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품종 소량생산 고수, 재고 없어 노세일 유지 ‘매출증대’… 재무리스크도 거의 없어
타임 매장에는 평일에도 20대 중후반의 직장여성들로 분주하다.서울의 한 유명 백화점의 여성의류 매장에 들어서면 비교적 큰 매장을 가지고 판촉에 열심인 브랜드를 볼 수 있다. ‘타임(TIME)’이란 여성정장 브랜드다. 평일에도 20대 중후반의 직장여성들이 분주하게 옷을 고르느라 30평 규모의 매장을 가득 메울 정도다.이 브랜드가 해마다 두 자릿수의 매출증가를 보이며 ‘잘 팔리는 여성복’의 대명사로 불리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부담스러울 만큼 비싸지도 않은 기성복이면서도 청담동에 있는 ‘뷰티크’ 수준으로 나만의 고급스런 옷차림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 단일브랜드로 타임아이엔씨는 의류업계에서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 8월 코스닥시장에 등록됐을 만큼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인정받는 의류업체다.해마다 1천2백종이 넘는 각양각색의 옷을 만들어 낼 만큼 전형적인 ‘다품종 소량생산’의 전략을 구사해 온 것이 이 회사의 성공비결이다.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과 스타일에 ‘맞춤’옷을 입혀준 결과다. 커리어우먼의 라이프 스타일을 다양하게 반영해 브랜드 로열티를 계속 높여나가고 있다.매장 87%는 백화점에 입점그리고 이 전략의 핵심은 기획과 생산을 철저하게 이분화하고 1백20개가 넘는 생산협력 업체를 네트워크로 묶어 ‘꽉’ 붙잡고 있는 데 있다. 2주 단위로 기획, 기획-생산-판매시스템을 연계한다. 제품기획과 디자인은 본사에서 전담하고 생산은 전부 협력업체에 맡겼다. 제품의 질을 유지하면서 이처럼 많은 생산업체를 거느릴 수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현금 결제’ 덕분이다.이 회사 김남두 경리부 차장은 “어음을 돌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모든 하청업체에 현금으로 결제하고 있다”며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우리와의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돼 올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와 함께 현금을 바로바로 지급하기 때문에 납기를 맞추고 품질을 차별화할 수 있는 업체를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었던 것이다.유통부문도 생산과 마찬가지로 다품종 소량생산시스템에 맞게 체계화시켰다. 현재 전국에 직영점 3개와 대리점 5개를 포함해 총 41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매장의 87%는 백화점에 입점해 있다. 최근들어 20대 여성들이 백화점을 자주 찾아 이 회사 제품판매 또한 늘어나면서 전체 매출은 급상승하고 있다. 제품 구매력과 감각을 고려해 대도시 직장 여성이 주로 옷을 구매하는 백화점을 최적의 매장으로 선택한 것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대중성이 있는 로드숍 중심으로 무리하게 영업망을 확장하지 않은 것이다.노세일 또한 이 브랜드의 큰 특징이다. 다품종 소량생산이어서 재고가 거의 발생하지 않으므로 세일을 할 필요가 없어서다. 이는 고스란히 순이익에 반영돼 오랫동안 고마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마케팅실 서갑수 과장은 “브랜드 런칭 때부터 지금까지 어떤 경우라도 세일을 하지 않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라며 “백화점 입점 때마다 이때문에 마찰을 빚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타임은 세일을 하지 않고도 백화점 손님을 끌어들였기 때문에 입점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백화점측과의 갈등은 자연히 사그러들었다.옷이 팔리지 않을 때 파격적인 세일 정책을 펴는 국내 의류업계의 관행을 과감하게 깨고 가격을 지킨 것은 ‘고객과의 약속’ 때문이기도 했다. 옷의 가치가 곧 옷 값이므로 품질에 대한 약속을 저버릴 수 없는 것처럼 함부로 가격을 내릴 수도 없기 때문이라고 서과장은 설명한다.고객과의 약속… 가격지키고 세일 안해이런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업 공개후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까지 반기 실적이 이미 지난해 동기 대비 약 20% 증가한 데 이어 하반기 역시 같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목표치를 다시 높게 잡았다. “올 사업연도 매출은 전년 대비 16.3% 증가한 4백50억원, 순이익은 34.5% 증가해 약 95억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김차장은 내다본다.고가 패션의류임에도 다품목 소량생산을 통해 완전 노세일 영업을 해온 것이 매출증대로 이어진 것.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이 20%나 되는 점도 강점이다.타임아이엔씨는 지난 94년 한섬에서 분리돼 설립됐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20% 안팎을 유지하는 등 지난해 경기회복에 힘입어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99년 매출액이 3백11억원이었으며 경상이익은 73억원을 올렸다. 창사 이후 지속적인 이익발생으로 내부유보가 증대해 유보율이 4백70% 수준에 이르고 있다. 부채비율은 45% 수준이며 이자지급부채는 8억원에 불과하다. 자기자본 1백71억원과 현금 예금 유가증권 1백25억원을 고려하면 재무리스크도 거의 없는 셈이다.올해 2월 기준 부채비율은 43.13%다. 동종업계의 부채비율이 4백%를 넘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단기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율도 10% 미만이다. 매출이나 순이익이 꾸준한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동업계에 비해 차입금 의존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현재 단기차입금이 없고 금융비용부담률도 동종업계에 비해 현저히 낮다.앞으로 현재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남성복 부문을 계속 강화하는 한편 골프웨어 브랜드인 ‘타임골프’도 런칭할 계획이다.CEO탐구김용일 사장“희소성있는 옷만 만듭니다”“패션감각이 있는 여성이라면 어디서나 볼 수 있고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은 사지 않을 겁니다.”김용일 타임아이엔씨 사장은 여성의류사업에서 중요한 ‘희소성의 원칙’을 이렇게 설명한다. 새 옷을 입고 거리에 나왔는 데 다른 사람들이 같은 옷을 입고 있는 건 그다지 유쾌한 느낌이 아닐 거라고 김사장은 얘기한다.그가 다품종 소량생산 원칙을 고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선 차별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다양한 기획과 생산라인의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항상 옷을 만드는 사람이 입을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 명품이 나온다고 주장한다.김사장은 광신상고를 나와 반도상사(현 LG상사) 코오롱상사 국동 등 패션사업부 영업부문에서 청춘을 보냈다. 90년 한섬에 입사, 패션익스체인지 이사를 지낸 후 지난 95년 타임아이엔씨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여성복 부문에서만 25년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다.그가 노세일 브랜드로 매출과 브랜드 가치를 계속 높이고 있는 것도 젊은 시절부터 보아온 국내 의류 업계에서 겪거온 시행착오를 타산지석으로 삼았던 결과다. 우리 의류업계의 고질적인 잘못된 관행은 ‘무조건 만들고 보자’는 식에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그러다 안 팔리면 세일을 하고 그래도 소진이 안 되면 헐값으로 처분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져 왔다는 얘기다. 이는 결국 ‘제살깎기’에 다름 아니며 브랜드 이미지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는다.약력: 1951년 충북 충주 출생. 70년 광신상고 졸업. 75년 반도상사(현 LG상사) 입사. 80년 코오롱상사 입사. 90년 한섬 입사. 93년 한섬 패션익스체인지 이사. 95년 타임아이엔씨 대표이사 사장.©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