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어컨 등 백색가전이 투명하고 선명한 컬러로 새단장,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가전과 정보통신 분야의 컬러 바람이 새천년을 지나면서 더욱 거세지고 있다. 가전쪽에선 세탁기 가스레인지 등 일부 제품에 적용되던 컬러가 TV 냉장고 에어컨 등 정통 흑백색 가전까지 확대되면서 가전의 올 컬러화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정보통신쪽에선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CDMA 2000-1x란 기술 덕에 휴대폰 시장에 컬러 바람이 불고 있다. 컬러 동영상을 휴대폰으로 보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컬러 휴대폰을 찾는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바야흐로 가전·정보통신 시장에 컬러화 물결이 출렁이고 있는 것이다.가전 / “흑백제품 물렀거라”흑백 일색의 가전 업계가 다양한 컬러로 새단장을 하고 있다. TV 오디오 등의 흑색가전과 세탁기 전자레인지 냉장고 등 백색가전들이 빨강 파랑 노랑 등 컬러 옷으로 갈아 입고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사실 가전업계의 컬러바람은 90년대 중반 디지털 문화의 대표주자인 신세대가 소비의 주체로 떠오르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는 메털그레이로 상징되는 디지털 룩킹(Digital Looking)이 유행했다. 그리고 다시 새천년을 지나면서 가전업계는 또 한번의 새로운 컬러 바람을 맞고 있다. 투명하고 선명한 컬러를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이런 컬러 변화는 매출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가전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제품의 기능과 성능은 물론 가격까지도 비슷해 경쟁사와 큰 차이점이 없는 반면 화려한 색상의 컬러로 고객의 눈길을 누가 잡느냐가 바로 매출과 직결된다는 것. 이에 각 가전업체들은 디지털 감성세대를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컬러마케팅’을 펼치면서 컬러 가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점차 가열되고 있다.삼성전자는 에어컨 냉장고 등 대표적인 백색가전에 체리색 푸른색 등 과감한 컬러를 도입했다. 올 4월에 선보인 양문 냉장고 ‘인테리어 지펠’이 대표적인 컬러 제품이다. 그동안 흰색 일색이던 인테리어 지펠은 일루미네이트 블루, 드림베이지, 아쿠아 실버, 아쿠아 그린 등 독특한 4색을 적용했다. 인테리어 지펠은 기존 동급용량의 제품에 비해 20만~40만원 정도 비싼 데도 불구하고 지펠 냉장고 전체 판매 수량의 20%를 차지하는 등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전체 매출의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삼성전자의 맞수 LG전자도 컬러 가전 선두업체임을 강조하면서 컬러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냉장고 에어컨 등에 신세대에 맞는 컬러를 채택한 제품을 대거 내놓고 있다. 대표적 제품이 양문 냉장고 ‘스페이스 디오스’다. 이 제품은 파스텔 톤의 연두빛 오션 그린, 바다빛 아틀랜틱 블루, 은빛 문 실버, 금빛 오리엔털 골드 등 4가지 컬러를 채택했다. LG전자측은 디오스의 경우 컬러 모델이 냉장고 전체 매출의 15% 정도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LG전자가 컬러 마케팅으로 ‘대박’을 터뜨린 가전은 90ℓ 소형 냉장고 ‘뉴젠’이다. 개성과 디자인에 민감한 대학생과 독신 직장인을 겨냥한 이 제품은 파스텔 톤 컬러를 적용, 동급의 백색 냉장고보다 많이 팔리는 등 짭짤한 재미를 봤다. LG전자는 또 액자형 초슬림 에어컨에 메털, 나무무늬 갈색, 파랑 등 연령별 기호별로 원하는 색상을 선택할 수 있는 제품도 내놓았다.정보통신 / “속도·컬러로 승부한다”국내 휴대폰 시장도 컬러 바람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CDMA 2000-1x 휴대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됨에 따라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속도와 컬러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텍 등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컬러 LCD를 장착한 제품을 내놓고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첫 스타트를 끊은 곳은 LG전자. LG전자는 5월말 CDMA 2000 1x용 12줄 2백56컬러 STN LCD를 장착한 컬러 휴대폰 ‘싸이언’ 4개 모델을 선보였다. LG전자측은 8월 말 현재 누적 10만5천4백대가 팔렸으며 전체 휴대폰 가운데 컬러 휴대폰이 25.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삼성전자는 6월 초 2백56컬러가 지원되는 CDMA 2000-1x 컬러 휴대폰을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8월말 현재 컬러 휴대폰을 20만대를 팔았다며 컬러휴대폰 시장의 85.5%를 점유했다고 밝혔다. 특히 올 하반기 국내 휴대폰 시장은 약 80%가 CDMA 2000-1x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하반기 휴대폰 판매목표 3백20만대 중 2백50만대 가량을 CDMA 2000-1x 단말기를 판매할 계획이며 이중 30~40%가 컬러폰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스카이’ 모델을 판매하고 있는 SK텔레텍도 사진촬영은 물론 전송까지 가능한 컬러 휴대폰 ‘스카이 IM-3100’을 내놓았다. 이 제품은 9줄 2백56컬러 STN LCD를 채택했다. 이외에 현대전자 모토로라 등도 연말께 컬러폰을 출시할 예정이어서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컬러폰 경쟁도 가속화될 전망이다.인터뷰윤기해 LG전자 디지털 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 차장“젊은층 겨냥한 컬러 가전 매출 효자”“컬러가 가전업계 매출에 플러스 알파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백색가전에 대한 선호도가 아직 높지만 앞으로는 컬러 가전에 대한 수요가 점차 많아질 것입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소비자가 어떤 컬러를 요구하는 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LG전자 디지털 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 윤기해 차장은 “신세대를 중심으로 컬러가전에 대한 구매가 증가하고 있다”며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선 컬러 제품이 다양하게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LG전자는 90년 초 국내에선 처음으로 냉장고에 컬러를 적용했다가 쓴맛을 본 경험이 있다. 차별화 전략으로 컬러를 파격적으로 바꿔 본 것인 데 소비자의 반응은 냉담했던 것.“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일이었죠. 흰색계통의 냉장고 시장에 컬러는 생각도 못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당시 빨강과 검정색 냉장고를 내놓았는 데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색깔이 너무 튄 것도 있지만 당시 소비자가 컬러를 수용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던 것입니다.”LG전자는 IMF를 지나면서 다시 고급시장을 대상으로 컬러 냉장고를 하나 둘 내놓으면서 냉장고 시장의 컬러화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냉장고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윤차장은 “일반 냉장고는 모두 베이지색이 기본이고 소형과 양문 냉장고에 베이지 블루 핑크 등 다양한 컬러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소득층을 겨냥한 양문 냉장고는 자체적으로 10가지 색상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아틀랜틱 블루, 문실버, 오션그린, 오리엔털 골드 등 4가지 컬러 제품이 나왔고 나머지 6가지 컬러는 주문생산 형태로 채택하고 있다. 윤차장은 “컬러 양문 냉장고는 현재 월 2만대 생산되고 있다”며 “이는 전체 양문형 냉장고의 10% 정도”라고 말해 아직도 냉장고의 주류는 흰색 계통이라고 전했다.LG전자 컬러가전 가운데 대표적 히트상품은 올 3월 출시된 90ℓ 소형 냉장고다. 8월말 현재 총 2만5천대가 팔린 이 제품은 블루 핑크 두가지 색상으로 가격은 24만원. 같은 기간 동안 18만원짜리 1백ℓ 냉장고가 2만5천대 판매된 것과 비교하면 많이 팔린 셈이다. 윤차장은 “개인사무실, 독신자 등 젊은 세대를 겨냥해 고가로 출시했는 데 용량대비 다른 제품보다 많이 팔려 컬러에 대한 효과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개성과 감성을 중시하는 신세대의 소비 취향에 맞춰 다양한 컬러 제품을 찾아내 제품에 적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