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어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 거래소 기업의 3분의1을 차지한다.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기업들이 떠들어대고 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직원들이 밤낮으로 구슬땀을 흘려가며 돈을 벌어와도 그 돈은 이처럼 소리소문없이 사라진다. 외형은 번듯해도 내부는 썩어가는 기업들은 직원들과 회사 주주들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해악을 끼친다. 규모는 작아도 탄탄한 내실을 다져가는 기업들이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한경BUSINESS designtimesp=21474>는 신용분석전문기업인 ‘휘스코 앤드 비즈파크(www.fisco.co.kr)’와 공동으로 상장사와 코스닥 기업중 재무우량도가 높은 기업을 순위별로 추려봤다.(표 참조) 재무우량도는 기업의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이를 안정성 수익성 상환성 성장성 활동성 등 다섯 가지 지표로 측정, 백분율로 환산한 것이다.이 순위에 드는 기업의 재무 우량도를 9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치를 다시 측정했다. 그리고 이중 평균 70점이 넘는 기업 6곳을 취재했다. IMF라는 험한 바람에도 끄떡하지 않았던 바위같은 기업을 찾기 위해서다. 취재결과는 재무분석의 결과와 비슷했다. 외풍에도 꿋꿋하게 매출을 늘려가고 수익을 내는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지 않는 기업일수록 알짜배기 회사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는 이들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카오디오데크를 생산하는 다함이텍과 자동차 시트원단을 생산하는 일정실업은 고객과의 유대관계가 끈끈하기로 소문난 기업들이다. 이들에게 고객은 하늘같은 존재다. 그러나 하늘처럼 믿었던 고객이 하루아침에 배신한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이를 두고 고객이 변했다고 생각하면 오판이다. 자신이 변하지 않은 것이다.이들 기업은 고객을 물고 늘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들과 보조를 맞추면서 함께 걷는 데 선수들이다. 그러자면 고객의 요구 사항을 수시로 체크하고 그 대응방안을 끊임없이 내놓아야 한다. 3년 앞을 예측하지 못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안응수 다함이텍 사장은 이런 고민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하지만 이렇듯 고민하지 않으면 고객은 반드시 ‘배신’한다.여성용 의류를 생산하는 타임아이앤씨와 회로기판을 생산하는 대덕GDS 역시 재무구조가 탄탄하기로 소문 난 기업들이다. 대덕GDS는 지난해 이자소득만 1백30억원을 올렸다. 현금을 두둑하게 쌓아놓고 경영하는 기업들은 매출에서 돈 벌고, 금융소득으로도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타임아이앤씨는 재고가 없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20~30대 직장인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타임아이앤씨는 외주업체들에 전액 현금결제한다. 어음 결제가 관행인 의류업계에 이는 파격적인 대우다. 이렇다보니 외주업체들은 타임아이앤씨와 함께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이 회사에 납품하는 제품에 신경을 쓰게 된다. 현금경영이 품질을 잡은 것이다.외풍에도 꿋꿋하게 수익내는 기업 발굴제약업계에서는 경동제약이 우량한 회사로 손꼽힌다. 우량한 회사가 된 비결은 간단하다. 한 눈 팔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수의 제약업체들이 전문영역을 넘어 골프장이다 뭐다 투자해서 부도난 경우를 상기할 때 경동제약의 외길 경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동제약은 치료제 개발이라는 한 분야에만 회사의 역량을 집중한 결과 업계에서 단연 우량한 업체가 됐다. 삼영열기 역시 오로지 열교환장치인 고주파핀튜브 생산에 주력한 결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업체가 됐다. 매출의 95%를 수출하는 삼영열기는 오직 1등 기술만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을 보여준다.이들의 사업 노하우는 어쩌면 진부한 얘기일 수 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내용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나 이를 실천하는 것 같지는 않다. 성공하는 기업보다는 망하는 기업이 더 많기 때문이다. 묵묵히 이를 실천해서 성공한 이들의 성공 노하우를 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