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분야의 ‘취업문’도 좁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3분기, 늦어도 4분기부터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낙관론과 함께 은행 보험 증권 투신사 등 금융기업들이 지난해보다 채용인원을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기도 했다.그러나 최근 들어 취업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주택+국민’의 통합은행 출현 등 금융구조조정의 지속적 진행, 주식시장의 침체 장기화, 9월11일 발생한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테러사건으로 우려되는 전세계적 경제 불안 등이 맞물리면서 금융권은 오히려 감원에 나서거나 신입사원의 채용 연기, 백지화를 고려해 신입취업 희망자는 물론 재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으로 인한 대규모 인원감축이 예상되는 상황으로 적어도 이들 두 은행에서는 신규채용을 꿈꿀 수가 없다. 한빛 조흥은행 등도 정부와 맺은 경영개선계획에서 최소한의 인원동결을 약속해 마찬가지다. 지방은행들의 경우 경영실적이 호전돼 50~60명을 신규채용 한다고 밝힌 부산은행을 제외하고 새로 사람을 뽑을 여력이 없다.더욱이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이 내놓은 ‘금융인력 실업 및 재취업 대책’ 보고서를 보면 96년 이후 지난 6월말까지 은행권(신용보증기금 포함) 퇴직 인원 7만8천6백42명 중 재취업 인원은 1만8천9백59명(2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4분의 3의 퇴직자들은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보험업계에서도 최근 자산운용수익률이 지급이자율을 밑돌아 보험사가 이자손실을 보는 금리 역마진에 시달리며 신규채용은 커녕 인원감축으로 돌아섰다.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지난 3일 본사인력 8천여명 중 10% 감축과 현재 6만여명에 이르는 보험설계사의 10~20%를 줄인다며 앓는 소리를 냈다.주가 침체 늪 … 증권업계 채용 ‘찬바람’대한생명도 지난 5월 설계사 2천5백명을 줄인 데 이어 연말까지 1천명을 추가 감원할 계획이다. 지난해 2백11명을 채용했던 현대해상도 지난 상반기에 공채계획을 세웠지만 하반기에 이를 돌연 취소, 보험업계의 ‘찬바람’이 쉽사리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증권업계도 찬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다. 경기전망이나 주식시장의 장세회복에 대한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LG 세종 유화 일은증권 등은 채용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동부 부국 리젠트 메리츠 신영증권 등은 신규채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한국투자신탁 대한투자신탁 등 투신사들도 비슷하게 채용여부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으며 현대투신은 미국 뉴욕 WTC테러 사건으로 금융사인 AIG와 매각 협상 자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 더 말할 나위가 없다.다만 금융권에서는 카드사와 일부 신용금고가 최대 호황을 맞으며 직원모집이 잇따랐다는 점을 위안거리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미 삼성카드와 BC카드에서 40여명을 충원했을 뿐이고 나머지 외환 국민 동양카드 등도 채용계획은 세워 놓았지만 소수에 불과한 상황이다.신용금고도 예금처리나 고객관리 등 단순 계약직 부문에서 적은 인원을 확충할 것으로 보여 대졸 신규취업 재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갈 곳은 여전히 마땅치 않다.이처럼 금융권에서 취업 재취업이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진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취업문이 활짝 열릴 때까지 수동적으로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금융권 인사담당자들은 입을 모아 전문직이라는 업종의 특성, 상시 수시채용이라는 형식을 역이용한다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언제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서류전형에서 신규취업자는 성실성을, 재취업자는 충원되는 자리에 맞는 전문성을 돋보이게 하고 면접 때 신규-재취업자 공히 자신감 있게 스스로의 ‘상품성’을 극대화할 능력을 갖추면 의외로 손쉽게 일을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대인관계·리더십 강조하면 유리“대체로 신규채용시 은행의 특성상 성실성을 가장 중요시합니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성장과정에서 성실함을 나타내 줄 수 있는 내용이 들어가야 하고 대인관계의 적극성이나 리더십을 강조하면 더 낫고요.”신한은행 이재영 인사기획팀장은 업종이 업종이니 만큼 상경계열 전공자를 선호하지만 다른 계열 졸업자도 하기 나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재취업자의 경우 은행 내부에서 결원이 생기게 되면 소수지만 수시로 인터넷 취업사이트에 올리거나 채용대행사에게 의뢰해 뽑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정분야의 전문적인 인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재직 중인 사람들도 자신들의 커리어를 관리해서 전문성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증권업계의 경우 전반적으로 신규채용이 불투명한 가운데 영업직을 중심으로 수시채용은 꾸준히 펼쳐지고 있다. 대우증권 배영철 인사부장은 “업체들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영업부문 경력직은 필요에 따라 실적을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뽑는다”며 “리서치 금융공학 등 필요인원도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실무능력을 검증한 뒤 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보험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본사인원을 감축, 동결하는 가운데 정규직원의 신규채용은 하지 않되 꾸준히 인터넷을 통해 영업 가능성이 높은 대졸 이상 경력자를 중심으로 설계사들을 뽑는 것을 비롯, 다른 국내외 업체들도 인터넷을 최대한 이용한다는 점을 눈여겨둬야 할 것이다.이처럼 취업 재취업 준비생들에게 인터넷은 ‘필요충분조건’이다. 은행권에서는 전시중은행과 부산 경남 제주 등 지방은행, 농협 수협은 물론 씨티은행까지 인터넷 홈페이지에 필요한 사람을 그때그때 뽑아 쓰기 위해 수시채용 응시자들에게 좁지만 문을 열어 놓고 있다.삼성생명 이외에도 SK생명을 비롯, 동양 흥국 동부생명과 삼성화재 신동아 쌍용화재 등 손해보험사는 물론 외국계인 푸르덴셜 ING 뉴욕 AIG생명도 인터넷을 통해 문을 두드려봄 직하다.증권업계에서도 대우 삼성 현대 동양 LG투자 굿모닝 동원 동부 SK 한양 하나 한화증권 등이 홈페이지에 수시채용의 기회를 주고 있다. 다만 날마다 그 취업의 문이 열리지는 않는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지상 컨설팅김창 휴먼피아 이사“적극성이 당락 가른다”채용대행 및 헤드헌팅 업체인 휴먼피아의 김창(38) 이사는 금융업체의 일자리를 구하는 데에는 적극성이 으뜸 조건이라고 단언한다.“IMF 환란 이후 대기업의 대규모 공채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처럼 금융권의 채용도 그 규모가 줄어 들고 수시채용으로 바뀌는 추세입니다. 많은 수의 채용에는 그만한 인력과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이제 채용 자체를 대행업체에 맡기거나 필요한 소수 인력만을 헤드헌팅업체를 통해 수급한다는 얘기죠. 이런 상황에서 취업대기자들의 조건이 비슷하다든가 능력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 때 그들의 적극성이 취업 미취업을 갈라놓는다는 것입니다.”김이사는 특히 ‘발품’은 물론 ‘손품’, ‘눈품’을 팔아서 인사담당자들의 ‘눈도장’을 많이 받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한다.“신규 재취업자 모두 기본적으로 자신을 설명할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취업대상 업종, 기업에 따라 국문은 물론 영문으로 다양하게 작성해야 합니다.(손품) 특히 헤드헌팅업체를 통해 취업을 원하는 경우에 헤드헌터들이 은행 보험사 증권 투신사 등 여러 구인업체에게 그들의 요구 조건과 자리에 맞는 자기소개서를 내보일 경우 취업이 의외로 손쉽게 되죠.”아울러 인터넷상의 여러 취업사이트를 뒤져서 이곳저곳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깔아 놓게 되면 인사담당자들이 검색할 경우 손에 잘 탄다고 한다.(눈품-손품)“가능하다면 인사담당자들을 만나 자신의 능력과 자격을 설명하고 이력서를 전달해 당장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그 조직에 결원이 생길 경우 연락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무리 금융권의 취업진입 장벽이 높다 해도 자리는 소규모지만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국내외 은행 보험사의 경우 신입사원이나 경력직을 분야별로 수시 모집하는 곳이 적지 않고 투자상담사의 자격증을 가진 경력자를 찾는 국내 증권사도 간간히 눈에 띈단다.“재취업자의 경우 꼭 금융업에만 매달리지 말고 금융관련 SI(시스템통합)업체, 금융 컨설팅업체, 일반기업의 자금-파이낸스 부문 등 업종을 바꿔서 생각한다면 취업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제 경우에도 모증권사에서 나와 지금 전혀 다른 업종에서 재미있게 일하고 있쟎습니까. 발상전환이라는 차원에서 벤처기업이나 유망한 중소기업에서 일할 때 거대조직인 은행 보험 증권사에서는 찾지 못하는 미래가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회사와 함께 커간다는 즐거움으로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는 거죠. 현재 금융권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불안한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언제든 퇴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홀로서기’ 능력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김이사는 아직 한국사회에서는 ‘인간네트워크’가 중요하다며 친족, 동문들을 이용하거나 동호회 특히 인터넷상의 ‘증권맨’ ‘뱅커클럽’ 등의 이름을 가진 직종 동호회에 가입해 취업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