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결심 후 도배 기술 습득·현장체험 … 디자인 감각 익히기도 열심
“한번은 피아노 학원 바닥재 공사를 맡았는 데 견적을 잘못 계산해 손해를 보게 생겼더라구요. 하지만 저는 그대로 시공했습니다. 다만 고객에게 견적 내용을 정확히 설명해줬죠. 그러면 십중팔구 그 고객이 다른 고객을 소개시켜 줍니다. 미안한 점도 있고 그만큼 저를 신뢰한다는 얘기가 아니겠습니까.”도배 장판 대행업체 코지토탈인테리어 장선홍(45) 사장은 고객 관리가 투자라고 생각한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 때문에 고객을 버린다면 더 많은 이익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장사장은 이런 경영원칙 덕에 지금은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일대 에서 그의 이름을 대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코지토탈인테리어(이하 코지)는 도배로 시작해 이젠 바닥재 싱크대 커튼 붙박이장 시공에서부터 실내를 완전히 개조하는 인테리어 공사까지 처리하는 중견 인테리어 전문점으로 성장했다.인테리어 시장 성장 가능성 내다봐장사장이 남들이 하기 꺼려 하는 도배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4년간의 직업군인 생활을 정리하면서부터다. 지난 92년 공군 상사로 예편하기 앞서 장사장은 직업군인으로서의 안정적인 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창업이었다. 다시 직장생활을 하느니 망하더라도 창업이 낫다고 싶어서였다. 창업을 결심한 그는 어떤 업종을 선택해야 성공할 수 있을 지 신중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 군 시절 마지막으로 맡았던 검사관 업무 덕에 관련 사업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것도 한몫 했다. “실내 공사를 하는 도배 사업자들을 주로 만났는 데 여러 가지 물어보니 생각보다 수입이 좋더라구요. 또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인테리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도배를 기초로 한 인테리어 사업이 비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장사장은 창업 아이템으로 도배를 결정한 후 업자들에게 관련 정보를 묻고 직접 자료도 모으면서 착실히 준비했다. 사업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지자 92년 군을 나온 후 본격적인 창업에 앞서 도배 기술을 배우기 위해 대림건설이 운영하는 대림직업전문학교에서 3개월 과정으로 수업을 받았다. 그리고 93년 국가공인 도배기능사자격증을 취득했다. 장사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LG화학에서 운영하는 바닥재 시공 교육도 받았다. 도배 사업을 위한 현장 위주의 이론적 틀을 쌓은 셈이다. 그리고 6개월 동안 도배 기술자로 먼지와 함께 현장을 직접 체험했다. 장사장은 “사업을 하려면 해당 업종의 바닥부터 경험해야 한다”며 “직접 경험해봐야 실패하는 일이 없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일이 많으면 현장에 나가 도배일을 할 때도 있지만 장사장은 주로 점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현장 실습을 마친 장사장은 93년 말 광명시 하안동 아파트 단지내 상가에 12평 규모로 첫 둥지를 텄다. 창업자금은 살고 있던 아파트를 전세 놓으면서 마련됐다. 군 시절부터 철저히 준비한 덕에 초창기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처음 시작한 일인 데도 월 평균 2백만원의 순이익을 올리면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던 장사장은 사업 2년째인 95년에 점포를 18평 규모로 확장 이전하는 기염도 토했다. 두 번째 점포는 임대보증금 4천만원, 시설비 2천만원, 물품구입비 1천5백만원 등 7천5백만원이 들어갔다. 코지는 규모가 커지면서 주변 아파트 상가 등 굵직굵직한 시공을 맡아 현재 월 5천만원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장사장은 현재 재료비 인건비 등 4천5백만원, 임대료 1백만원을 제하고 월 평균 약 4백만원의 순수익을 올리는 성공한 도배업체 사장으로 자리잡았다.장사장의 성공은 창업에 대한 남다른 철학이 있어 가능했다. 직업군인이지만 직장인에 가까웠던 장사장은 “군인 등 오랜 조직생활을 한 사람들의 창업은 우선 업종선택을 잘해야 한다. 업종을 선택하고 나면 해당 분야에 전문가란 소릴 들을 정도로 지식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사장은 요즘에도 디자인 감각이 요구되는 인테리어 사업을 위해 각종 전문지를 구독하면서 정보 습득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내집이라 생각하고 일하면 즐거워”철저한 사업 준비와 경영 원칙이 있었던 장사장에게도 어려움은 있었다. 초창기 점포를 임대하고 사업이 된다 싶을 때 점포 주인이 갑자기 점포를 비우라고 요구한 것. “장사가 된다 싶으니까 주인이 욕심이 생긴 것 같아요. 갑자기 비우라고 해서 1천5백만원을 들여 갖춘 시설비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나왔습니다.” 점포를 비울 때 건물 내부를 원상 복귀해야 한다는 조항 때문에 복구비가 보상비보다 많이 들어가 그대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남들보다 앞선 정보와 준비 덕에 큰 탈없이 사업을 해온 장사장은 하안동 철산동 일대를 무대로 하루 평균 15건의 일을 진행하고 있다. 아파트 개보수는 한 건당 최고 5천만원을 받기도 한다는 장사장은 도배 장판만 할 경우 24~30평은 평균 1백만원에서 2백만원 정도 비용을 받고 있다.내 집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하면 일이 즐겁다는 장사장은 현재 부인과 고3, 중2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일이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도배 사업. 이 일에 요즘 고3 아들이 관심이 많다고 한다. “대학에서도 인테리어 관련 학과를 전공하겠다고 합니다. 본인의 의지가 확고하다면 적극 지원해 줄 계획입니다. 가능하다면 사업체를 물려주고 싶어요.”나이 서른여섯에 직업군인의 길을 접고 남들이 하기 싫어 하는 도배 사업에 뛰어든 지 10년. 장사장은 이제 아들에게 사업을 물려줄 정도로 자부심과 자신감이 넘치는 성공한 종합 인테리어 사장으로 우뚝 서 있다.(02)809-5574장사장의 경영 4원칙“인력 ·재고관리 잘해야 성공”직업군인 출신답게 장선홍 사장은 모든 일의 최우선을 철저한 ‘관리’에 두고 있다. 도배 사업도 창업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인력 재고 자금관리 등을 경영원칙으로 삼고 있다.장사장의 첫 번째 경영원칙은 인력관리다. 도배사업은 보통 공사 한 건마다 2명 이상의 기술자를 고용하기 때문에 인력관리가 중요하다. 장사장은 “일을 맡아놓고 기술자가 나오지 않아 ‘펑크’나면 일을 망칠 수 있다”며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고 해도 현장에서 일을 잘못하면 소용없는 일이다. 때문에 기술자들과의 인간적 관계를 맺기 위해 일과 후 회식 야유회 등을 갖고 있다 ”고 말했다.두 번째 경영원칙은 철저한 재고관리다. 도배 장판 사업은 유행에 민감한 아이템이다. 철지난 색상이나 유행에 뒤떨어진 상품은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건 당연한 일. 그러다 보니 때에 맞춰 제품을 수급하는 것이 중요하고 재고관리가 사업 성패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장사장은 다행히 군 시절 항공기 부품 재고관리 업무를 본 경험으로 남들보다 철저한 재고관리를 할 수 있었다.세 번째 경영원칙은 은행과의 신용거래에 있다. 장사장은 “대기업이나 소규모 점포나 경영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금관리가 중요한 데 한 은행과의 꾸준한 거래를 통해 신용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사장은 현재 한 은행과의 거래를 통해 3개월짜리 가계수표를 발행할 정도의 VIP고객이 됐다.마지막 경영원칙은 대리점이나 협력업체로부터 절대로 향응을 받지 않는다는 것. 장사장은 지금까지 향응에 가까운 접대를 받아본 적이 없다. 다만 가벼운 술자리를 통해 접대를 받으면 반드시 은혜(?)를 갚는다는 것이 그의 원칙.©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