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 자동화시스템도 성장잠재력 풍부 … 안정된 판로·중국 진출, 관심 집중

태광이엔시는 한마디로 발전소나 변전소의 건강을 체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업체다.몸이 아파 병원에 가면 혈액검사나 내시경 또는 초음파검사 등을 받는다. 의사는 이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몸 구석구석을 체크하면서 환자의 건강상태를 진단한다. 태광이엔시는 발전소나 변전소의 건강을 체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업체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 ‘지능형 감시제어시스템’은 발전소와 변전소의 온도 전류 압력 가스 등을 면밀히 체크해 이를 자동으로 제어하고 통제한다. 이런 기술력을 토대로 이 업체는 ‘물 관리 자동화시스템’도 개발, 성장의 토대를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다.이 회사가 개발한 ‘예방진단·상태감시시스템’은 국내 시장에서 초기단계에 있기 때문에 성장잠재력이 높다. ‘물 관리 자동화시스템’도 관련 기관인 농업기반공사(전 농어촌진흥공사)나 수자원공사가 지난해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뿐이다. 이제 막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무리한 확장보다 현금 확보 … 기회 대비태광이엔시는 이처럼 시장이 팽창할 것에 대비, 무리한 확장보다는 탄탄한 내실 경영을 다지며 현금을 확보해 놓았다. 지난해 말까지 최근 4년간 매출과 순이익 성장률을 꾸준히 10%대로 유지했으며 부채비율도 11%(지난 상반기 기준)에 불과하다. 해마다 매출액 대비 7%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도 눈에 띈다. 기회가 왔을 때 가속 패달을 밟기 위해서다.이 회사는 지난 91년 집중감시제어시스템이란 장비를 개발하면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발전소와 변전소 내부에 설치된 각종 기기를 감시하는 이 장비는 이 업체가 개발하기 전 국내엔 없는 제품이었다. 이를 계기로 태광이엔시는 92년 한국전력공사의 발전설비 국산제조업체로 선정됐고 이후 변전소 설비 분야에도 진출했다.97년엔 한전연구원과 공동으로 ‘변전설비 상태감시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변전소내 기기의 오류를 사전에 감시하는 것 뿐 아니라 기기의 수명을 예측해 교체시기까지 알려주는 인공지능을 추가한 것이다. 최근엔 웹 기반의 감시제어시스템을 개발, 사무실 컴퓨터를 통해서도 변전소의 이상여부를 체크하는 시스템을 한전에 설치했다. 이처럼 안정된 판로(한전)를 확보하면서 이 업체는 기술 개발에 전념했다.이 업체의 주요 판매처는 한전과 농업기반공사 수자원공사,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등이다. 주로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주요 고객인 셈이다. 이 기관들은 전력예비율 확보와 홍수 태풍이 지난 여름 이후에야 새로운 제품을 구입하는 관행으로 태광이엔시의 매출 역시 하반기에 집중돼 있다.이 때문에 상반기는 하반기와 비교해 매출이 3분의 1 수준이고 소폭 적자를 낸다. 그러나 전년도와 비교해 매출과 순익은 상승했다. 지난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1백% 성장한 6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2백20억원이고 당기순이익은 32억원이다.요즘 이 회사에 투자한 사람들의 관심사는 중국진출이다. 최근 회사가 공시를 통해서 중국진출의 가능성을 일부 밝혔지만 아직 본격적인 중국 수출의 시기와 물량은 공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중국의 정강전력국(한전과 비슷한 업체)에 감시제어시스템을 소량 판매했지만 실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이영우 태광이엔시 회장은 “중국에 진출하려면 우선 전기제품을 납품할 수 있는 인증서(입망증)를 받아야 한다. RTU(원격소 단말장치)는 지난해 받았고 10월 중에 전자식 전력량계와 F-RTU(배전용 원격소 단말장치)의 인증서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렇게 되면 내년 초 1차로 하얼빈에 있는 전력회사에 제품을 납품하고 또 다른 회사와도 접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 진출에 관심이 모아져 있지 이를 통해 큰 폭의 이익을 얻는 것에는 사실상 주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이 회사의 연구개발조직은 다양하다. 부설연구소를 중심으로 한국전력연구원 등 정부출연 연구소, 광운대학교 등 6개 대학 교수들 그리고 일본의 쇼에이 엔지니어링 등 해외 제휴선 등이 있다. 대학 교수와 전문연구원과는 산학협력, 기술개발협력을 하고 있다. 다양한 국내외 업체들과 관계 구축은 이 회사의 강점이다.이 회사 이영우 회장 등 특수 관계인은 48.8%의 지분을, 한국아이티벤처투자 등 6.9%, 그리고 우리사주가 6.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아이티벤처투자는 액면가 5천원 당시 주당 7만5천원에 투자했다.애널리스트 시각기술력·R&D인력 보유, 선두권 유지태광이엔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345KV, 765KV 집중감시제어시스템 생산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높은 R&D투자(1백명의 직원 중 연구개발인력은 40명)를 바탕으로 확대되는 시장에서 선두권을 유지할 전망이다. 수익구조는 재료비를 비롯한 변동비 비율이 낮아 매출증가에 따른 수익성 개선폭이 큰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2000~2002년 매출액은 연평균 24%, 경상이익은 4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최근 전반적인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에서도 주 수요처인 한국전력 등 공기업이 예산 조기집행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회사의 영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국전력이나 농업기반공사 등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이들의 투자가 하반기에 집중돼 상·하반기 매출 불균형이 심하고 이들의 투자계획이 지연될 경우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손현호·굿모닝증권 연구원CEO 인터뷰이영우 회장‘신뢰경영’으로 도약 발판 마련지난 78년 경북 안동댐 난간에 위태롭게 두 사람이 서 있었다. 둘은 소주 반 병 씩 비우고 금방이라도 막 물 속으로 뛰어들 기세다. 그 중 한 사람이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 지 옆 사람에게 이렇게 외쳤다. “우리 한 번만 더 해보자.”이를 듣던 사람도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다시 안동댐 조정실로 들어가 ‘수문관리 콘트롤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기계에 매달렸다. 두 시간쯤 지났을까. 한 사람이 느닷없이 소리쳤다. “사장님, 찾았습니다. 배선이 문제였어요.”23년 전 죽을 결심을 했던 한 사람은 이제 국내 발전소와 변전소에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업체의 회장으로 변신했다. 이영우 태광이엔시 회장이 최근 회사 설립 25주년을 맞아 새로 지은 사옥 앞에서 감회의 눈물을 흘렸던 이유는 이처럼 지난 세월이 소록소록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가장 고마운 사람은 아내였다.“회사 설립한 뒤 25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직원들 월급날을 어긴 적이 없습니다. 어려울 때마다 아내는 어디서인지 급전을 구해왔어요. 내가 무엇을 하든 지 저를 믿어 줬습니다.”그래서 그는 믿음의 힘을 믿는다. 거래처나 직원,하다못해 술집 종업원에게라도 그는 믿음을 심어 놓는다. 한 번 약속하면 꼭 지키고 못 지킬 것 같으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이게 그가 25년간 회사를 탄탄하게 꾸려온 비결이다.약력 : 45년 출생. 64년 대양공업고등학교 졸업. 68년 동양무선전기사 기술부장. 76년 태광전자산업 창업. 91년 태광이엔시 사장. 2001년 태광이엔시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