다방 업자는 “전셋값이 오르면서 아예 그 돈으로 분양권을 사 재테크를 하거나 나중에 입주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인근의 한 중개업자도 “전에는 분양권을 찾는 사람이 드물었지만 최근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하루 3~4명이 찾아와 상담을 하며 전화문의만도 10여통에 이를 정도”라고 말했다.이처럼 분양권에 관심이 쏠리면서 강남이나 도심 등 특정지역 중심으로 나타났던 프리미엄 상승세도 차츰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일산 레인콤부동산중개 황홍구사장은 “일산 대화지구 조합아파트의 경우 2개월전만 해도 분양가에서 5백만원이나 싸게 나왔던 분양권이 지금은 분양가보다 7백만원이 오른 값에 거래된다”며 “그나마 매물이 부족해 나오면 바로 팔릴 정도”라고 말했다.분양권 매입, 환금성·세제혜택 ‘유리’아파트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매물부족이 지속되면서 부동산 전문가 가운데는 분양권매입을 내집마련의 발판으로 삼으라는 충고를 하는 사례가 많다. 분양권 전문업체로 아파트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맞춤서비스로 제공하는 닥터아파트의 곽창석 이사도 마찬가지다.“분양권은 언제라도 팔 수 있어 환금성이 좋고 세제혜택까지 누릴 수 있어 기존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 곽이사의 말이다. “아직 (분양권의)가격상승이 크지 않아 나중에 매매차익을 기대할 수도 있는 장점도 매력”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아울러 올 하반기에 노려볼 만한 서울 수도권지역의 유망 분양권도 추천했다.(표 참조) “입주시기 단지규모 투자가치 입지조건 등에서 여타 지역에 비해 장점을 가진 곳들”이라는 게 곽이사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