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 원하는 제품·기술력 연마, 매년 순이익 1백% 증가 … 카오디오데크 시장 85% 점유

다함이택은 카오디오테크 납품을 위해 3년여에 걸친 준비기간을 보냈다.해마다 수십개의 업체가 생겨나고 같은 수만큼 사라지는 서울 구로공단. 6백여개의 업체들이 운집해 서울시 외곽에 거대한 공단을 형성하고 있는 이곳에도 마을을 지켜주는 장승 같은 기업이 있다. 지난 73년 설립 이후 30여년간 구로공단을 지켜온 다함이텍(구 새한정기)이 그런 회사다. 카오디오데크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82년 이후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흑자를 냈으며 IMF 이후에는 해마다 매출(지난해 7백88억원) 30%, 순이익(지난해 2백31억원)은 1백%씩 증가했다. 이처럼 남들이 어려울 때 오히려 ‘씽씽’ 달린 비결은 고객을 잡기 위해 눈물나는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지난 93년 다함이텍이 현대자동차에 순정품을 제공하는 업체로 진출하려고 할 때 일이다. 당시 카오디오데크는 일본 업체들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했다.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일본 제품을 공급받으려고 혈안이 될 정도였다. 자연스럽게 일본 업체에서 공급하는 제품은 부르는 게 값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다함이텍이 순정품 공급 업체로 나서려고 하자 주변에서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며 비웃었다. 게다가 국내 모 자동차 회사는 다함이텍이 개발한 제품의 정보를 일본업체에 알려주면서까지 일본 제품의 물량을 더 받으려고 했다. 누구하나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결과는 업계의 예상을 뒤엎고 다함이텍이 현대자동차의 카오디오데크 부품(터치스크린 방식의 ‘로직’)을 공급하는 회사로 결정됐다. 일본 업체들은 다함이텍이 한 번은 성공했지만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제품 공급을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제품을 공급한 이래 단 한번의 불량품도 나오지 않는 실력을 발휘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 회사는 국내 자동차 3사에 들어가는 오디오데크를 생산했고 이 분야의 제품을 국산화시키는 데 공헌했다. 다함이텍의 등장으로 일본 제품의 독점체제가 깨지자 카오디오데크의 가격도 낮춰졌다.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도 이를 통해 비용을 절감했다.불량품 한건도 없어 거래선 대만족사실 이 회사가 이처럼 단 한 번의 기회를 잡아 성장의 발판으로 삼게 되기까지는 3년여에 걸친 준비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다함이텍은 93년 순정품을 공급하는 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90년 초부터 준비했다. 부품에 문제가 생기면 자동차 자체가 리콜되기 때문에 만약 순정품으로 선정된 이후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영원히 이 업체는 그 업계에서 퇴출된다. 이런 이유로 자동차 회사도 까다롭게 순정품 공급사를 선정한다.순정품 공급업체가 되기 위해 다함이텍은 우선 회사의 기술력을 검증할 목적으로 미국 등에 제품을 수출, 제품에 결함이 있는 지 체크했다. 큰 수익을 바라기보다는 수익이 적더라도 제품의 성능 체크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시켰다. 이와 함께 국내 기술진에게 일본 제품과 기술력을 비교하고 일본 제품을 앞지를 수 있는 방법이 있는 지 연구하게 했다. 주변에서 “일본업체를 상대한다는 것은 무모한 계획”이라며 말렸지만 묵묵하게 연구개발에 전념했다.자동차용 VCD·DVD 등 개발 계획중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오듯 93년 정부는 수입선다변화 품목으로 카오디오데크를 포함시킨다. 국내 자동차 3개사는 정부시책에 따라 국내 업체를 선정해야 했다. 이에 다함이텍은 3년에 걸친 제품 테스트를 통해 다져온 기술력으로 이같은 기회를 덥석 잡았다. 일본업체에 뒤지지 않는 기술력, 발빠른 서비스, 가격경쟁력으로 거대한 거래선을 뚫은 것이다. 현재 다함이텍은 카오디오데크 분야에서 국내 시장의 85%를 장악하는 업체로 성장했다.한 번 고객으로 선정됐다고 해도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카오디오는 끊임없이 새로운 모델과 기능을 갖춘 상품들이 쏟아져 나왔고 이 추세를 따라가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업체들이 저임금을 통한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국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다함이텍은 90년대 초반 중국과 정식 국교가 없을 때에도 중국 천진에 진출해 현지 공장을 세워 저급 모델과 중급 모델 전량을 이곳에서 생산한다. 중국진출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자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할 때면 동행하는 경제인사에 꼭 다함이텍의 안응수 사장이 포함된다.안사장은 좋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직원들의 복지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장기 근속자들에겐 회사에서 전액 부담하는 해외여행을 보내주고 90년대 초부터 성과제를 도입해 회사가 남긴 이익금을 직원들에게 분배한다.이 업체의 재무구조는 탄탄하기로 소문이 났다. 부채비율은 20% 안팎이고 현금유보율은 지난 99년 1천%를 넘었고 지난해에도 6백%를 유지하고 있다.이 회사는 앞으로 카오디오데크뿐 아니라 자동차용 VCD와 DVD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DVD제품의 경우 내년 초 개발을 완료해 고급 승용차에 납품할 예정이다. 또 회사의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무선통신사업에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했다. 이를 계기로 무선통신 네트워크시스템인 블루투스(Blue Tooth)의 응용제품을 개발, 첨단통신기기 제조업체로 변신하고 있다.CEO탐구안응수 사장“3년 앞 보고 기술 개발, 승승장구”“3년 앞이 훤히 보이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안응수(49) 사장이 주위 임직원들에게 털어놓는 고민은 이처럼 시장의 흐름이다. 늘 이런 고민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미래 그림이 그려지고 그에 따라 제품 개발 계획을 잡는다. 주변에서 그를 두고 미래 예측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하는 것도 이런 그의 노력 때문이다. 회사가 카오디오데크만 개발하는 외길을 걸으며 시대마다 오토스탑 오토리버스 CD플레이어 터치스크린 방식의 로직 등 고객이 요구하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한 것도 안사장의 시장대응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주위에서는 평가한다.그는 시장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외국업체를 방문하거나 외국 기술자들을 초청해 그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인다. 또 책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고 해마다 대학의 최고 경영자 과정을 듣는다. 올해는 고려대 최고경영자과정중 정보통신분야를 수료했다.대부분 중소기업 사장이 그렇듯 안사장 역시 일밖에 모른다. 다만 골프는 상당한 실력을 자랑하는 데 싱글 수준이다.약력: 53년 충남 청양 출생. 80년 국민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82년 다함이텍 사장. 중앙전자산업 사장 겸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