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사태로 요동을 치던 국제 금융시장이 표면적이나마 안정세를 되찾는 모습이다. 금융시스템 마비 우려도 뉴욕증시 개장으로 일단 한고비를 넘긴 것 같다. 그러나 가뜩이나 어려웠던 세계경제는 이번 사태로 회복의 실마리를 찾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국의 소비심리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고 4분기 IT관련 수요증가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체로 1~2분기 정도의 경기회복 지연요인이 발생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이도 미국의 군사보복이 세계경제에 미칠 파장이라는 불확실성 때문에 예측이 쉽지 않다.미국의 군사보복 시기와 형태에 대해서도 많은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과거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방향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현재 단기간 내 상황이 종료된다면 불확실성 제거와 소비심리 회복, 그리고 세계 각국의 공격적인 경기대책에 힘입어 오히려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지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유가 폭등과 물가불안 등으로 자칫 세계경제 침체가 본격화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 정도가 가능할 뿐이다.대략 한국전쟁 이후 미국이 전쟁에 참여한 과거 경험을 통해 분석해 보면, 미국이 전쟁에 개입할 경우 주가상승은 보이지 않았다. 이는 정치 경제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전쟁 수행을 위한 군수 산업의 활성화 등으로 경제성장에는 전반적으로 도움을 줬다. 실제로 베트남 전쟁 초기 미국은 6%대의 고성장을 구가했고 실업률은 3%대에 불과했다.이런 상황은 한국전쟁 기간이었던 50~53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와는 반대로 전쟁이 미국의 소비심리를 위축시킨다는 결정적 증거를 찾기는 어려웠다. 다만 걸프전 당시 미국과 이라크의 대치 상태에서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났는 데 이는 불확실성의 극대화에 따른 현상이었으며 미국이 바그다드 폭격을 시작한 이후 소비심리는 오히려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개전 후 1~2년간 빠른 경제 성장세이런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첫째, 단기간에 전쟁이 미국의 승리로 끝날 경우 미국 경제는 별다른 부정적 효과를 받지 않을 것이며 주가는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둘째, 장기화되지만 아프가니스탄 지역으로 전장이 제한된다면 개전 후 1~2년 동안은 경제가 빠른 성장세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3년 이상으로 장기화된다면 초기 고성장에 따른 부작용과 불확실성 증가로 경기 침체의 가능성이 있다.셋째, 전쟁이 서방 대 아랍권의 대결로 확산될 경우 전쟁 수행으로 인한 거시경제의 긍정적 효과보다는 아랍권이 원유를 무기화함으로써 초래될 부작용이 더 클 것이다. 이 경우 미국 주가는 20~30% 추가 하락할 수 있으며 석유파동으로까지 연결된다면 미국경제는 2년 정도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결론적으로 전쟁이 아랍권과의 대결로만 확산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미국경제에 도움이 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미국 본토가 피해를 입었다는 점과 전쟁 대상이 다수의 대테러 집단이라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른 형태의 전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결국 당분간은 외부여건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공격적인 장세참여 보다는 진행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단기 매매의 경우에도 경기방어주나 배당 및 자사주 매입 관련주를 중심으로 압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