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공망 관심 급증, 레이디온사 등 방산업체 부상 … 3차원 레이더 등 성능 진화
불시의 공격에 대한 방어 장비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여객기가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꽂히듯 충돌하는 장면을 목격한 많은 사람들이 가졌을 법한 궁금증. ‘이륙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항공기가 항로를 이탈해 제멋대로 가는 데 어떻게 방공망 체계가 모르고 있었을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미국이 자국 본토내 방어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없었다’는 데 있다. 서울에는 탐지 추적 레이더가 곳곳에 설치돼 있지만 세계의 하늘을 장악하고 있으며 항상 남의 땅에서만 전쟁을 해온 미국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비행기가 떨어진 펜타곤에도 날아오는 물체를 격추시켜 건물을 방어할 수 있는 대공포조차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미국 테러 사건을 계기로 불시의 공격에 대한 방어 장비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방어 장비에는 하늘에서 공격해오는 폭격기나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 이를 탐지하는 레이더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방어 무기들 중 최신형은 대부분 미국 미사일 방어(MD) 계획의 일부다.걸프전에서 유명해지면서 요격 시스템의 대명사처럼 알려지게 된 패트리어트가 대표적이다. 패트리어트 시리즈 중 최신 요격 시스템은 ‘PCA3’라 불린다.사람들의 추측과 달리 패트리어트는 목표물인 적 미사일과 정면 충돌하는 게 아니라 날아오는 적 미사일 부근에서 자폭해 이때 생긴 파편으로 적 미사일을 때려 폭파시킨다. 미국 최대 방산업체의 하나인 레이디온(Raytheon)사가 제조한 명품. 무선시스템 제어 분야에서 이 회사의 탁월한 기술 정수가 담겨 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개발 완료되자 미국은 ‘능력 향상 패트리어트’라는 뜻으로 PAC(Patriot Advanced Capabi-lities)로 명명했다. 이에 따라 제1세대 패트리어트는 PAC1, 제2세대는 PAC2, 제3세대는 PAC3으로 불리며 점차 성능을 개량해 왔다.PAC3 단계에서 목표물에 정면충돌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PAC3 단계의 패트리어트 유도탄은 이린트(ERINT)로 불린다. 목표물을 정확히 맞추는 PAC3 단계의 이린트탄은 자폭 파편으로 파괴하는 PAC2 단계 유도탄에 비해 엄청나게 비싸지만 큰 장점이 있다. 핵탄두나 화학탄두를 장착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발사됐다고 가정할 때 이린트탄으로 요격하면 충돌시의 엄청난 속도 때문에 핵물질이 불타버려 피해가 없는 것이다.그러나 이 비싼 유도탄을 아무 미사일을 향해 쓸 수는 없다. 그래서 젬(GEM) 유도탄도 나왔다. 젬 유도탄은 자폭 파편으로 적 미사일을 요격한다. 미국은 패트리어트 PAC3 시스템에 이린트와 젬 유도탄을 모두 장전하고 있다가 핵탄두를 단 미사일이 날아오면 이린트 유도탄을, 그렇지 않은 미사일이라면 젬 유도탄을 발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우리 나라 공군의 차기 방공 미사일 도입 사업(SAM-X) 대상 후보로도 올라 있는 게 바로 이 젬 유도탄을 장착한 PAC3다.유도탄이 아니라 레이저빔을 쏘아 공격체를 떨어뜨리는 첨단 방어 장비도 개발되고 있다. ABL(Airborne Laser)은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공중발사레이저다. 보잉 747기에 레이저를 탑재해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 우주에서 레이저빔을 쏘는 SBL(Space Bassel Laser), 단거리 미사일을 지상에서 요격하는 THEL(Tactical Highenergy Laser) 등도 있다. 러시아제 카추샤 등과 같은 단거리 로켓이나 크루즈 미사일 등은 뒤늦게 감지되기 때문에 요격이 매우 어렵다. 그런데 THEL은 이 문제를 해결해 미국 과학잡지인 ‘포퓰러 사이언스’에서 2000년 미국 최고의 발명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THEL은 올해 개발이 완료됐으며 곧 이스라엘 북부에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이곳은 레바논 남부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과격파인 헤즈볼라가 러시아제 카추샤 로켓을 자주 발사하는 곳이다.방어 무기에 빠지지 않고 연동돼 쓰이는 레이더의 성능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방위 거리 고도 등을 한번에 탐지할 수 있는 3차원 레이더, 수평선 너머까지 감시 가능한 수평선(Over the Horizon) 레이더, 목표물을 탐지해 좌표화할 뿐만 아니라 사격 정보를 지원하는 레이더가 나오는 등 다양한 발전 추세를 보이고 있다.도움말·한국 국방연구원 무기체계연구센터©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