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전문인력 영입, 부가가치 높은 해외영업에 전력투구 … 올 매출 7조원 예상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사옥 5층에 있는 집무실에서 심사장을 만난 것은 지난 9월14일. 이 날은 미국이 대규모 테러를 당한 지 불과 3일밖에 안된 터여서 현대건설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 지가 우선 궁금했다.“그렇지 않아도 현대경제사회연구원으로부터 막 그것에 대한 보고서를 받고 잠깐 보다 나왔습니다. 직접적 영향보다도 간접적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봅니다. 유가인상, 자금유동성 불안, 불안한 자재조달 등이 문제가 되겠지요. 미국이 문제 삼고 있는 나라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다면 직접적 영향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심사장은 건설전문가답게 비행기가 미국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한 것만으로 빌딩이 폭삭 가라앉은 것에 상당한 의혹을 제기했다. 빌딩구조상 철골지지대 요소요소에 폭탄을 추가로 장착하지 않은 이상 그렇게 힘없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심사장은 지난 5월 현대건설에 되돌아왔을 때 직원들의 얼굴에 생기가 없는 것을 보고 무척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직원들이야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지요. 잘못이라면 여느 부실한 기업들처럼 경영자의 실책이 더 큰 것 아닙니까.”심사장은 먼저 직원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야겠다고 판단, 대대적인 변화와 개혁작업에 돌입했다. 그래서 심사장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창업정신을 빼고는 모두 바꾸겠다”며 취임 일성을 높였다. 심사장의 집무실과 접견실엔 고 정명예회장의 대형액자가 각각 걸려 있다. 심사장은 가끔 어려운 일에 부딪힐 때면 “이럴 때 고 정명예회장은 어떻게 하셨을까”하고 생각하며 스스로 위안한다고 한다.심사장이 현대건설에 되돌아온 지 4개월. 회사는 어떻게 변했을까.1조4천여억원 유동성 확보현대건설은 지난 6월말 채권금융기관의 출자전환 및 유상증자를 통해 2조7천여억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이에 따라 1조4천여억원의 유동성이 확보돼 재무구조 측면에서는 사실상 정상화를 이뤘다. 이런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현대건설의 부채비율은 3백8%대로 낮아졌고 약 3천5백억원의 금융비용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심사장은 구원투수 역할을 나름대로 톡톡히 해내고 있는 셈이다.현대건설은 최근 외환은행에 전면수정한 자구계획을 제출했다. 당초 올해 중 7천1백48억원 규모의 자구를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 3년에 걸쳐 8천3백72억원의 자구를 추진키로 한 것이다.“사실 1년에 7천여억원 규모의 자구를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어요. 서산농장의 경우 토지공사를 통해 1천4백5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전체 계획 6천억원 중 반은 실천한 셈이지요. 하지만 나머지 1천4백50만평은 인근 농어민들에게 팔아야 하는 데 이들은 10%의 계약금만 내고 나머지 90%를 3년 거치 7년 분할상환키로 해 일시에 현금을 걷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구매자들에게 서산농장을 담보로 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도록 해 현대에 입금시키는 방안도 제기됐지만 이는 괜한 특혜시비를 일으킬 뿐입니다. 그래서 무리하지 말고 현실적으로 자구안을 짜고 외환은행에 제출한 것입니다. 물론 외환은행도 이를 수용했지요.”현대건설이 정상화되려면 수주 등 영업활동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채권단의 지원 없이도 홀로 우뚝 설 수 있기 때문이다.현대는 올해 국내 5조2천억원, 해외 13억달러의 수주계획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연말께 수주 6조8천8백억원, 매출 6조9천3백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현대건설은 주택분양도 계속 시행한다. 9월 중 마포강변(5백10세대), 한남 홈타운(2백83세대), 부천범박 3단지(1천12세대) 등 총 3개 현장 1천8백5세대를 분양한다. 이들 중 마포강변과 한남 홈타운 2개 현장은 서울의 요지에 분양을 앞두고 있어 고객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하지만 심사장이 총력을 기울이는 부문은 해외수주다. 현대는 PQ(사전경험)점수가 3~4점 모자라 국내입찰에 약간의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해외부문에 있어 턴키베이스 입찰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수익성이 없는 데도 외형을 늘리기 위한 무조건적인 수주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간혹 해외에선 자금대여를 요구하면서 수주를 유혹하는 곳이 있는 데 이런 데는 아예 눈을 돌리지도 않습니다. 안정적인 수익이 뒤따르지 않으면 거들떠 보지 않기로 했거든요.”현대건설은 최근 미국 건설전문잡지 ENR로부터 아시아업체로는 최고 순위인 세계 14위에 올라 여전히 국내 간판 건설업체임을 과시했다. 심사장은 3~5년 정도면 세계 순위 10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달성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심사장은 취임후 외국인 전문인력을 영입해 현대건설을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나갈 것임을 밝힌 바 있다.“정상화 이뤄지면 주가 1만원대 될 것”심사장은 현대건설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중동지역에서의 오일 가스 플랜트공사 수주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한건이 보통 5억~10억달러에 달하는 등 덩치도 크고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심사장은 이런 대형공사를 외국인 전문인력 등을 통해 적극 수주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현재 유럽 및 일본에서 20여명이 몰려와 면접 중에 있는 데 이들 중 4~5명을 뽑을 계획이라고 한다. 이들은 능력에 따라 연간 20만~30만달러의 연봉을 받게 되는 데 어떤 외국인 기술자는 월 7만~8만달러의 봉급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공사수주는 물론 설계 관리 등 총괄적인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는 게 심사장의 설명이다.현대건설이 완전 정상화되면 어떤 길을 걷게 되는 걸까.심사장은 지난 8월1일 이후 현대그룹에서 분리돼 독립된 길을 걷고 있는 이상 정상화되면 제3자에게 매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하지만 심사장은 “현대건설이 정상화되면 주당 가격이 1만원대에 이를 것”이라며 “이 경우 30%의 주식을 확보하려면 1조2천억원이라는 거액이 필요하게 돼 웬만한 기업에선 인수 엄두도 못낼 것”이라고 말했다.사진·황선민 기자 hsm8844@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