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만고만한 상품을 가지고는 외국계 매머드급 자산운용사가 자본력을 앞세워 몰려들고, 국내에서는 금융겸업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군소업체가 살아남을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봅니다. 국내외 대형사들만 바라보는 하청업체 형태의 자산운용사에 머무르지 말고 창의력있는 상품을 꾸준히 개발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나가야만 한다는 거죠.”마이애셋 이종환(46) 사장은 상품의 특화만이 살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헤지펀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투기적이고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인식되는 헤지펀드를 그는 ‘마진이 높고 안정된’ 상품으로 꾸민다는 것이다. 현재 성과보수펀드로 CB, BW 등 해외물이나 해외발행 한국물을 다양하게 조합한 상품을 내놓아 인기를 끌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수익률 낮은 ‘멍텅구리펀드’ 보다는 특정 소수를 겨냥한 수익성 높은 ‘알토란펀드’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 이사장의 전략이다.대표이사 부임 3개월만에 수탁고 3배로 늘려이런 틈새시장을 파고 들어 지난 6월초 대표이사로 부임할 때 6백억원에 불과했던 수탁고가 3개월만에 1천9백20억원(9월6일 현재)으로 3배 늘어났고 올 연말까지 5천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자신한다.이사장은 일찌감치 ‘국제통’으로 통하고 있다.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78년)한 뒤 미시간주립대에서 MBA(재무학, 84년)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라이니어은행 자딘플레밍 살로먼스미스바니 KGI증권 등 줄곧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신용분석 애널리스트 아시아채권딜러 리서치 영업직 등을 두루 거쳤다. 따라서 시장을 읽어내는 시각도 날카롭다.“현재 종합주가지수 500 포인트 대는 이미 미국의 경기후퇴, 일본의 장기불황 등 해외요인과 대우차, 하이닉스, 현대투신 처리 잡음 등 국내요인의 악재가 모두 반영돼 있다고 판단합니다. PER(주가수익률)나 PBR(주가수익배율)도 최근 10년간 최저점을 서성이고 있어 이를 입증하고 있죠. 10월 중에는 그간 금리인하의 누적효과와 함께 IT산업의 재고조정 효과가 차츰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정부측이 대우차, 하이닉스 문제의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 확실해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을 중심으로 저평가된 주식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됩니다.”이런 시장상황을 반영, 마이애셋은 9월17일 2천억원 규모의 ‘마이애셋배당+혼합펀드(채권 80%, 주식 20%)’를 내놓는다. 올 연말 배당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판단되는 주식에 대해 펀드를 운용, 짧은 기간에 10~15%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이라는 게 이사장의 설명이다. 게다가 종합주가지수가 330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최소한 원금은 보전돼 안정성도 갖췄다는 것. 시의 적절한 상품 개발로 수요를 만들어 ‘파이’를 키우자는 이사장의 지론이 반영된 작품이다.“국내 자산운용사는 펀드운용관리, 리스크관리 노하우가 떨어지며 펀드매니저들이 국내시장과 관련된 지식에만 한정돼 있는 것이 뼈아픈 현실입니다. 외국계 업체들과 어깨를 견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내 업체들의 운용체계 재점검과 발전 노력이 절실하죠. 아울러 정부는 외국계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상품 개발에 대한 규제 등을 지속적으로 풀어줘야 합니다.”취임당시 흑자경영을 다짐한 이사장은 약속이 무난히 지켜질 것이라며 홍콩에서 걸려온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의 전화를 받기 위해 양해를 구하고 바삐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