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90% 이상이 60세 이하 정년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 가운데 65.8%는 55세 이하 정년제다. 그나마 IMF위기 이후엔 정년제의 의미가 희미해졌다.수시로 불거져 나오는 기업 구조조정의 주타깃은 40~50대. 평생 직장은커녕 언제 책상을 비워야 할 지 모르는 게 요즘 샐러리맨의 솔직한 처지다. 비교적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 교수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55세가 넘으면 눈치껏 알아서 퇴직하는 게 ‘진짜 명예롭다’는 분위기다.자금 들더라도 실패확률 낮은 업종에 몰려40~50대가 직장에서 사라지는 현상은 최근 1~2년 사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고용주는 나이 많고 호봉 높은 중년의 직장인에게 싸늘한 냉소를 보내는 한편 일자리를 찾아 나선 젊은 인력에겐 두 손을 내민다.자의반 타의반으로 직장을 떠나는 화이트칼라들은 처음엔 자신의 능력을 그대로 인정해 주는 재취업 기회를 찾아 헤매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낱 신기루였음을 깨닫고 포기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자연스레 관심은 창업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사업경험이 전혀 없는 ‘왕초보’들. 진퇴양난에 빠진 이들은 무슨 업종을 선택해야 실패하지 않을까.창업전문가들이 꼽는 화이트칼라 선호 업종은 ‘안전·깔끔·고수익’으로 정리된다. 자금이 좀 들더라도 실패 확률이 낮고 일이 고되지 않으며 상대적으로 수익이 높은 한마디로 ‘고급 창업 아이템’을 원하는 것이다.이 조건에 부합하는 창업 아이템 가운데 가장 관심이 높은 업종은 24시 편의점, 제과점, 어린이 영어학원, 의류브랜드 대리점, 패스트푸드점 등 다섯 가지로 좁혀진다. 모두 시장성이 풍부하고 해당 업종마다 정예 브랜드가 존재하는 게 특징이다. 적어도 2억~3억원이 소요되는 고비용 업종이지만 대기업 계열 또는 탄탄한 자금력을 자랑하는 알짜기업이라 투자안전성이 높다는 것도 공통점.하지만 이들 인기 업종들은 상당수가 가맹점 포화상태를 맞아 신규 진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편의점 프랜차이즈인 훼미리마트의 경우 줄잡아 1백명 정도의 신규 오픈 대기자가 줄을 서 있다. 신생 제과점 프랜차이즈에 속하는 빵굼터도 “가맹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경험·지식 한수 위 성공확률 높아최근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어린이 영어학원은 화이트칼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성장중이다. 시사영어사 ECC영어교실의 경우 하루 20~30통의 상담 전화 가운데 절반 이상이 기업체 퇴직(예정)자, 고학력 중년 여성들이다.아예 화이트칼라를 가맹 대상자로 설정한 곳도 있다. 제일제당의 제과 브랜드 뚜레쥬르는 2백50여개 매장 가운데 80%를 기업체 출신 화이트칼라 점장으로 채웠다. 브랜드의 고급 이미지를 상승시키고 가맹 제과점의 효과적인 운영·관리를 위해서다.화이트칼라는 경험과 지식, 자금력에서 일반 소자본 창업 희망자보다 경쟁력이 있다. 유재수 한국창업개발연구원 원장은 “여러 조건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업종 선택 폭이 넓고 사업 적응력도 강해 화이트칼라 창업 성공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말한다.하지만 생전 처음 뛰어든 생소한 세계에서 소극적인 면모를 버리지 못해 실패하는 사례 역시 흔하다. 고급 창업 아이템을 선호하는 이유가 본인이 직접 일하지 않고 관리·운영만 맡아도 된다는 의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의류업체 예신퍼슨스의 이미숙 팀장은 “종업원만 잘 쓰면 문제없다는 안일한 생각을 가진 점주들은 십중팔구 후회를 한다. 매출 상위권 매장은 창업자가 직접 사업전반을 챙기고 종업원보다 솔선수범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밝혔다.부족한 창업자금 어떻게 조달할까정책자금·은행 저리대출 노크할 만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꼭 도전해보고 싶은 아이템이 있어도 자금이 모자라면 소용이 없다. 통상 창업자금 중 50% 이상은 자기자본으로 해야 안전하다고 말한다. 나머지는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정부와 은행은 실직자 대책 겸 창업지원 목적으로 해마다 수천억원씩 예산을 책정해두고 있다. 하지만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소상공인지원센터 등 창업 관련 상담기관을 방문, 자신에게 맞는 지원자금을 알아보는 게 지름길이다.중소기업청 산하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는 연 6.75%의 금리로 최고 5천만원까지 소상공인창업자금을 빌려준다. 대출기간은 4년이며 상담 후 은행 심사를 거쳐 집행된다. 하지만 올해분 지원자금 2천2백억원은 이미 고갈돼 내년을 노려야 할 상황.국민은행과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지난해부터 시행중인 빅맨 프랜차이즈 생계형 창업대출을 내년 6월까지 연장 시행한다. 대출대상은 한국프랜차이즈협회가 주관하는 프랜차이즈 대상 수상업체 및 우수브랜드 추천을 받은 업체의 체인 가맹점. 대출한도는 최고 1억원. 일반창업자에 비해 1.5% 포인트 범위내에서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대출형식은 운전자금은 3년 이내 일시 상환, 시설자금은 10년 이내 원금분할 상환 조건이다.근로복지공단은 공단이 직접 건물을 빌려 이를 다시 예비 창업자에게 임대하는 점포창업지원 상품을 제공 중이다. 담보나 보증인이 필요없고 최고 5천만원까지 연 7.5%의 임대료를 매달 납부하면 된다. 창업하려는 점포가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인정되면 대출자격이 주어진다. 전세 월세 모두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